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 취재 - 생활개선중앙연합회 우수농업인 미서부지역 현장연수 ①

●미국 파머스마켓...이름 있는 농산물 선호 추세
●유기농전문매장...미국인의 유기농 사랑 대단해
●여성이 이끄는 6차농업 현장...차별화된 체험으로 활로 모색

“차를 타고 몇 시간을 달려도 끝없이 보이는 대평원, 아몬드와 오렌지, 포도가 자라는 광활한 대지의 캘리포니아는 분명 신이 내린 축복의 땅이었습니다.”
생활개선중앙연합회(회장 이미자)는 4월 1일부터 8일까지 8일 동안 우수농업인 해외선진농업연수를 미서부 일원으로 다녀왔다.
하지만 미 서부 일원은 기후변화로 인한 물 부족이 심각한 상황이었다. 겨우내 내린 비를 담수해 일년 농사에 사용하지만 3년째 겨울 가뭄이 심해서 농사를 포기하고 버려지는 땅들도 생겨날 정도다.
“NO, WATER, NO JOB"을 빨간 글씨로 내붙인 농부들의 스트라이크 현장이 얼마나 물 부족이 심한지를 여실히 보여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광활한 대지의 과실 나무마다에 연결된 물관들, 그속에서 태양을 받으며 익어가는 과실들, 100개의 트레일러를 연결해 농산물을 운송하는 원 마일 트레일의 위용은 전 세계 쇠고기의 25%, 곡물 20% 우유 20%를 생산하는 농업강국 미국을 느끼기에 충분했다.회원들은 미국농업의 좀 더 많은 것을 보고 느끼기 위해 새벽마다 기상하는 바쁜 일정을 소화하며 미국 농업의 추세를 둘러봤다. LA의 상설 파머스마켓과 샌프란시스코의 임시 파머스마켓, 그리고 여성이 주도하는 미국의 체험농장인 애플밸리에 위치한 플립플럽 랜치의 농장주인 세리나를 만나 이야기를 나눴다. 또한 프레즈노카운티 농업국을 방문해 캘리포니아의 전반적인 농업현황을 살폈다. 300여개의 와이너리가 있는 나파밸리의 와이너리, 그중에서도 가장 오랜 역사를 지닌 베린저 와이너리를 견학하며 역사와 스토리가 있는 농업에 감탄하기도 했다.

▲직거래 파머스마켓의 활성화
전성기를 맞고 있는 미국의 파머스마켓을 찾았다. 우리나라가 유통 혁신으로 직거래 활성화 등 다양한 유통 경로의 확산을 꾀하는 것의 한 가지 모델이 될 수 있다. 상설 파머스마켓인 LA의 길모어파머스마켓과 샌프란시스코의 시청 앞의 임시 장터의 모습은 우리나라의 전통시장의 부활의 예고편을 방불케 했다.
LA파머스마켓... 경쟁력있는 전통시장
많은 관광객이 찾는 미국의 전통시장이다. 농민이 직접 수확한 각종 과일과 채소를 직접 가지고 나와서 팔면서 형성된 LA 코리아타운 인근의 정겨운 상설시장이다.
산지 생산자와 직거래를 통해 중간 유통단계를 없애고 소비자에게 산지의 신선식품을 합리적으로 제공하는 새로운 형태의 재래시장으로 자리매김했다.
이곳의 내부는 미로처럼 얽혀있지만 다양한 과일과 채소와 각종 향신료와 세계각국의 저장식품, 기념품, 그리고 오밀조밀한 푸드코트까지 갖추고 소비자들의 신선한 식품구입 욕구를 만족시켜주고 있다.

샌프란시스코 시청앞 장터
미국의 파머스마켓은 한국의 전통시장이 대형마트에 밀리는 것과 비교해 활성화의 길을 걷고 있다. 미국은 주정부나 농업인 도시민 등이 참여한 비영리단체가 마켓을 자발적으로 운영하는 게 특징이며 파머스마켓은 미국 전역에서 20년 새 1755곳에서 8144곳으로 양적 팽창을 보이고 있다.
정직한 맛과 청정한 자연을 찾는 사람들은 매주 수요일과 토요일 9시에 개장하는 이곳의 시청앞 파머스마켓을 찾는다. 꽃과 채소 등 신선한 허브다발과 직접 가공한 우유와 치즈 등 농민들이 각종 유기농 농산물을 이곳에서 판매하고 있다. 이곳의 농부들은 개인농장에서 재배한 수확물을 바로 들고 나오기에 품질에는 자부심이 대단하다. 이곳은 관광객 보단 현지인을 위한 시장으로 현지인의 소박한 시장풍토를 엿볼 수 있다.

▲젊은 층이 더 식품 안전에 민감
홀푸드마켓... 가격은 비싸도
안전한 먹거리 선호

“이곳에 들어서니 향기가 다르네요” 직접 유기농업을 하는 전양순 전남도연합회장의 말이다. 저녁 늦은 시간이었지만 유기농 전문판매장인 LA시내의 홀푸드마켓은 저녁식사를 준비하는 사람들이 붐볐다. 물건 중에는 일반제품과의 가격이 10배나 차이가 나는 것도 있었지만 가격보다는 품질을 따지며 유기농을 선호하는 수요층이 폭 넓게 형성돼 있었다.
“잘 키우면 경쟁력이 있다”고 회원들은 이구동성 감탄했다. 매장의 진열상태도 색달랐다. 각종 쌀을 원하는 만큼만 저울에 달아서 판매하고, 과일 역시 개수가 아닌 중량 단위로 판매된다.
가격이 비싸도 신뢰하는 소비자가 두터운 시장이 형성돼 도시마다 유기농전문매장이 있다는 것은 부러운 현실 중 하나였다.

▲여성이 선도하는 미국의 체험농장
세리나의 동물 체험농장
캘리포니아는 식당에서 손님에게 마실 물을 먼저 내놓지 않는 게 지금의 현실이다. 물론 농사를 위한 물 지원도 끊겼다. 넓은 농경지를 뒤로하고 떠나는 농민들이 많아지고 일손이 없어 농사에 애를 먹기는 우리나라 농업현실과 비슷하다.
선조들이 1600년경 유럽에서 미국으로 이주해 10대째 농업에 종사하는 세리나는 가공판매와 체험으로 농장을 지키고 있다.
플럼을 가공해 잼을 만들어 팔고 동물체험 농장과 수제햄 만들기 등의 민박 운영으로 농업의 활력을 찾고 있었다. 무엇보다 세리나는 수확은 적어도 제값을 받을 수 있는 유기농업을 하고 있었다.
“비록 정부의 유기인증을 받지는 못했지만 우리 농장이 유기농인 것을 소비자는 알고 있다”는 자부심으로 유기농업에 도전한다. 5년 전부터 정부의 농업에 대한 지원사업이 중단되고 이곳 애플밸리도 대체 농작물로 바뀌고 있는 추세이고, 농업용수 조차 돈 주고 사는 형편이어서 대농장을 제외한 작은 농장은 살아남기 힘든 현실이다.
세리나는 가족들과 함께 염소 젖 짜기, 닭 잡기 체험 등 농장주를 꿈꾸는 미국 어린이들의 가족 단위 체험객으로 농장에 활력을 주고 있다.
“농부는 유기농이 무척 힘들다. 하지만 환경과 건강을 생각해 유기농을 하고 있다.”
농장주 세리나의 유기농에 임하는 자세를 이렇게 들려줬다.
물론 캘리포니아 주정부는 소규모 가공을 장려해 세리나는 특별한 시설 없이도 집에서 가공제품을 생산한다.
미국 농업의 현장을 들러본 후 이미자 생활개선중앙연합회장은 “미국에서도 농업의 6차산업에 여성의 힘이 꼭 필요하다는 것을 느꼈다”고 소감을 밝혔다. <다음호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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