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인터뷰- 대한민국에 ‘힐링열풍’ 불러온 이시형 박사

여든이 넘은 나이에도 감기 한번 앓지 않고 여느 40~50대보다 더 왕성한 활동을 펼치는 신경정신과 의사이자 뇌과학자, 세로토닌 문화원장인 이시형 박사.
최근 문인화첩을 출간하고 각종 연구와 강연으로 하루 16시간을 일하지만, 이시형 박사는 스트레스나 피곤함을 느끼지 않는다고 한다. 40대 중반에 겪은 건강 위기를 극복하고 지금까지 활력을 유지하고 있는 이시형 박사의 건강 비결과 스트레스를 받는 현대인들이 몸과 정신이 모두 건강한 삶을 살기 위한 지침을 들어봤다.

- 우리나이로 81세인데 여전히 왕성한 활동을 유지하는 비결은?
첫째 나이를 의식하지 않고 생활하는 것이 가장 중요한 것 같아요. 물리적인 나이를 계속 생각하면 새로운 일을 시작하고 도전하는데 주저하게 됩니다. 하지만 저는 나이를 머릿속에서 지우고 도전하고 싶은 일들을 바로바로 실천하기 위해 움직이죠.
두 번째로는 일에 보람과 긍지를 느끼는 것입니다. 강연을 하면 박수를 받고, 책을 쓰면 많이들 읽어주셔서 베스트셀러가 되고… 하다 보니, 성취감을 느끼고 힘이 나서 일을 즐겁게 해왔지요. 사람들이 저를 필요로 하고 제 활동을 지지해주고, 좋아해 주시는 것이 제 활동의 원동력이 됐습니다. 그래서인지 저는 일을 할 때 스트레스를 받아 본 적이 없어요.
세 번째로는 이번 문인화첩에 ‘엄마 고마워, 여든 생일’라는 작품에서도 말했듯이 저희 어머니께서 저를 체질적으로 건강하게 낳아주신 것 같아요. 타고나기를 남들보다 좀 더 건강하게 태어나서인지 지금껏 휴일, 휴가도 없이 매일 15~16시간을 일하지만 피곤함을 느끼지도 않아요.

- 국민들의 건강을 위해서 열심히 일해 오셨는데 본인의 건강은 100점 만점에 몇 점이고 박사만의 건강을 지키는 방법은?
건강은 자신 있게 100점이라고 말씀드릴 수 있습니다. 위에서 말씀드렸듯이 매일같이 강행군으로 일하지만 피곤함을 느끼지 않고 아직까지 몸이 크게 아픈 적도 없었습니다. 특별하게 건강을 위해서 운동을 하거나 건강식을 챙겨 먹지는 않지만, 아침에 일어나면 꼭 스트레칭으로 하루를 시작합니다. 웬만한 계단은 걸어서 다니고 선마을 비탈길도 자주 산책합니다. 또 명상을 하며 바쁜 일과 중에도 한 템포 쉬어 가는 시간을 매일 갖고, 스트레스를 받지 않고 살아가는 것이 제 건강의 비법이지요.

- 100세 시대에 은퇴이후 삶을 미처 준비하지 못한 채 무기력하게 노년을 맞는 노인들에게 드릴 말씀이 있다면?
개인적인 가치관의 차이라고 생각합니다. 저처럼 끊임없이 자기계발을 하고 새로운 일에 도전하는 것에 가치를 두지 않고, 편안하게 집에서 뒹굴거리며 여유 있는 노후를 보내고자 한다면 그것 역시 좋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은퇴한 후 무슨 일을 해야 할지 몰라 무기력한 생활을 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못하다고 봅니다.
마을 주변을 청소하고 아름답게 가꾸는 일부터 자신의 전공이나 경력을 살려서 재능기부를 하는 봉사활동까지 주변을 조금만 둘러보면 도움을 필요로 하는 곳은 많습니다. 지금이라도 늦지 않습니다. 오늘부터 내가 달라지면 내일은 오늘보다 더 나은 삶을 살 수 있을 겁니다.

- 언론매체와 기업체, 관공서 등에서 왕성히 활동하며 대중적인 인기를 끌던 방송을 중단하게 된 이유는?
‘힐리언스 선마을’(이시형 박사가 만든 강원도 홍천에 위치한 힐링리조트)을 준비하느라 바빠서 방송에 나갈 시간이 없었습니다. 처음 해보는 낯선 일을 준비하느라 세계 방방곡곡을 찾아다니며 공부하고 준비하는 데에도 시간이 부족해서 방송에 나갈 시간이 없었어요. 그리고 사실 전략적인 면도 조금 있었습니다.(웃음) ‘힐리언스 선마을’을 생각하고 준비하는 데에 15년 정도가 걸렸는데, ‘사람들에게 절로 알려지게 하는 방법이 뭐가 있을까?’ 라는 생각을 하게 됐습니다. 광고를 해서 홍보를 한다면 그 효과에 비해서 큰돈이 들고 또 자칫 잘못했다간 격이 떨어질 수 있다고 생각했지요. 여러 가지 방법을 생각해본 결과 언론매체를 통한 방법이 가장 좋겠다는 결론을 내렸고, 언론매체가 궁금해서 먼저 찾아오도록 만들었죠. 그래서 언론 출연을 중단하고 ‘힐리언스 선마을’에만 집중했어요. 그 결과 단 한번의 광고도 없이 매일 수십 명의 기자들이 ‘힐리언스 선마을’로 찾아오게 됐죠.

- 최근 문인화를 배우시고 문인화첩을 내셨는데, 적지 않은 나이에 새로운 것에 도전하시게 된 계기는?
참 우스운 이야기에요. 80이 되니 죽을 준비를 해야 하는데… 그 동안의 삶을 되짚어보니 어느 것 하나 쉬웠던 것은 없더라고요. 그러나 목표를 달성해나가는 과정은 어려웠지만 결국에는 계획했던 목표를 모두 이뤄냈어요. 실패를 경험해 본적이 없다보니, 정신과 의사로서 실패로 인한 상실감을 느끼는 환자들의 마음을 이해하는 데 어려움이 있었어요.
그래서 실패하더라도 내가 제일 못하는 것을 해보자는 생각을 했고 그게 바로 그림이었죠. 초등학교를 다닐 때 제 그림은 교실 뒷벽에 붙어본 적이 단 한 번도 없었을 정도로 그림은 가장 자신 없는 분야였습니다.
동료들 가운데 저처럼 그림을 못 그리는 사람들 20여명을 모았고, 동양화가 ‘김양수 화백’을 스승으로 모셔 그림을 배우기 시작했어요. 사군자부터 배우기 시작했는데, 1~2달 지나니 실력이 늘어가는 동료들에 비해 전 여전히 제자리걸음인 것 같았어요. 포기하고 싶었지만, 내가 만든 수업에서 나갈 수가 없어서 내친걸음이다 생각하고 계속 했습니다. 동양화보다는 저는 선마을의 풍경을 그리며 옆에 글을 쓰는 문인화를 그렸어요. 그런데 언제부터인지 김양수 화백이 제가 마음에 안 들어서 쓰레기통에 넣으려는 그림들을 가져가기 시작했어요. 그리고는 6개월 정도가 지났을 때 제 그림을 전시해 동료들 앞에서 설명해주었죠.
그림은 ‘잘 그린그림’과 ‘좋은 그림’으로 나뉘는데, ‘잘 그린그림’이 미인이 곱게 화장한 것과 같다면 ‘좋은 그림’은 시골할머니가 끓여준 찌개와 같다고 말씀해 주셨죠. 좋은 그림은 시간이 지나고 싫증이 나지 않고 다시 생각나는 그림이라며 제 그림을 ‘좋은 그림’이라고 칭찬해 주셨습니다. 그 후 인사동에서 전시회를 열었고, 결국 문인화첩을 내게 됐습니다.

- 스트레스로 심신이 지친 현대인들의 정신건강을 위한 조언이 있다면?
스트레스는 주관적인 잣대에 의해서 생겨난다고 생각해요. 똑같은 일이라도 즐거운 마음가짐으로 일한다면 스트레스로부터 벗어날 수 있습니다. 스스로 하고 있는 일에 의미를 만들고 가치를 두고 일을 하면 비록 힘든 일이이라도 보람을 느끼며 즐겁게 할 수 있을 것입니다.

- 국민들의 정신건강을 위한 특별한 계획이 있다면?
5년마다 스스로에게 과제를 내주고 있어요. 앞으로 한국사회에 어떤 일이 일어날지 신경정신과 의사로서 앞을 내다보고 그에 맞는 해결책을 만들어 내고 있습니다. 2015년까지는 국민들이 스트레스 없이 즐겁게 살 수 있도록 ‘세로토닌 문화’를 여는 것이 목표입니다.
또 2015년부터 2020년까지의 5년 동안에는 온 국민이 자연을 소중히 여기고 외경심을 가질 수 있도록 계획하고 있습니다. 현재 많은 사람들이 도시에서 살고 있지만, 인간은 자연과 함께 살 때 가장 행복하고 편안한 삶을 살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이에, 귀농·귀촌을 더 장려하고, 그들이 잘 적응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고, 국민들에게 자연주의 철학을 심어주는 것이 목표입니다.
 

저작권자 © 농촌여성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