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시대의 쟁쟁한 학자요, 문인, 예술가였던 분들의 편지를 모은 ‘아버지의 편지’란 책을 읽은 적이 있다. 자식들을 다잡아 훌륭한 사람이 되도록 쉼 없이 다그치는 모습을 보면서 오늘날 자식 대학입시에 목을 매듯, 과거시험 준비는 단골 메뉴로 나왔다.
전화도 컴퓨터도 없던 시절, '부모님전 상서' 로 시작되는 군대 간 아들의 편지를 받고서야 부모님은 널 안심을 하셨듯이 아버지의 자식에 대한 걱정과 사랑의 사연은 시대가 바뀌어도 변함이 없어 보인다. 건강과 가족에 대한 연민, 교만하지 말고 상사와 동료 간에 관계를 잘 하라는 등 노심초사는 시대를 뛰어넘어 아버지의 사랑과 소중한 가르침으로 다가온다.

때론 동물들이 인간보다도 더 큰 교훈을 주기도 한다. 가정의 달을 맞아 부성애를 나타내는 가시고기 생각이 떠오른다. 가시고기는 부성애를 주제로 한 소설로도 유명하다.
암컷 가시고기는 알을 낳고 떠나버리고 수컷 가시고기가 알을 보호한다. 수컷은 알을 안전하게 지키기 위해 온몸에 상처가 나도 목숨을 걸고 지킨다. 알이 모두 부화한 뒤에야 숨을 거두는데 새끼 가시고기는 숨진 수컷의 살을 파먹는다. 수컷은 새끼들을 지킨 뒤에도 자기 몸까지 새끼들을 위해 희생한다. 가족을 위해 수고하다 조용히 한 세상을 떠난 아버지들의 함축된 모습을 보여주는 한 편의 감동적인 드라마라 하겠다.
가장 어렵고 가난했던 시대에 태어나 가시고기처럼 6남매를 잘 키워내신 우리 아버지 생각에 살아생전 효도한번 제대로 못한 후회가 가슴을 저리게 한다. 아버지란 이름으로 밥벌이에 쫓겨 자식 얼굴 한번 제대로 볼 수 없는 많은 아버지들이 ‘저녁이 있는 삶’의 현장으로 돌아오는 그런 날이 오길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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