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촌진흥청 식량과학원 박평식 박사

▲ 농촌진흥청 식량과학원 박평식 박사

외국산보다는 품질 좋지만
가격·품질경쟁력 더 갖춰야
가공식품시장 개척도 중요

배고팠던 시절에는 쌀 증산이 국가적 지상과제였으나, 피땀 어린 정성과 노력으로 자급을 달성한 이후 개방경제 체제에서는 상황이 달라졌다. 지난 20년 동안 받아왔던 관세화 유예도 올해로 끝나게 된다. 쌀 생산은 지속적으로 유지되는데 소비량은 줄어들고, 수입쌀이 소비량의 10%를 넘어서게 되니 이제 남는 쌀을 수출해야 하는 상황이다.

이러한 상황을 예견하고 지난 2007년부터 우리 쌀이 수출을 시작한 이래 호주·미국 등 교민시장을 중심으로 수출국이 40여개 국가로 늘어났다. 필자는 일전에 우리 쌀이 가장 많이 수출되고 있는 호주의 쌀 유통실태를 살펴볼 기회가 있었다. 호주는 전통적으로 쌀 수출국이었는데, 연속된 가뭄으로 생산이 위축돼 수입량이 늘어났다. 최근 생산이 회복되고 있으나 중국·한국 등 아시아계 인구비율 증가로 중단립종 수입쌀 수요가 증가하고 있다.
시드니와 캔버라 등 한국교민이 많은 지역을 중심으로 한국 쌀 유통실태와 소비자 선호도를 조사한 결과, 쌀 구입처는 주로 한인마트(78.7%), 주로 구입하는 쌀은 한국산(54.9%), 호주산(30.2%), 미국산(11.7%) 등의 순이었다.

설문 응답자의 한 달 쌀 구입량은 10㎏ 내외 44.8%, 20㎏ 이상 31.2% 등이었고, 쌀 구매 시 가장 중요시하는 요인은 품질(50%), 가격(17%), 생산지(17%) 순이었다. 한국 쌀의 품질은 좋다(43.2%), 아주 좋다(15.7%)는 의견이 다수지만 ‘품질이 일정하지 않다(25.3)’, ‘찰기 부족(13.6)’, ‘외관이 나쁘다’(9.9%) 등 문제점 지적도 많았다.

미국산·호주산 등 외국쌀 구매경험이 있다는 응답자도 83%에 달했는데, 외국산 쌀과 비교해 한국쌀의 품질은 대체로 좋다는 의견이 지배적이었다. 한국 교민의 입장에서 가격이 약간 비싸더라도 타향에서 한국 쌀을 직접 구입할 수 있다는 점에서 좋다는 의견이 많지만, 미국쌀과 경쟁하기 위해서는 품질과 가격경쟁력을 동시에 갖춰야 한다. 한국 쌀에 대한 개선점으로는 ‘가격 저렴화(45.7%)’를 최우선으로 꼽았고, 품질향상(21.6%), 구입 편리성(14.5%), 마케팅·판촉사업(7.4%) 등의 순이었다.

쌀 구입시 정보획득 수단은 매장 진열대, 친구·친지 등인데 우리 쌀에 대한 체계적인 홍보의 필요성도 크다. 한식·일식 등 동양식도 일반화되고 있으므로 한식단과 함께 비빔밥과 초밥 등 적성에 맞는 품종을 선발해 집중할 필요도 있다. 쌀 가공식품에 대한 관심도 점점 커져 떡·한과, 가공밥 등 구입의사가 높으므로 가공식품 시장을 개척해가는 것도 좋은 방안이다. 시작은 미약하지만 작은 것에서부터 하나씩 매듭을 풀어나가, 개방시대 국제경쟁에서도 세계로 수출하는 우리 쌀의 앞날을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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