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업이 미래다’ 전라북도 편 ② 흑미(黑米) 산업

▲ 흑미 품종개발을 주도하고 있는 전북도농업기술원 고품질쌀연구실 이덕렬 연구사(사진 왼쪽)와 권석주 박사.

전북도내 945ha 재배…전국대비 44% 점유
고기능성 흑미품종 개발·도정기술 연구에 박차

흑미는 항산화작용이 탁월한 안토시안을 함유하고 있어 웰빙붐을 타고 국민들에게 인기를 얻고 있다. 현재 전국의 흑미 재배면적은 백미 재배의 10%선인 3천433㏊에 이른다. 그중 44%인 945㏊를 재배하는 전북은 흑미 주산지다. 기능성 흑미 신품종을 육성해 전북을 흑미주산지로 이끌고 있는 전라북도농업기술원 작물경영과 고품질쌀 연구실의 이덕렬 연구사로부터 전북의 흑미산업 전반에 대해 들어봤다.

수량 많은 ‘신명흑찰’ 개발
전국면적의 33.6% 보급
“흑미는 원래 중국에서 재배해오던 쌀입니다. 1990년대 초반 전남 진도에 중국품종인 ‘용금1호’와 ‘상해향혈나’ 등이 들어와 국내에 전파되기 시작했죠. ‘용금1호’는 종자순도가 낮고 키가 커 벼가 잘 쓰러져 수량성이 낮았습니다. 그러나 안토시안을 지닌데다 블랙푸드가 건강식이라는 인식으로 호텔과 유명식당에서 많이 쓰였죠. 이 흑미를 맛본 일반가정에서의 수요가 폭발하면서 재배초기에는 값이 좋아 재배농가도 재미를 보면서 흑미 보급이 본격화됐습니다.”
흑미 수요가 늘자 농촌진흥청은 중국 품종인 ‘용금1호’를 개량해 색택이 우수한 ‘흑진주’ 품종을 육성했다. 그러나 ‘흑진주’는 도복에 취약하고 수량성이 낮으며 병해충에도 약해 농가보급에 한계가 있었다.
이에 전북도농업기술원은 흑미에 대한 소비자의 폭발적인 수요와 다양한 기호를 충족시키기 위해 1997년부터 기능성 흑미 신품종 육성연구에 돌입했다. 색보다 향이 좋은 향미(香米)로서 찰기도 지닌 흑미 육성을 목표로 연구를 시작한 것이다.
그 결과 제1단계로 메벼인 흑남벼와 찰벼인 밀양153호를 인공교배해 2008년 ‘신명흑찰’을 개발했다. ‘신명흑찰’은 농진청이 육성했던 ‘흑진주’ 품종의 단점을 보완해 도복에 강하며 수량이 ‘흑진주’보다 23% 증가해 10a당 생산량이 468kg에 이른다. 이에 유통업자와 농가 모두 ‘신명흑찰’을 좋아해 현재 우리나라에서 보급되는 흑미품종 중 가장 많은 33.6%의 보급률을 기록하고 있다.
2009년에는 기존의 ‘흑남벼’보다 안토시안 함량이 3.5배 높고 도복에 강하며 수량이 많은 ‘신농찰벼’가 개발됐다. ‘신농찰벼’는 특히 색택이 우수한데, 생산량은 ‘흑진주’보다 17% 증가한 10a당 443kg에 이른다.

안토시안 많은 웰빙쌀 개발
농업기술원은 2단계로 고기능성 흑미 개발에 중점을 두고 연구를 진행해 2011년 메벼인 ‘신토흑미’ 품종을 육성하고 품종등록을 마쳤다.
‘신토흑미’는 안토시안 함량이 100g당 329㎎로 흑남벼(77㎎)보다 안토시안 함량이 무려 4배나 많은 고기능 웰빙쌀로 큰 각광을 받고 있다.
제2단계로 연구로 개발된 또 하나의 흑미 품종은 ‘흑향찰1호’이다. ‘흑향찰1호’는 2013년 개발에 성공해 출원 중에 있는데 구수한 향이 일품이다. 향 성분이 ‘바스마티’ 품종 대비 20%정도 높아 상품성이 우수한 ‘흑향찰1호’는 중만생종으로 도복에 강하며 생산량도 기존 ‘조생흑찰’보다 19%가 높은 10a당 499kg여서 일반미 생산량에 육박하는 다수성품종이다.
전북도농업기술원이 1997년부터 개발해낸 ‘신명흑찰’ ‘신농흑찰’ ‘흑향찰1호’ 등 찰벼 3품종과 메벼인 ‘신토흑미’ 등 총 4개 품종은 복합기능성 품종으로서 농가와 국민의 식미 기호도를 크게 충족시킬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특히 도복에 강한 흑미 품종 개발로 이상기후에 대응해 수량 안정화에 크게 기여할 것으로 전망된다.
“전국 흑미 재배면적의 44%를 차지하는 전북은 육성 품종 보급에 따른 경제적 파급효과가 2013년 유통가격기준 807억 원에 이릅니다. 앞으로는 백미 틈새시장을 겨냥해 흑미 품종 재배단지 조성에 중점을 둘 계획입니다. 진안을 비롯한 3개 지역에 512ha 규모의 ‘신명흑찰’ ‘신농흑찰’ ‘신토흑미’ 재배단지를 조성해 일반벼 대비 23.1% 높은 농가소득을 올릴 수 있도록 할 계획입니다. 또한 매년 6톤 이상의 순도 높은 종자 공급을 위한 단지를 조성해 품질 향상 견인할 예정입니다.”
한편, 전북도농업기술원은 청보리를 전작(前作)으로 하고 ‘신농흑찰’과 ‘신토흑미’를 후작(後作)으로 하는 이모작 재배모델 개발에도 힘쓰고 있다. 적합 이앙시기 설정과 보리후작 흑미재배시 적정 질소시비량 설정 등 안전재배기술 개발에 주력하고 있는 것이다.
농업기술원은 흑·백·녹·적·찰 오색미 개발과 식감 개선을 위한 연구, 개발된 흑미의 밥맛 향상과 식감개선을 위한 적정 도정기술 개발에도 관심을 갖고 연구 중이다.

■ 현장인터뷰 - 흑미 가공업체 ‘미소드림·두손드림’ 이운성 대표

형제가 흑미가공 국내시장 80% 점유

흑미 외 38개 잡곡 가공해 소포장 판매
웰빙붐에 3년내 흑미시장 2배 증가 기대

전북 익산시 여산면에서 흑미를 계약재배해 도정·판매중인 영농조합법인 미소드림, 농업회사법인 두손드림 이운성 대표.
“저는 전남 진도 태생입니다. 진도는 국내에서 흑미 생산을 시작한 지역입니다. 제 형은 흑미가 생산되는 것에 발맞춰 흑미 수집과 도정을 하는 업체를 열었습니다. 형을 도와오다 2012년 흑미 주산지인 이곳 전북 익산으로 와서 흑미와 찹쌀, 잡곡을 수집해 가공하는 ‘미소드림’을 설립했습니다. 이어서 부산에 도정·가공된 흑미와 잡곡을 포장 판매하는 ‘두손드림’을 설립해 운영 중이죠. 부산에 두손드림을 둔 것은 원활한 인력확보를 위한 조치였어요. 익산 ‘미소드림’에는 저를 포함 11명이, 부산에는 여성 포장인력을 중심으로 160여 명이 일을 하고 있습니다.”
형이 운영 중인 진도정미소는 전국 흑미유통량의 45%, 미소드림은 35%를 차지한다. 형제가 전국 흑미시장 유통의 80%를 점유하고 있는 것이다. 나머지 20%는 강원·경북 등의 소형업체가 맡고 있다고.
‘미소드림’은 전북 관내 18개 농협과 계약해 조곡(40kg) 20만 가마를 수집한다. 이중 전체 수집물량의 60%인 흑미 메벼 8만 가마와 찰흑미 10만 가마를 수집해 익산 소재 여산농협에 창고에 보관했다가 필요에 따라 미소드림이 도정한다.
‘미소드림’은 수집과 동시에 계약재배 농가에 가마당 선도금으로 1만원 총 20억 원을 지급한다. 그리고 200평당 종자 5~6kg을 현물로 공급하고 나중에 상환을 받는다.
이운성 대표는 품질 좋은 흑미 생산을 독려하기 위해 농협별로 순회계약시 흑미재배 기술지도 매뉴얼을 만들어 배부하며 교육을 실시한다.
미소드림은 특히 농가에 대해 계약단가와 수확기에 시세차익이 생길 경우를 대비해 농협이 50%, 미소드림에서 50%를 보전해 차액을 농가에 돌려주고 있다.
한편, ‘미소드림’은 연간 운영자금으로 100억~120억 원을 계약 농협으로부터 대출받아 쓴다. 농협은 ‘미소드림’으로부터의 대출금리 수익과 흑미 보관창고 임대료로 연간 4천만 원을 받아 경영에도 큰 도움이 되고 있다.
도정된 흑미는 ‘두손드림’에 보내져 주문업체에 납품된다. 주요거래처는 롯데마트, 메가마트 등 대형마트가 주다. 그밖에 CJ에 즉석밥용, 현대그린푸드, 현대중공업, 현대자동차 직원식당에 납품하고 있으며, 부산·경남지역 학교와 회사급식업체에도 판매되고 있다.
지난해 ‘미소드림’과 ‘두손드림’은 각각 100억 매출실적을 올렸다. 올해는 ‘미소드림’의 매출목표는 180억 원이라고 이 대표는 말한다.
이 대표는 흑미 외에도 찹쌀을 도정해 판매중이며, 콩과 조 등 38개 잡곡도 수집해 소포장 단위로 판매하고 있다.
“웰빙붐을 타고 잡곡 혼식 수요 증가에 힘입어 앞으로 3년 내 흑미시장이 2배로 커질 것”이라고 낙관하며, 시설 투자에 더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저작권자 © 농촌여성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