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조농업 6차산업, 여성이 주인공이다

⑥ 경남 창녕군 진창리 ‘자꾸 커 천년초’ 오연화· 난희 자매

농업농촌의 6차산업화로 농업의 패러다임이 변화하고 있다. 고령화와 개방화, 기후변화 등의 여건에서 생산 위주의 농업이 어려움을 겪고 있는 가운데 정부는 농업의 6차산업화로 신 성장동력을 찾고 농촌사회에 활력을 모색하고 있다.
농업의 6차산업화에는 여성농업인과 청년의 적극성과 힘이 반드시 필요하다. 6차산업을 지향하고 있는 전국 각지의 젊은 여성농업인들을 현장에서 만나며 6차산업에 있어 여성농업인들의 역할, 성공요인, 애로점, 비전 등을 담아본다.

농촌도 살리고 행복도 찾는 귀농전도사, 젊은 두 자매

휴경지에 천년초 재배, 모종 분양과 천년초즙 생산으로 소득
다양한 천년초 상품의 연구개발로 6차산업으로 발돋움

▲ 자꾸 커 농장의 오연화(오른쪽) 난희 사촌자매는 천년초의 잎과 열매 색에 맞춰 셔츠를 입고 센스있게 천년초자매를 표현했다. 자매는 즐거운 농사를 추구한다.
천년초도 크고
행복도 키우는 ‘자꾸 커’
천년초 재배, 그리고 천년초 가공사업으로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행복을 찾았다는 자매를 만났다.
“내가 키운 천년초로 모든 사람이 건강해지는 그날을 꿈꾸죠.”
자매의 농장과 가공장이 ‘자꾸 커’라는 브랜드를 갖게 된 이유다.
키만 컸지 어릴 때부터 이유 없이 병약했던 동생 오난희(33) 씨는 대학에서 시각디자인을 전공하고 출판디자인을 했다. 하지만 직장을 다닐 수 없을 정도로 스트레스성 두통에 시달렸다. 원인도 알 수 없는 열이 40도를 오르내리는 일도 허다했다. “난희 좀 어때요?”라는 소리가 친척들 간에 인사말이고 집안의 걱정거리였다.
난희 씨와 함께 일하는 동료들이 안타까운 마음에 이것저것 좋은 약과 식품을 건넸고, 그중에 천년초즙이 있었다. 우연인지 그 천년초 즙을 먹고 몸이 많이 호전되는 것을 느낀 난희씨는 포장지 뒷면에 적힌 농장으로 무작정 찾아갔다.
“간척지의 산과 들에 수 만평 심어진 천년초가 장관이었죠.”
난희 씨는 그날을 잊지 못한다. 끝없이 펼쳐지는 천년초 농장에는 난희 씨를 유혹하는 샛노란 꽃이 피었고 난희 씨는 천년초에 홀딱 빠져버렸다. 그뿐만 아니었다. 희한하게 천년초즙을 복용한 후로는 늘 달고 다닌던 두통이 잦아들고 몸도 가뿐해지는 것을 체험했다. 그때부터 난희 씨는 친언니 이상 가깝게 지내던 연화(40) 씨에게 시골서 천년초를 키우자고 졸라댔다.
난희 씨와 다르게 자그마한 체구지만 손재주가 있고 활동적인 연화 씨는 파주의 대기업에서 안정된 직장 생활을 하고 있었지만 어릴 때 함께 자라 친 자매 이상 연화 씨를 의지하는 동생의 부탁을 거절할 수 없었다. 2007년 둘은 직장생활을 접고 농촌으로 들어왔다. 누구는 용감하다고 말했고 누구는 미친 짓이라고 쑤군거렸다.

외할머니댁 빈 집으로 귀향

▲ 자매는 천년초즙 가공 외에도 다양한 천년초 이용 제품을 개발 중이다.
마침 창녕군 진창리에 외할머니가 생전에 지내셨던 빈 농가 한 채가 있었다. 두 손녀가 다시 돌아오기만을 기다린 듯 오랫동안 빈집이던 이곳을 두 도시 아가씨들이 하나씩 수리해 갔다. 창고부터 화장실까지 직접 자매의 손으로 고쳐나갔다.
“둘이 얼마간 직장생활하면서 번 돈은 건드리지 않기로 약속했어요.”
큰 돈 들이지 않고 집을 고치려니 품이 많이 들었다. 어떻게 될 지 모르는 농촌생활에 대한 불안감도 컸다. 텃밭 규모인 집에 달린 150㎡의 밭에다 천년초 모종을 구입해 심었다. 총 150만원을 투자했다. 천년초는 다년생 작물로 한번 심어 놓으면 잎과 열매 등 사계절 수확이 가능한 작목이며 관절염에 특효가 있다고 알려져 있다.
천년초의 약성이 좋아져 수입이 날 때까지인 3년간은 절약하기로 마음먹고 품앗이를 다니며 야무지게 생활비를 충당했다. 5~6월에는 양파, 마늘 수확을 거들고 가을에는 단감 따기 등 마을의 농가 일을 거들다보니 오히려 마을 사람들과 어울려 지낼 수 있는 좋은 점이 있었다.

품앗이로 이웃과 소통
도시에서 온 고운 처녀 둘이 농촌에 들어와 농사짓는다고 이상한 시선을 보내던 마을 사람들도 함께 어울려 일하며 사연을 전해 듣고는 오히려 이것저것 챙겨주며 마음을 열었다.
“다른 거 없었고요. 그냥 무작정 찾아가서 잘 부탁드린다고 인사드리고 도움을 요청했죠.”
난희씨의 어머니는 한번씩 이곳에 올 때마다 진흙땅에서 고생하는 딸의 모습에 눈물을 훔치며 내려갔지만 난희 씨의 건강은 이곳에 정착하며 많이 좋아져 병원과는 담을 쌓을 정도가 되었다.
그새 천년초 밭도 자꾸 커 갔다. 외갓집의 놀리던 문중 땅 1,500㎡도 빌렸고, 현재는 농부 둘이 농사지을 수 있는 6,600㎡ 규모에 연소득 5천만원을 올리고 있다.

완벽한 가시제거가 노하우

▲ 자꾸 커 농장의 천년초 가공품
농촌의 밤은 길었다. 취미삼아 재미삼아 이곳의 소소한 일상을 적어놓는 블로그를 개설했고 처녀 둘이 농사짓는 게 신기한 지 사람들의 관심을 끌었다. 텃밭에 마늘을 심고 거름을 주는 일도 기록하며 세상과 소통에 나섰다. 온라인에서의 소통은 천년초 판매매출로 직접 이어졌다.
사실 천년초는 재배보다 손질이 더 까다롭다. 바람에도 날아다니는 작은 가시들을 제거하는 일이 만만치 않은데 눈이 밝은 두 자매는 이일에 능숙해 경쟁력이 있다. 처음엔 가시에 찔려서 손뿐만 아니라 몸 전체가 말도 못했지만 지금은 가시에 대한 노하우도 생겼다.
자매의 천년초가 꾸준히 인기 있는 것은 천년초의 손질 방법이 남다르기 때문이다. 낮에는 천년초 재배하고 저녁에는 둘이 앉아 핀셋으로 천년초 솜털가시까지 뽑아 배송한다.
2012년 ‘농촌여성일감갖기’지원을 받아 번듯한 식품제조가공시설도 갖췄다.
천년초즙은 한두 달 먹는게 아니라 짧게는 몇 개월에서 몇 년간 지속적으로 상용하는 것이라 판매의 지속성이 장점으로 현재 두 자매는 15,000명의 단골고객이 확보돼 있다.
자매는 앞으로 천년초를 활용한 여러 가지 상품들을 연구하며 개발하는데 힘쓸 계획을 세워놓고 있다. 농업의 6차산업에 발맞춰 천년초를 이용한 쿠키와 국수 등을 체험할 수 있는 체험장도 구상 중이다.
한 가지 아쉬운 점은 농촌에 대한 꿈과 희망을 공유할 자매의 나무꾼들을 아직 발견하지 못한 것이지만 그것 역시 서두르지 않을 생각이란다.
“서두르지 말고 욕심을 버려야 합니다. 처음부터 무리수 두지 말고 실속있게 알차게...”
젊은 농촌의 여성 CEO로 농업의 6차산업의 주인공인 두 자매가 전해주는 농촌생활에서의 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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