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사람이 사는 법 - 충북 괴산군 사리면 사담리 문화마을 신성연 이장

 

▲ 신성연 이장이 마을 담에 그림을 그려 마을을 아름답게 꾸미고 있다.

배움의 목마름으로 중고등 검정고시 합격
흥미로 그린 그림…국전 입선 ‘기염’

 

얼마나 재미있는데요.
온 마을 담벼락이
제 스케치북이
된 것 같은 기분이죠.

충청북도 괴산군 사리면 문화마을 회색빛 담벼락을 수놓은 아름다운 그림이 마을을 화사하게 변신시키고 있다. 이 같은 변신은 마을이장 신성연(56)씨의 땀과 노력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신 이장은 마을 경로당과 놀이터 주변이 쓰레기더미로 뒤덮여 있고, 봄이 되면서 잡초가 무성하게 자라 마을의 미관을 해치는 것을 보다 못해 지난달부터 자비를 들여 벽화 그리기를 시작했다.

기존담장에 미장을 하고 흰색페인트를 칠해 밑바탕을 깨끗이 하는 과정을 거쳐야 하기 때문에 일손이 많이 필요하다. 신 이장 혼자서 이모든 작업을 하기 때문에 작업시간이 오래 걸리고 부쩍 더워진 날씨에 땀이 비 오듯 흐르지만 신 이장은 힘든 줄도 모르고 즐겁게 붓끝을 놀리고 있었다.

“힘들다고 생각했다면 시작하지 않았을 거예요. 얼마나 재미있는데요. 온 마을 담벼락이 제 스케치북이 된 것 같은 기분이죠.”
“마을 주민들이 깨끗해지고 아름다워진 벽화를 보고 힘든 농사일을 하다가도 웃으시고, 마을을 더 자랑스럽게 생각하고 사랑했으면 좋겠어요. 그리고 우리 마을을 처음 찾는 분들도 아름답고 깨끗한 마을이라고 생각하면 좋을 것 같아요.”

배움에 대한 남다른 열정
가정형편이 어려워 초등학교를 졸업한 후 중학교에 진학하지 못하고 농사일을 돕기 시작한 신 이장은 항상 배움에 대한 갈증을 느꼈다.
“저희 집이 힘들어서 중학교에 가지 못하고 지게를 지고 부모님을 도왔죠. 그러다가 어느 날 중학교에 진학한 친구 한 명이 저를 보고 ‘지게꾼이다!’ 라고 놀렸는데, 그때 정신이 번쩍 들었어요. ‘이렇게 일만해서는 안 된다. 공부를 해야겠다’고 생각하게 됐어요.”

신 이장은 15살에 무작정 서울로 올라와 봉제, 보일러설비 등 다양한 일을 배웠다. 일을 하면서도 주경야독으로 중학교·고등학교 검정고시에 합격했고, 봉제재단사, 보일러설비기사, 전기·전자기사 등 많은 자격증도 취득했다.
정신없이 바쁘게 살며 아이들을 키우다가 다시 공부에 대한 열정으로 독학해 안전교사 자격증을 취득했고 17년 동안 면허취소자 등을 대상으로 도로교통법규를 가르쳐왔다.

“검정고시며 자격증이며 혼자 공부하다보니 공부하다가 막히는 부분이 생기고 그럴 때면 공책에 끄적거리며 낙서를 했어요. 별 생각이 없이 그린 낙서를 보고 주변 사람들이 그림을 잘 그린다고 했죠. 그런 말을 자주 들으니까 ‘내가 그림을 잘 그리나?’ 생각도 들고, 그림에 흥미를 갖게 된 것 같아요.”

신 이장은 미술에 흥미를 느끼고 동양화를 그리기를 시작해 2006년 국전 동양화 부문에 입선하기도 했으며, 2010년에는 중원대학교에서 주최한 ‘제1회 중원문학공모전’에 며느리의 권유로 시를 공모해 시부문 대상을 차지하기도 했다.

신 이장은 2008년부터 현재까지 작품을 전시하고 판매해 얻은 수익금을 괴산군장학회에 장학기금으로 전달하고 있으며, 중원문학공모전 대상 상금 전액도 장학금으로 기부했다. 또 마을 주민들과 학생들에게 자신의 집 화실을 개방해 그림동아리를 운영하고 있다. 신 이장이 무료로 그림을 가르쳐 주는 것은 물론 재료비까지 받지 않고 모두 제공하고 있다. 보광초등학교의 방과 후 교육활동 프로그램에서도 강사로 활동하며 인재육성에 힘쓰고 있다.
신 이장은 자신의 재능을 다른 사람들과 나누며 진정한 나눔의 행복을 실천하고 있다.

 

 

교육이 가장 큰 힘… 계속 교육봉사에 힘쓸 것
“아직은 부족한 실력이지만 제 재능을 가지고 지역사회 발전과 인재 양성을 위해 지속적으로 도움을 주고 싶습니다.”
별 의미 없는 케릭터보다는 아이들에게 교육적인 효과가 있는 것을 보여주고 싶다는 신 이장은 벽화에도 괴산을 대표하는 산막이 옛길, 천연기념물인 미선나무, 그리고 우리나라 사계절별 전통놀이를 그려 넣었다.

“어린이들을 교육으로 바르게 키워내는 게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그것이 우리마을 그리고 우리나라를 발전시키는 첫 걸음이라고 생각해요.”
“지금 아동복지센터에도 기부하고 있는데, 아직은 부족한 실력이지만 앞으로도 재능기부를 통한 교육봉사와 지역사회 발전과 인재 양성을 위해 지속적으로 도움을 주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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