박광희 기자의 ‘세상만사’

인류역사상 인간의 가장 위대한 발명은 불과 바퀴의 발명이다. 그 발명과 더불어 인간의 위대한 3대 능력은, 불을 사용하고 바퀴를 쓸 줄 아는 능력과 더불어 읽을 줄 아는 능력을 가졌다는 것이다.
그중 불과 바퀴는 지금도 그 기능의 효용가치가 무한대에 가깝게 인류에게 편의를 도모해 주고 있지만, 읽을 줄 아는 능력은 진화와 퇴화를 거듭해 오고 있다. 읽는 것의 직접적인 매개가 된 문자와 언어가 생성과 사멸(死滅)의 과정을 밟기 때문이다.
잘 알다시피 고대 이집트의 파피루스(papyrus)로부터 시작된 문자의 기록은 고대 중국의 댓조각 서책인 죽간(竹簡), 채륜의 종이 발명에 의한 종이책의 등장까지 진화에 진화를 거듭해 오늘에 이르렀으나, 컴퓨터의 등장과 더불어 종이책도 이제는 전자책에게 자리를 내어주고 시나브로 사양길에 접어들고 있다. 인류학자들의 조사 통계에 따르면, 기록의 직접 매개가 되는 문자와 언어도 이미 수십개가 원시 종족의 소멸과 함께 이 지구상에서 사라졌고, 지금도 사라져 가고 있다.
미국의 한 연구기관이 인간이 처음 발명해 지구상 인구의 절반 이상이 사용할 때까지 걸린 시간을 집계해 내놓은 통계수치는 여러면에서 흥미를 자아낸다. 오래 걸린 시간 순으로 보면, 냉장고 83년, 수세식 변기 43년, 전기 22년, 라디오 19년, TV 15년, 인터넷 10년이다.
소요된 시간으로 대충 가늠해 보면, 인간의 필요성에 의한 문명의 이기의 확장 순서로 시간이 오래 걸렸다는 것을 짐작할 수 있다. 물론 처음 발명돼 세상에 나올 당시의 사회·문화·경제상황이 어땠었느냐 하는 것이 소요시간 분석의 지표가 되어야 한다. 서늘한, 혹은 추운 환경에서 굳이 냉장고가 필요할 리 없을 터이고, 굳이 수세식 변기, 전기가 없었을 때에도 지구상의 상당수 인간은 큰 불편함 모르고 살았고, 지금도 ‘미개(未開)’란 이름, 혹은 ‘친환경적’이란 이름으로 있는 그대로를 향유하며 살아가는 인간종족들이 이 지구상엔 많다.
오래지 않은 우리 사회 생활공간 속에서도 종기의 곱을 노란 기름종이에 붙인 고약으로 빼내던 ‘이명래 고약’, 만병통치 가정상비약으로 집집마다 벽장 속에 비치해 두었던 활명수와 고소한 원기소, 후지카 석유풍로와 풍년 압력밥솥, 옹기대접, 놋주발, 그리고 하얀고무신과 그리움이 켜켜이 쌓여있던 빨간우체통… 들이 과학문명의 커다란 회오리를 타고 사라져 버렸다. 이 미망의 세기, ‘휴먼 2.0’시대에 과연 우리 인간은 어떤 견고한 요새로 얼마나 오래 살아남을 수 있을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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