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정이슈 - 쌀 시장개방의 빛과 그늘/기술적 대응

직파재배 등 생력화기술 적극 개발
쌀소비 촉진 위해 가공용 품종 연구 강화
저장성·품질 향상 품종 개발…외국산과 차별화

쌀산업은 단일 품목으로 국내 농산업 중에서 가장 생산량과 생산액이 많고, 생산에 참여하는 인원도 많은 분야다. 그리고 국내에서 유일하게 80%대의 자급률을 유지하고 있는 곡물이기도 하다. 따라서 안정적이고 지속가능한 쌀산업의 발전은 농업계가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고 있는 사안이면서 식량안보적 관점에서도 매우 중요한 과제다. 하지만 최근 기후변화에 따른 잦은 이상기상과 돌발 병해충 발생 증가, 쌀소비의 지속적 감소와 이로 인한 벼 재배면적의 축소와 농업인의 소득 감소 등의 어려움에 직면해 있다. 이와 아울러 2014년에는 관세화 유예 종료라는 새로운 난제가 우리 앞에 있다. 그렇다면 쌀 관세화 유예 종료를 앞둔 우리 쌀산업의 활로를 모색하기 위한 기술적 대응은 어느 수준까지 와있을까?

쌀산업 축소는 완충력 저하 의미
과거 20년간 쌀 관세화 유예에 따른 의무수입물량은 1995년 5만1천 톤에서 2005년 22만6천 톤, 올해는 40만9천 톤으로 급증했으며, 올해 의무수입 물량은 국내 쌀 소비량의 8%에 해당하는 물량이다.
의무수입물량 증가는 쌀 소비감소와 맞물려서 쌀 공급과잉의 원인이 됐다. 2009년, 2010년 쌀 대풍으로 인해 농업인과 정부는 남아도는 쌀 문제로 골머리를 앓았다. 2009년과 2010년도는 대풍이라고는 하지만 쌀 생산량은 480만 톤 규모로 90년대 후반의 520만 톤보다 적었다. 쌀 의무수입물량이 들어오던 1995년의 1인당 쌀 소비량은 106.5㎏으로 100㎏이 넘었지만 2013년 현재는 70㎏도 안 되는 67.2㎏에 불과하다.
이러한 쌀산업의 규모적 축소는 쌀 수입에 대한 우리 쌀산업의 완충력이 줄어드는 것을 의미하며, 이러한 현상은 쌀 소비 감소가 계속되면 될수록 심화될 것이다. 따라서 쌀 관세화 논란에 앞서 우리 쌀산업의 지속 가능한 성장과 체질 개선에 대한 각계의 의견을 모아야할 시점이다.
 

R&D 단계부터 가공업체와 소통
맞벌이 부부 증가, 핵가족화 영향 등으로 가정에서 밥보다는 국수·라면·시리얼식품 등 간편식을 선호하면서 쌀 소비가 지속적으로 감소하고 있다. 쌀 소비촉진을 위해서는 아침밥 먹기 운동 등 가구부문 소비를 늘리는 노력과 함께 밥쌀용 위주의 소비 구조에서 가공식품이나 간편밥 소비 확대에도 관심을 돌려야한다. 이에 발맞춰 농촌진흥청은 쌀 원료곡 이용 기업과 농업인 모두에게 이익이 되면서 국민들에게는 안전하고 고품질의 쌀 가공식품을 공급할 수 있는 연구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지난 2일 쌀 가공업체과의 간담회를 국립식량과학원에서 개최했다. 당시 업체들은 맞춤형 고품질 가공용 품종개발 요구와 함께 R&D 초기단계부터 업체와 소통해야한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이를 위해 농촌진흥청은 관련 협회와 공동으로 업체 맞춤형 원료곡 품종 선발을 위한 사업을 확대해 나갈 계획이다.
국립식량과학원 3.0과제의 하나인 쌀 가공기업과 농업인의 공동 성장체계 지원 과제도 연구개발 초기단계에서부터 함께해 연구개발 결과를 빠르게 현장 맞춤형으로 지원할 것이다.

최고품질 쌀 개발로 경쟁력 제고
농촌진흥청은 쌀 관세화 유예가 1차 연장돼 추가 도입물량이 수입됐던 2005년부터 우리 쌀 품질경쟁력을 확보하기 밥맛이 우수하고 완전미율이 높을 뿐만 아니라 수량과 재배안전성이 뛰어난 13품종의 최고품질 품종을 개발해 보급하고 있다.
지난 2008년과 2009년에 최고품질 품종과 일본 품종에 대해 농가와 농협 관계자를 대상으로 식미평가를 했는데, 이들 품종이 일본 품종인 ‘고시히까리’나 ‘히또메보레’보다 밥맛이 좋거나 비슷한 것으로 평가됐다. 앞으로도 농촌진흥청은 외국산 쌀과 차별화된 최고품질 품종 개발을 위해 기존 중만생종 위주의 품종개발에서 조·중생종 품종 개발을 강화해 나갈 방침이다.
다양한 재배환경과 체계에 대응하고 우리 고유의 밥맛 유전자를 도입하거나, 쌀을 상온에 저장할 때 산패로 인해 품질이 저하되는 것을 방지할 수 있는 저장성이 향상된 품종을 개발하는데도 노력할 계획이다.
최고품질 품종의 소비자 선호도와 인지도 향상을 위해 소비자 식미검정단을 구성해 운영하고 있는데, 최종 목적은 최고품질 벼 품종을 소비자 식미검정단에서 선정하는데 있다. 최고품질 벼 품종을 소비자가 직접 선정하는 것은 품종 개발 과정에서 소비자와 소통함으로써 소비자의 새로운 요구와 선호 변화를 즉시 품종개발에 반영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생력재배로 생산비 절감해야
농업인이 쌀 수입개방에 가장 우려하는 부문은 국내산 쌀값이 외국산에 비해 2∼3배 높아 가격 경쟁력이 없다는 것이다. 쌀값이 높은 것은 생산비가 외국에 비해 높기 때문이다.
생산비 격차의 주요 원인은 토지 용역비와 노력비인데, 토지 용역비는 기술적 측면에서 개선에는 한계가 있지만 노력비 절감은 다양한 생력재배 재술을 적용하면 개선이 가능하다.
이에 농촌진흥청은 노력비 절감을 위해 재배방법을 기존 노동력이 많이 소요되는 이앙재배에서 모내기 작업을 생략하는 직파재배기술에 연구를 강화하고 있다. 특히 최근에 개발된 무논점파재배기술은 이앙재배의 장점과 직파재배의 장점을 접목한 재배기술이다.
하지만 무논점파재배기술도 초기 입모 불안정성, 잡초성벼 방재 등 태생적 한계를 가지고 있어 이들 단점을 보완하는 기술 개발이 시급하다. 직파재배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담수 중 입모가 가능한 품종과 형질전환 식물체가 아닌 제초제 저항성 품종 개발 등 품종적 대책과 아울러 화학적·생태적 대책, 그리고 ICT를 접목한 자동제초로봇 개발 등 다양한 측면에서 연구를 추진하고 있다. 이 같은 안정성이 담보되는 직파재배기술 체계화를 통해 기존 이앙재배에 비해 35.3%의 노동시간 절감과 22.8%의 생산비용 절감 효과를 기대하고 있다.
국립식량과학원은 쌀 관세화와 수입개방에 대비한 우리 쌀 경쟁력 확보를 위해 공급자 중심의 연구개발에서 소비자 맞춤형을 넘어 소비자와 함께하는 R&D로 우리 쌀에 대한 소비자의 무한 신뢰 확보와 쌀 소비 확대에 기여하기 위한 노력에 최선을 다할 계획이다.

■ 인터뷰 - 이문희 한국직파농업협회장(전 농촌진흥청 차장)

“직파농법으로 가격경쟁력 높여야”

전용 품종·제초기술 개발 등 필요
정부의 정책적·제도적 뒷받침도 중요

생산비 절감은 농지의 규모화와 노동력의 생력화를 통해 가능하며, 육묘와 이앙이 생략되는 직파농업이 그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다.
WTO 출범과 생산비 절감의 필요에 따라 1995년에는 직파재배가 전국 논 면적의 10.6%(11만7천500㏊)까지 확대·보급됐다.
정부도 2004년에 벼 재배면적의 80%인 70만㏊까지 직파재배를 확대하는 계획을 세웠으나 입모의 불안정, 벼 도복, 잡초·잡초성벼 방제의 어려움 등으로 2003년에는 직파재배면적이 오히려 7.8%로 크게 감소했다.
벼 직파재배에서 입모와 도복 문제는 질소비료의 감소와 새로 개발된 무논점파기술의 개발로 어느 정도 해결됐으며, 잡초 문제도 초기·중기 제초제의 체계적인 처리로 관리가 잘 되고 있는 편이다. 최근 문제가 되고 있는 직파재배의 제한요소인 잡초성벼와 저항성잡초는 농촌진흥청이 좀 더 적극적으로 연구에 집중해 관리방법을 개발해야 한다.
최근 농기계업체가 개발·보급중인 트랙터·이앙기 부착형 다기능 무논점파기는 일정한 간격으로 정밀파종과 측조시비를 할 수 있기 때문에 기존 직파재배의 산파와 조파에 비해 한층 더 안정적으로 직파재배를 할 수 있다. 2015년에 쌀시장이 개방된다면 벼농사에서 직파재배 면적이 크게 확대될 것으로 예상된다.
최근에는 트랙터 부착형 다기능 파종기가 개발·보급되고 있기 때문에 논과 밭, 작목 간에 범용으로 활용하는 것이 농기계 이용 면에서 효율적이다. 예를 들면, 범용파종기를 이용해 봄에 벼 직파와 콩 파종 등을 하고, 가을에 밀·보리과 각종 사료작물을 파종한다면 농기계 이용률을 크게 높일 수 있다.
직파농업의 확대는 정부의 정책적 지원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농림축산식품부가 추진 중인 들녘별 경영체 육성사업에 직파재배를 포함시키고, 이앙재배에서 시행중인 공동육묘와 육묘농자재의 지원사업처럼 직파재배 농가에 대한 농자재 지원, 직파재해보험 가입 등 다양한 지원이 필요하다.
직파기술이 상당히 안정된 무논점파에 대해서는 거점지역을 육성하고, 파종기의 이용도를 높이는 것이 중요하다. 연구개발 측면에서는, 확실한 직파 전용 품종 육성과 밀봉식 철분코팅과 같은 입모향상 기술개발, 잡초성벼·제초제 저항성잡초의 방제방법, 직파전용 완효성 비료 개발, 무논점파에 대한 전국적인 적응시범사업이 필요하다. 아울러 직파기계의 고정밀·고성능·범용화 기술개발이 요구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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