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업이 미래다’경상북도 편·④다문화가정 지원사업

▲ 경북도농업기술원은 다문화가정에 많은 관심을 갖고 다양한 지원사업을 펼치고 있다.(사진은 최근 가공시설을 지원한 영주시다문화희망공동체에서 농업기술원 관계자와 생활개선영주시연합회 임원들이 함께 사진촬영을 하고 있는 모습)

학력·자질 뛰어난 결혼이주여성들
농촌발전 핵심주체로 성장할 것
생활개선회 가입해 학습기회도 얻어

국제결혼이 증가하면서 다문화가정이 크게 늘고 있다. 특히 농촌지역을 중심으로 다문화가정이 증가일로에 있다. 머지않아 농촌지역 청소년 절반 정도가 다문화자녀가 될 전망이다. 이에 따라 이들 결혼이주여성의 원활한 정착지원이 중요한 과제로 대두되고 있다. 채장희 이들에 대해 각별한 애정과 관심을 갖고 정착 지도에 많은 힘을 쏟고 있는 경북도농업기술원의 다문화가정 지원사업에 대해 들어봤다.

“결혼이주여성은 주로 베트남, 필리핀, 중국 등지에서 많이 온다. 이들 이주여성 대다수가 학력이 높고 능력도 뛰어나다. 이들의 원활한 정착을 적극 뒷받침하면 우리 농촌 발전을 일으킬 또 다른 핵심주체가 되리라 본다. 낯선 나라에 와서 언어·문화·관습의 차이를 빠르게 극복하고, 우리 국민으로서 좋은 가정을 이끌 수 있는 자질 개발과 역량을 키워주는 일이 아주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만약 한국생활 적응에 실패해 친정나라로 돌아갈 경우 빚어지는 갈등으로 우리 국가의 위상이 크게 실추될 것이다. 이에 경북도농업기술원은 이들의 정착지원사업을 중요 지도과제로 선정해 나름대로 최선을 다하고 있다.”
채장희 원장은 다문화가정 지원사업을 효율적으로 추진하기 위해 그동안 농업기술원 직원을 대상으로 베트남어와 중국어 교육 등 직원들의 지도의식 고취에 힘써왔다.

농업기술원 생활지원과 조영숙 지도사에게 경북도의 다문화가정 지원사업에 대해 들어봤다.
-경북 도내에 결혼이민자와 그 자녀는 몇 명이나 되는가?
도내 결혼이주여성은 전국에서 여섯 번째로 많은 11,856명이며, 그들의 자녀는 11,754명으로 전국 5위 규모다. 이중 농사에 종사하는 가구는 3,320호로 추정하고 있다.
-결혼이주여성 대상의 지도방향은?
결혼이주여성은 낯선 나라에 와서 언어·문화·관습·음식이 달라 적응이 쉽지 않고, 이질감과 소외감을 많이 느끼고 있다. 이에 따라 우리 국민과 원활히 소통하고 문화를 빠르게 이해할 수 있는 기회를 줘야 한다.
이에 경북도농업기술원은 농촌여성 학습·봉사단체인 생활개선회 가입을 적극 권유하고 있다. 생활개선회원들의 학습과정과 봉사활동에 참여기회를 줌으로써 화합·유대를 적극 조장하고 있는 것이다.
또한 생활개선회도연합회와 시군연합회에서는 결혼이주여성을 부회장으로 뽑아 그들로 하여금 동료 결혼이주여성들의 생활개선회 가입을 독려토록 하고 있다. 기존 회원들과의 대등한 지위를 줌으로써 이주여성들이 소외감을 해소하고 자긍심도 높일 수 있도록 하고 있는 것이다.
-결혼이주여성을 대상으로 한 주요 지도과제는?
농업기술원 52명 직원이 4개팀으로 편성된 ‘다문화가정 영농봉사단’이 매월 1~2회 다문화가정을 찾아 영농기술지도와 상담을 하고 있다. 다문화가정 영농봉사단은 영농활동 지원, 농기계 수리, 주거환경 개선 등 다문화가정의 생활편의를 상담해주고 있다. 또한 다문화가정의 후원자가 돼 어려움을 들어주는 등 한국문화를 이해하고 적응할 수 있도록 사랑나누기 활동을 꾸준히 전개하고 있다.
결혼이주여성의 안정적인 정착을 돕기 위해 ‘행복한 농촌가정육성 프로젝트’도 수립해 도내 20개 시·군에서 지원사업을 펼치고 있다. 이 프로젝트를 통해 한국의 전통가정요리, 예절, 농촌문화, 취미공예 실습 등 한국농촌생활 적응을 위한 교육을 다양하게 추진하고 있는데, 다문화가정 부부와 고부간의 화합과 문화차이 극복을 위한 상담 기회도 제공하고 있어 좋은 평가를 받고 있다.
현재 다문화가정의 10세 미만 자녀 비율이 80%에 이르고 있는데, 농업기술원에서는 농촌 다문화가정 주부를 대상으로 자녀 이유식과 간식 만들기 등 어린이 육아에 필요한 식생활교재를 만들어 보급하고 있다.
이 교재는 영어·베트남어·중국어 등 4개 국어로 발간됐는데, 도내 시군 농업기술센터와 지역 다문화가족지원센터에 배부해 호평을 받고 있다.
전국 최초로 결혼이주여성을 대상으로 개설한 아동요리지도사 1급자격 취득 교육과정도 이들의 자질 향상과 가정 내 식습관 개선에 큰 도움을 주고 있다.
한편 지역별로 주민이 참여해 자조적으로 운영되고 있는 다문화희망공동체와 사회적기업 활동도 활발하게 전개돼 결혼이주여성과 그 가정에 많은 활력을 주고 있다. 특히 농업기술원과 농업기술센터 직원, 생활개선회 임원 등이 강사로 나서 현장 기술지원에 주력하고 있다. 이 같은 활동에 지역주민들도 성금 협찬, 자재 지원, 노력봉사 등으로 이주여성의 정착을 지원하고 있다.

■ 현장탐방 - 영주시다문화희망공동체

결혼이주여성 사회진출 기회 돕는다

경북농업기술원, 농산물 가공시설 지원해 자립 뒷받침

소일거리 제공해 수입
그림작품 제작해 전시
능력 발휘하며 자긍심

여러 나라에서 다양한 사연을 갖고 낯선 이국에 온 결혼이주여성들이 이곳에서 살아가는 일은 쉽지 않다. 문화가 다르고 말도 달라 힘들 때가 많다. 이들을 보듬어주는 사회적기업인 영주시다문화희망공동체를 찾았다. 영주시 중심가인 중앙로에 위치한 4층 건물의 지하1층. 벽에 걸린 결혼이주여성들의 그림을 보니 피부색과 의상이 제각각이다. 영주시다문화희망공동체에서 일하는 이주여성들이 직접 그린 작품이다. 하청을 받아 조명등 조립을 하는 이곳에서 일하는 사람들은 대부분 동남아와 중앙아시아 등지에서 시집온 여성들이다.

“2005년 이웃에 있는 고달픈 이주여성들의 삶을 보고 이들을 도와야겠다는 사명감으로 이 일에 뛰어들었다. 그러다가 사회적기업으로서 지금의 다문화희망공동체로 등록 인증을 받아 본격적인 출범을 한 것은 2012년이다.”
영주시다문화희망공동체 배순희 대표의 말이다.
올해 영주시다문화희망공동체는 도비와 시비를 합쳐 1억6천만 원을 지원받아 농산물가공공장을 준공했다. 앞으로 이곳에서 당근, 대파 등 채소류를 세척해 판매하게 된다.
“번듯한 작업공간을 확보하게 돼 무척 기쁘다. 그러나 더 소중하고 기쁜 것은 우리 사업을 보고 감동해 성금과 성품을 지원하는 시민이 늘고 있다는 점이다. 현재의 작업공간도 건물주가 무료로 임대해 줘 사용하고 있다. 농산물가공공장을 짓는다고 하니까 지게차를 지원하고, 일을 돕겠다는 봉사자들도 이들도 있었다. 수고한다고 신분을 드러내지 않고 수시로 피자를 보내주는 이도 있어 힘이 난다. 그밖에도 작지만 성금과 물품을 지원해주는 독지가도 많다.
2009년 필리핀에서 시집온 수잔 대자파(27) 씨는 다부진 성격으로 솔선수범해 어려운 일을 척척 해낸다. 2008년 우즈베키스탄에서 온 단야(33) 씨는 대학에서 독문학 전공한 인재인데, 지역에서 열리는 인삼축제 때 러시어와 독어를 통역하며 쾌활한 성격으로 생활개선회원들에게 웃음전도사로 인기를 모은다. 베트남 출신의 한티 음옥칸(30) 씨는 10년 전 한국에 왔는데, 뛰어난 친화력으로 회원간 친목을 이끄는 핵심리더다.
배순희 대표는 “이들 이주여성들이 힘을 보태면 우리나라 발전에 큰 동력이 될 것”이라며 “이들을 위한 봉사에 사명과 보람을 느낀다.”고 말했다.
한편, 생활개선영주시연합회는 이주여성분과를 두고 결혼이주여성에게 생활개선회 참여 문호를 열어 이주여성들의 한국생활을 위한 학습의 장을 제공하고 있는데, 이와 관련해 배순희 대표는 “시민들의 따뜻한 도움에 이주여성들이 크게 감동하며 자긍심을 보인다.”고 말한다.
영주시다문화희망공동체에서 상근하는 이주여성은 15명. 이들은 큰돈은 아니지만 매월 100여만 원의 수입을 얻는다. 출근을 하지 않고 일거리를 집으로 가져가 가내부업으로 일하는 이주여성도 10여명에 이른다. 이들의 수입은 월 30만 원 정도다.
일거리가 없을 경우에는 각자의 솜씨를 발휘해 프린팅 티셔츠나 공예품, 그림엽서 등을 제작, 관내 농협 등 기관에 납품해 수입을 얻고 있으며, 매년 개최되는 영주다문화축제에 전시해 기량을 뽐내기도 한다.
“남편과 시댁가족에게 자신들의 능력을 발휘하는 모습을 보여주면서 신뢰와 협력을 얻어내 보람을 느끼는 이주여성들을 보면 나도 덩달아 기쁘다.”며 “이를 통해 이주여성이 서로 화합하고 유대하며 문화차이를 극복하면서 한국 정착의 힘을 얻는다.”고 강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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