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촌여성신문·농촌진흥청 공동기획 - 보리의 무한변신, 보릿고개 넘어 웰빙으로…

 ③ 건강식품으로 부상하는 보리

항당뇨 등 건강기능성 속속 밝혀져
분말·차·화장품 등 기능성제품 출시

동의보감에서 ‘오곡지장(五穀之長)’으로 불렸던 보리. 그 옛날에도 쌀·보리·조·콩·기장 등 다섯 가지 곡식 중 보리를 으뜸으로 쳤던 것이다. 이 같은 보리의 영양학적 가치는 현대에 들어 과학적으로 검증되고 있다. 흰색 곡물이 성인병의 주원인으로 지목되면서 이제 세계인의 식단은 보리나 호밀로 만든 통곡물 빵이나 이를 이용한 요리로 대체되고 있는 추세다. 이처럼 보리는 현대인의 건강식으로 서서히 그 위치를 확고히 해가고 있다.

현대인 생활습관병 개선에 효과
보리에는 성인병과 암 예방에 좋은 베타글루칸, 식이섬유, 비타민B, 기능성 아미노산 가바(GABA) 등이 다량 함유돼 있다. 보리의 아라비노자일란(arabinoxylan)은 장을 튼튼하게 해 대장암 예방 효과가 뛰어나고, 보리에는 먹는 심장약으로 불리는 베타글루칸 함량이 쌀과 옥수수의 46배나 더 들어있다.
보리의 어린 순인 새싹보리는 산성체질인 현대인의 질병치유에 효과가 높은 것으로 밝혀져 최근 인기를 모으고 있다. 알칼리 함유량은 토마토의 11배 이상으로 쇠고기, 우유, 백미 등 산성식품을 많이 섭취하는 현대의 질병을 치유하는 의사역할을 보리가 대신하고 있다.
농촌진흥청은 지난해 새싹보리에서 고지혈증, 당뇨병 등의 생활습관병을 예방하고 개선하는데 탁월한 효과가 있는 기능성물질을 국내 최초로 구명하고 대학과 공동으로 전임상, 임상시험을 통해 그 효능을 입증한 바 있다.
농진청 국립식량과학원 신소재개발과의 최근 연구결과에 따르면 새싹보리에는 폴리코사놀과 사포나린 등 기능성 성분들이 다량 함유돼 있으며, 이중 폴리코사놀은 식품의약품안전처에 콜레스테롤 경감 효과를 인정받아 다양한 형태의 건강기능식품으로 시판되고 있다.
특히 새싹보리에는 분말 100g당 최대 342㎎의 폴리코사놀이 함유돼 있는데, 이는 기존에 식약처에 등록된 폴리코사놀 추출재료인 사탕수수(27㎎)와 쌀겨(2.1㎎)에 비해 약 12~160배나 높은 수치다.
새싹보리에는 총 9종의 폴리코사놀 중 헥사코사놀이 약 70% 함유돼 있고, 이 성분은 콜레스테롤 생합성 관련 효소의 활성을 억제해 현재 시판되고 있는 고지혈증 치료제인 로바스타틴과 거의 동일한 효과를 보이는 것으로 구명됐다.
또한 새싹보리에는 폴리페놀 화합물 중 사포나린이 약 80%(1,150㎎/100g) 함유돼 있고, 이 성분은 당뇨병 관련 효소인 알파-글루코시데이즈를 억제하는 동시에 간기능 개선에도 탁월한 효과가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농진청은 새싹보리 추출물을 이용해 고지혈증, 당뇨병의 주원인인 콜레스테롤과 혈당 경감 효과를 고려대, 이화여대와의 공동연구를 통해 확인했다.
고지혈증과 고혈당을 유발한 실험쥐에 새싹보리 추출물을 12주간 투여한 후 혈액을 분석한 결과, 총콜레스테롤 수치는 약 15%, 저밀도콜레스테롤은 40%, 혈당은 39% 정도 경감했다. 인체를 대상으로 한 임상연구에서도 새싹보리 추출물을 8주간 섭취 후 혈액을 분석한 결과, 총콜레스테롤 수치가 10.8%, 저밀도콜레스테롤은 16.8%, 혈당은 10.2% 유의적으로 감소하는 효과를 나타냈다.

농식품산업 블루오션 ‘새싹보리’
이같은 새싹보리의 뛰어난 기능성 성분들은 22~25℃에서 약 13~15일간 키워 보리싹이 15~20㎝ 정도였을 때 가장 높았으며, 특히 농진청이 육성한 겉보리 품종인 ‘대진보리’와 ‘큰알보리’가 우수한 것으로 밝혀졌다.
현재 국내에 고치혈증, 당뇨병 등 생활습관병 환자가 1천만 명이 넘는 점을 감안하면, 보리 1㎏을 새싹보리 분말로 가공했을 때 893원에서 6만원으로 부가가치가 약 67배의 향상돼 새싹보리는 농식품산업 분야의 블루오션으로 떠오를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실제 이러한 농진청의 연구결과가 2009년 발표되자 농가와 식품업체에서 큰 관심을 갖게 됐고, 최근에 새싹보리를 이용한 가공식품이 속속 등장하고 있다.
농진청이 특허출원한 기술을 이전 받은 경기도 용인의 청보리식품과 보리산업특구인 전남 영광의 새뜸원은 첨단 위생시설을 갖추고 새싹보리 분말과 차를 개발해 고가에 판매하고 있다. 특히 새뜸원 김광석 대표는 새싹보리 분말을 식품기업과 제약회사 등에 납품계약을 맺어 사업성공 가능성을 높여가고 있다.
또한 참다운녹즙의 혈당강하 기능성 제품인 ‘당스타’, 농업법인 하늘빛의 새싹전두유 ‘새싹콩후’, 동우에프엔씨의 새싹보리 추출물 함유 삼계탕, 신궁전통한과의 새싹보리 분말 함유 전통한과, 국내 자연주의 화장품브랜드 이니스프리의 보리새싹 추출물 함유 스크럽?세안제 등도 웰빙붐에 편승해 인기리에 판매되고 있다.
해외사례를 보면 건강기능성 식품의 천국인 미국과 일본에서는 보리 싹(맥아)의 풍부한 기능성 성분에 주목해 다양한 상품을 개발한 상태다. 미국의 화학자인 슈나벨이 닭의 폐사율을 낮추기 위한 연구 도중에 처음 발견된 곡류새싹의 기능성이 건강프로그램으로 개발됐고, 1950년대 미국에서는 이미 앤 위그모어 박사의 히포크라테스 헬스 인스티튜드 생식프로그램이 상업적으로 크게 성공했다.
이후 일본의 요시히데 하기와라 박사가 보리싹의 영양적 가치와 건강기능성을 증명한 이래 건강식품으로의 개발이 활발히 진행돼오고 있다.

안토시아닌 많은 색보리도 개발
맛없고 밥하기 불편했던 보리가 최근에 와서는 편리하고 색깔까지 더해진 모습으로 변모하면서 가정의 식사를 책임지는데 부족함이 없는 재료로 자리잡고 있다.
1980년대부터 찰성쌀보리가 등장해 바로 밥을 지을 수 있는 편리성이 추가됐고 밥맛도 부드러워졌다. 이는 과거의 보리보다 아밀로오스 함량이 적고 아밀로펙틴의 함량이 많아 밥을 지을 때 물에 대한 결합력이 뛰어나 빨리 호화(糊化)되며 더 많이 팽창하기 때문이다.
자수정찰, 보석찰, 보안찰, 흑누리 등 새로 개발된 색깔 있는 보리에는 항당뇨, 콜러스테롤 저하 등에 효과적인 안토시아닌 성분이 많아 새로운 수요를 창출하고 있는데, 이들 색깔 보리는 블루베리보다 안토시아닌 함량이 낮아도 단위 무게당 가격이 저렴해 보다 경제적으로 섭취가 가능하다.
전북 군산에서는 흰찰쌀보리 소포장사업이 명품화돼 재배면적이 매년 150㏊씩 증가하고 있으며, 2011년에만 112억 원의 매출을 올리는 지역 효자농산물로 자리매김했다.

아하!! 그렇구나~
▶보리가 검투사의 ‘스태미나食’= 고대 로마의 검투사들은 싸우기 전에 보리를 많이 먹어 격렬한 전투에 필요한 스태미나를 높였다고 한다. 이 같은 보리의 스태미나 증진 효과는 최근 발표된 일본 국립영양연구소의 실험결과에서도 확인됐다. 쌀만 먹인 쥐가 54분 동안 680m를 달린 반면, 보리를 혼식한 쥐는 66분간 825m를 달려 약 20% 스태미나가 증진된 것으로 파악됐다.

■ 미니인터뷰 - 국립식량과학원 신소재개발과 남민희 과장

“새싹보리 기능성 구명과
식품소재 개발에 주력”

국내 새싹보리 관련제품 시장규모는 일본(1조원)에 비해 아직 초기단계이지만 새싹보리 기능성 연구를 기반으로 농가와 연계해 다양한 가공제품 개발과 홍보·마케팅을 접목한다면 농가소득 증대와 국민건강 증진에 크게 기여할 것이다.
현재 새싹보리의 간기능 개선과 다이어트 효과 검증을 위한 연구를 추가로 수행하고, 이 같은 효과가 어떠한 메커니즘으로 진행되는 지에 대한 연구도 병행하고 있다.
특히 새싹보리는 독성검사에서도 아무런 해가 없는 것으로 나타나 식품 첨가물로 다양한 분야에 활용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앞으로 새싹보리를 다양한 식품가공 소재로 개발해 농가소득 증대와 가공산업 발전으로 이어지도록 노력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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