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창조농업 6차산업, 여성이 주인공이다②강선아 농업회사법인 우리원 대표

▲ 생산·가공·유통·교육까지 1인 4역을 당차게 해내고 있는 신세대 여성농업인 강선아 우리원 대표.
유기농쌀에 창의력 입힌 ‘키스미(米)’ 개발로 두각
신세대 안목으로 앙증맞고 예쁜 쌀 만들어 부가가치 높여

선친의 유기농의 정신 이어가는 ‘강대인 생명의 쌀’ 명품화 성공
미래 세대에게 키스미(米)로 유기농 쌀 홍보 톡톡

유기농 명품쌀과
사랑에 빠진
서른 살 농업경영인

농업농촌의 6차산업화로 농업의 패러다임이 변화하고 있다. 고령화와 개방화, 기후변화 등의 여건에서 생산 위주의 농업이 어려움을 겪고 있는 가운데 정부는 농업의 6차산업화로 신 성장동력을 찾고 농촌사회에 활력을 모색하고 있다.
농업의 6차산업화에는 여성농업인과 청년의 적극성과 힘이 반드시 필요하다. 6차산업을 지향하고 있는 전국 각지의 젊은 여성농업인들을 현장에서 만나며 6차산업에 있어 여성농업인들의 역할, 성공요인, 애로점, 비전 등을 담아본다.

 ““무슨 쌀이 이래?” 어머니마저 이렇게 말씀 하셨을 때 전 일부러 못들은 척 했어요. 하지만 속으로는 “아! 그럼 됐구나”하고 안심했었죠. 제가 생각했던 게 바로 이런 반응이 나오는 쌀 같지 않은 쌀이었으니까요.”
유기농 쌀을 1인분 씩 소포장한 키스미란 미니 쌀 아이디어 제품을 생산하고 있는 전남 보성 벌교의 우리원 농장 대표 강선아 씨가 들려주는 얘기다.

▲ 농촌여성신문사의 제 1회 농촌여성대상 수상자로 유기농업의 대모라 칭송받는 어머니 전양순 씨가 곁에 있어 강선아 씨는 더 힘이 난다.
▲ 전남친환경농업교육원은 한해 5천명 이상의 교육생에게 농업의 소중함과 바른 먹거리교육을 실시하고 있는 보성의 명소다.
이제 막 서른 살이 된 처녀농부 강선아 씨가 개발한 키스미는 예쁜 포장디자인 덕에 돌잔치 답례품이나 단체 선물용으로 인기가 높다. 부모 세대의 1차농업에 2세대인 청년농부들이 합류하면서 그들의 톡톡 튀는 감각과 아이디어가 더해져 농업의 부가가치를 높이고 있는 사례다.
키스미는 쌀에 대한 고정관념을 흔들었다. 그냥 눈으로 봐서는 절대 안에 쌀이 들어있을 거라 생각을 못할 정도로 예쁜 옷을 입었다. 포장 하나 바뀌었을 뿐인데 부가가치는 껑충 뛰었다. 한끼니 용 125g 소포장쌀 8포의 판매 가격은 1㎏세트 당 백미는 6,500원, 오색미는 9,500원이니 시중 일반쌀에 비해 3~4배 정도 비싸다. 트렌드를 읽은 신세대의 젊은 감각이 더해지면 흔한 농산물도 새로운 가치가 태어날 수 있음을 증명한 작품이다.

“금호미 들고 태어났다네요”

▲ 자연과의 달콤한 입맞춤이란 의미의 키스미(米)는 오히려 선물용으로 더 인기가 있어 유기농 쌀 홍보에 큰 역할을 하고 있다.
강선아 씨는 전남 보성 벌교의 유기농 명가인 고(故) 강대인선생의 3녀 1남 중 장녀다. 그녀의 어머니는 많은 여성농업인들의 롤 모델로 존경을 받고 있는 전양순 씨로 농촌여성신문사가 제정한 제1회 농촌여성대상의 수상자이며 현재 생활개선전남도연합회장으로 2012년 대산농촌문화상을 수상한 농업계의 여장부이자 유기농전도사다.
“보통 금수저를 물고 태어났다고 도시의 부유한집 자녀들에게 얘기하지만 농촌에서는 금호미 쥐고 태어났다는 소리를 해요. 농촌생활이란 게 어릴 때부터 일하지 않으면 안되니까요.”
경기대학교 문헌정보학과를 다니면서 방학 때 잠시 벌교 집에 내려와 있을 때도 가만히 놀고 먹을 수 없어 농사일을 거들어야 했고 부모님의 권유로 한국벤처농업대학(7기)에 입학했다.
“우연히 아버지가 제가 다니던 벤처대학수업에 강의를 오셨는데 그 때 우리 아버지가 얼마나 훌륭한 분이고 국민을 위해 농사로 좋은 일 하신다는 걸 알게 됐죠. 친환경 농업과 바른 먹거리에 대한 아버지의 신념을 비로소 제 마음에 담는 계기였어요. 농업에 대한 소명의식도 그때 생겼어요.”
진솔한 경험담을 투박하게 전하는 부친의 농사얘기는 선아 씨의 마음을 파고들었다. ‘아! 누군가는 아버지의 정신을 제대로 이어가야겠구나’ 하는 깨달음, 유기농업의 소중함과 지속성을 이어갈 바로 그 누군가가 바로 자신이었다.
▲ 정미소에서는 주문 들어온 쌀을 그때그때 도정한다. ‘강대인 생명의 쌀’은 홈쇼핑의 1촌1명품과 직거래를 통해 주로 거래되는 우리원의 주력제품이다.
독일로 자연교육법에 대한 유학 준비 중이던 강선아씨는 부친의 건강 악화로 꿈을 잠시 연기하고 2007년부터 부모님을 본격적으로 거들었다. 하지만 부친의 건강은 끝내 회복되지 않았고, 결국 어머니와 함께 아버지의 업적을 계승하고자 보성에 정착해 우리원의 경영에 나섰다.
물론 선아씨에게도 슬럼프는 있었다. 어찌 보면 준비없이 떠맡게 된 큰 살림살이의 무게에서 헤어나지 못했던 시간이었다. 농업계에서는 고 강대인 선생의 뒤를 잇는 강선아 씨를 농업계의 아이돌로 표현했고 선아 씨의 부담감도 늘어만 갔다.
하지만 강선아 씨의 곁에는 든든한 어머니의 눈길이 있었다.

유기농 쌀의 다양한 가공품 개발할 터
선아 씨는 작목반 운영 및 가공식품 사업교육관 운영, 유기농쌀, 오색쌀, 숙성발효액, 친환경 장류 등의 생산과 판매를 겸하며 우리원의 경쟁력 강화에 본격적으로 나서기 시작했다.
한편 교육관을 운영하며 유기농 식품에 대한 생산에서 소비까지 꾸준한 연구에 몰두했다.
전남친환경농업교육원은 해마다 5천명 이상의 교육생이 찾는 벌교의 명소로 자리매김하고 있으며 얼마 전 교육원 학생들의 농산물 가공실습은 물론 새로운 유기농쌀 가공품을 생산할 농산물 가공센터도 완공됐다.
사실 지금의 강선아 대표가 있기까지는 온전히 선아씨 부모님의 30년 유기농업인생이 단단한 초석이 되었고 지금도 어머니 전양순 씨는 생산기술에서 완벽하게 큰 역할을 해주신다. 하지만 영업과 경영, 신제품 개발만큼은 오로지 선아 씨의 몫이다.
“키스미달링과 키스미 베이비 등 유기농 쌀을 이용한 다양한 이유식제품을 계획 중입니다. 유기농 쌀 피자 등의 한발 앞서나간 차별화된 아이템으로 유기농쌀의 활용성을 높여나가고 싶어요.”
농사도 휴일 만들래요
“농사에도 휴일을 만들어 직장 다니는 것처럼 일할 계획입니다.”
틈틈이 주말에는 서울로 올라와 성균관대 경영대학원에 다니며 체계적 경영수업도 받는 등 자기관리에도 철저하다.
“내가 스스로 얻고 노력해서 얻은 것이야말로 온전히 내 것이 된다”는 어머니의 교훈을 항상 간직하고 있기 때문이다.
“내 고집과 내 방식을 못내려 놓는 게 부모세대지만 신세대를 믿어주고 힘 합쳐서 함께 하면 더 잘 하겠죠?”
어머니 전양순 씨는 은근한 응원의 말을 전한다.
“농업과 농촌에도 기회와 가능성이 많다는 것을 젊은 청년들이 알았으면 해요.”
유기농 쌀에 대한 발상의 전환으로 새로운 쌀 시장을 개척해 낸 젊은 여성농업인 강선아씨는 우리 농업에 희망을 그리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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