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광희 기자의 ‘세상만사’

유토피아는 흔히 알고 있기로는 ‘이상향(理想鄕)’이다. 이 세상에는 없는 꿈같은 별천지다. 그래서 인간 누구나가 꿈꾸는 곳이다.
이 말은 영국의 인문주의자인 토머스 모어(Thomas More)가 1516년 <최선의 국가형태와 새로운 섬 유토피아에 관하여>란 책을 써낸 데서 비롯됐다. ‘유토피아’란 말은 토머스 모어가 그리스어인 ‘없는(ou~)’과 ‘장소(toppos)’라는 두 말을 결합해 만든 용어다. 즉, ‘유(u)~’에는 ‘없다’라는 뜻과 ‘좋다’라는 뜻이 같이 들어 있고, ‘토피아(topia)’는 이 세상에 ‘없는 곳(no-place)’이지만, ‘좋은 곳(good-place)’이라는 이중적인 의미가 그 안에 깃들어 있다. 그런면에서 ‘없다’는 뜻에 의미를 두면 유토피아는 이루어질 수 없는 허황된 꿈과 환상이 되고, ‘좋다’는 뜻에 의미를 두면 우리 인간 모두가 찾아 헤맸던 ‘낙원(樂園)’, 곧 패러다이스이거나 혹은 실현시키고자 애써온 이상사회가 된다. 후자인 ‘좋다’의 의미에서 보면 유토피아는 ‘지금’ ‘여기에 없다’는 것이지 결코 실현될 가능성이 없다는 뜻은 아니다. 그래서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수많은 인간들이 허망하기 그지없는 유토피아를 그리고 좇았는지 모를 일이다.
아득히 멀고 먼 성서(聖書)시대의 얘기지만, 이스라엘 민족의 지도자인 모세(Moses)가 80세 때 신의 계시를 받고 이스라엘 백성들을 이끌고 40년간 거친 광야에서 유랑하면서 120세로 죽을 때까지 찾아 헤맨 ‘젖과 꿀이 흐르는 약속의 땅’-유토피아가 ‘가나안’이었다.
그 ‘가나안의 이상’을 실현시키려 했던 이가 우리나라에 있었다. 바로 ‘가나안 농군학교’ 설립자인 김용기(金容基, 1912~1988) 장로다. 그는 황량하기 그지없는 이 땅을 개척하여 ‘젖과 꿀이 흐르는 가나안’을 만드는데 일생을 바친 농촌운동가이자 사회사상가다. 그는 첫째, 하나님을 공경하는 신앙을 갖고 둘째, 흙에 의존해 흙과 깊이 연관된 사업을 하며 셋째, 서로 믿고 사랑하며 협조하는 삶을 누리는 것을 생활신조로 삼았다. 그렇게 해서 만들어진 ‘에덴향’들이 경기도 양주의 ‘봉안 이상촌’, 경기도 광주의 ‘가나안농장’-일명 ‘만평공화국’, 그리고 새마을운동의 불씨가 댕겨진 ‘가나안농군학교’다.
그는 ‘일하기 싫으면 먹지도 말라’는 준엄한 가르침의 말도 남겼다. 철학자 안병욱 교수는 그를 일러 ‘한손에는 성서를 쥐고, 한손에는 괭이를 들고, 머리에는 애국의 면류관을 쓰고, 허리에는 겸손의 띠를 두르고, 발에는 개척의 신을 신고 복지한국 건설을 위해 80평생을 다바친 이 민족의 등불’이라고 했다.
요즘 왜곡된 종교논리로 혹세무민(惑世誣民)하고 있는 유병언이란 인사가 꿈꾸고 있는 그만의 왕국-유토피아는 무엇일까… 참 지성과 그 가르침이 그리워지는 날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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