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촌여성신문·농촌진흥청 공동기획 - 보리의 무한변신, 보릿고개 넘어 웰빙으로…

⑤ 보리의 활로를 찾아라

식혜·맥주·보리차·사료용 등 맞춤형 품종 개발
농진청, 새싹보리 기능성 밝혀 소비촉진 기대

수매제 폐지와 식생활 패턴의 서구화 등으로 쇠락의 길을 걷던 국내 보리산업은 최근 웰빙 붐에 편승해 제2의 전성기를 구가하고 있다. 보리의 건강기능성 구명, 가공식품 개발, 관광자원화 등 보리의 이용성이 확장되면서 이제 보리는 예전의 가난의 대명사가 아닌 국민 건강과 농가소득 향상의 주인공으로 자리잡아가고 있는 것이다.

최근에는 혼반용으로서의 보리 생산도 증가하고 있지만 건강식품이나 제과·제빵, 음료 등으로의 가공도 활발히 이뤄지며 새로운 영역을 개척해가고 있다. 여기에는 농촌진흥청의 기능성 보리 품종 육성과 가공·이용기술 개발도 한 몫을 하고 있다. 가축사료용, 식혜용, 맥주보리용 등 용도별 품종과 자색·청색·흑색 등 다양한 컬러의 기능성 유색보리도 개발해 이용 폭을 넓혀가고 있다.
고품질 다수확 기능성 보리 품종 개발과 차별화된 가공 산업화를 통해 지역브랜드 가치를 높이고, 생산자와 소비자가 함께 하는 자연친화형 농업으로 보리가 거듭나고 있다.

▲가축 기호성 높은 청보리 ‘유호’= 농진청은 까락에 톱니가 없는 매끄러운 ‘우호’(2005), 아예 까락이 퇴화돼 흔적만 있는 ‘유연’(2006)에 이어 이삭의 종실이 잘 떨어지지 않게 이삭모양을 바꾼 삼차망 청보리 ‘유호’를 지난 2008년 개발했다. ‘유호’ 품종은 수확적기가 ‘유연’보다 빠르고 병해에도 강하며 잎이 넓어 조단백질 함량도 높다. 또한 건물수량과 총소화영양가 함량도 높아 담근먹이로 적합하다.

▲단맛 높은 식혜용 겉보리 ‘혜강’= 상쾌하고 은은한 단맛을 내는 맥아당 함량이 기존 품종보다 17% 정도 높고, 토양 전염병인 보리호위축병에도 강하다. 기존 겉보리 품종인 올보리보다 키가 작아 잘 쓰러지지 않으며, 이삭당 보리알수가 많아 수량성도 15% 정도 높다.

▲제면·제과제빵용 메성쌀보리 ‘다한’= 가을에 파종하는 메성쌀보리로 내한성이 좋고 보리호위축병에 강하다. ‘새쌀보리’보다 키가 크고 알 무게와 수량도 높다. 특히 ‘다한쌀보리’ 가루를 함유한 보리국수는 국수 경도와 탄력성 등이 우수해 가공식품에 적합하다.

▲맥주보리 ‘호품’ ‘백호’= 2003년에 개발된 ‘호품’은 수확량이 많고 종실 색택이 밝으며, 맥주 제조 특성이 우수하다. 맥주 맛은 부드럽고 비교적 순하다.
‘백호’는 2008년에 육성된 품종으로 발아율, 단백질, 효소력가 등과 제주지역 적응성이 뛰어나다. 흰가루병과 바이러스병에 저항력이 강하고 수량도 호품에 비해 17% 높다. 맥주 맛은 쌉쌀한 보리맛이 진한 특성을 갖고 있다.

▲항산화 성분 많은 보리차용 ‘노보’= ‘노보’를 볶으면 항산화 성분인 페놀, 플라노보이드가 각각 53%, 88% 증가한다. 효소의 활성도를 높이는 가용성 단백질도 많고 보리차의 밝기도 우수하다. 특히 겉껍질이 노래 출수기부터 수확기까지 노란색의 이삭을 볼 수 있어 경관용으로도 뛰어나다.

▲새싹보리용 ‘큰알보리1호’ ‘큰알보리’ ‘새강보리’= ‘큰알보리1호’ ‘큰알보리’ ‘새강보리’ 등 겉보리 품종을 봄에 파종하면 쌀보리 품종보다 총 폴리페놀과 플라노보이드 함량이 1.2~2배 높다.

보리, 차별화로 승부한다

■ 농업회사법인 (주)두보 허원태 대표

▲ ‘보리라면’을 개발한 국내 최대 보리 가공업체 (주)두보 허원태 대표.
“보리보다 좋은 먹거리 없어요”

경남 고성에서 지난 1983년 정부할맥 보리쌀을 생산하기 시작해 현재는 국내 최대 규모의 보리 도정시설에서 다양한 보리쌀을 도정·포장해 전국에 유통하고 있는 ㈜두보 허원태(64) 대표.
경남지역 농업인들과의 계약재배와 타 도에서 수매한 쌀보리와 겉보리를 연간 20만 가마(40㎏)를 처리하는 ‘두보’는 전국 보리쌀 유통의 80%를 차지하는 보리가공업계의 공룡이다. 1990년대 초 이마트에 할맥 제품 납품을 시작으로 홈플러스, 농협 하나로마트 등에 혼합잡곡 포장제품을 공급해 연간 200억 원이 넘는 매출을 올리고 있다.
허 대표는 “예전부터 보리가 좋아서 30년 넘도록 이 일을 하고 있죠. 보리보다 더 좋은 먹거리가 없거든요.”
‘두보’는 최근 보리를 이용한 가공식품 개발에도 눈을 돌리는 등 사업 다변화를 기하고 있다. ‘두보’는 농림축산식품부의 향토산업에 선정돼 30억 원을 지원받아 1일 3만개 생산규모의 보리라면 제조공장을 완공하고 제품 생산까지 마쳤다.
‘보리라면’은 계열회사인 농업회사법인 ㈜맥소반에서 생산되는데 이곳에서는 라면 외에도 보리를 이용한 막걸리, 쫄면, 만두, 수제비, 찐빵, 꿀빵 등과 보리가루, 튀김가루, 부침가루, 보리차, 엿기름 등 다양한 제품을 생산·판매하고 있다.
허 대표는 “이제 곧 소비자들이 건강하고 구수한 ‘보리라면’의 맛을 보게 될 것입니다. 또 보리스낵, 보리식초 등도 개발 준비단계입니다. 직원들에게 보리라면 한 봉지를 팔아도 자부심을 가지라고 말합니다. 소비자에게 건강을 선물했다고 생각하라는 것이죠.”
보리 마니아인 허원태 대표에게 보리는 고락을 함께 해 온 동반자이자 국민의 건강을 지키는 파수꾼이다.

■ 청보리식품 박승시·이영희 대표

▲ 청보리식품 박승시(사진 왼쪽) 대표가 컨테이너에서 재배한 새싹보리를 들어보이고 있다. 새싹보리 분말제품을 들고 있는 사진 오른쪽은 박 대표의 아내 이영희 씨.
“새싹보리 분말이 효자 상품이죠”

경기도 용인시 모현면에서 직접 재배한 새싹보리를 이용해 새싹보리분말 등 건강식품을 생산하는 ‘청보리식품’ 박승시(50)·이영희(48) 대표.
엔지니어링 출신의 박 대표는 20년 전 귀농해 콩농사를 하다가 8년 전부터 콩과 보리를 번갈아 짓던 그가 조사료용으로 재배하던 보리의 건강기능성에 관심을 갖게 된 것은 7년 전 일본여행에서 새싹보리 분말 제품을 접하면서부터다.
농촌진흥청도 2009년 선행연구과제로 새싹보리에 대한 연구를 시작한 터여서 박 대표는 국립식량과학원 기능성작물부가 있는 경남 밀양까지 찾아가 새싹보리에 대한 정보를 얻는 정성을 쏟았다.
2011년에는 농촌진흥청으로부터 ‘농업인 창의적 손맛 사업’ 지원을 받아 시설과 기계를 설치하고 여러 차례의 시행착오를 거쳐 이듬해 ‘청녹수’라는 브랜드의 새싹보리 분말 제품을 출시했다.
박 대표는 2010년 농업기술실용화재단을 통해 농촌진흥청의 특허기술을 이전받아 개발한 새싹보리 분말 제품을 연간 1톤 생산하고 있으며, 이 업체의 다른 제품을 포함해 4억 원 정도의 매출을 올리고 있다.
박 대표는 “아직 새싹보리에 대한 소비자의 인식부족으로 판매가 많은 것은 아니지만 건강기능성이 확실해 앞으로 더 나아지겠죠. 요즘에는 타 식품업체에서도 식품원료로 이용하기 위해 문의도 오고 있고요. 문제는 생산단가가 높아 제품도 비싸다는 것이죠. 보리새싹 특성상 수확해 오래 보관할 수도 없고요. 하지만 홍보와 마케팅에만 조금 더 신경 쓴다면 새싹보리가 효자상품이 될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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