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경자 21세기여성정치연합 부회장

▲ 오경자 21세기여성정치연합 부회장

"6.4지방선거에서 여성들이
‘표’라는 보검을 사용해
여성 자신의 삶을 경영해야"

올해는 아무리 신경을 딴 곳으로 돌리려 해도 이내 정치화두로 돌아가곤 한다. 6.4 지방선거에 거는 국민의 기대가 크기 때문인 듯하다. 어찌 보면 좋은 현상이다. 정치야말로 바로 나의 운명을 좌우하는 중요한 부문인데 사람들은 곧잘 얼굴을 찡그리며 외면하려하는 경향이 짙다. 이것이야말로 큰 바보짓이다. 나의 문제를 남의 손에 맡겨놓는 현상과 같은 것이 바로 정치에 대한 무관심이어서 그렇다.
어렵사리 얻어낸 지금의 할당제는 동수참여에 비하면 말도 안 되는 수준이지만 우선 그 정도에서라도 출발해 한 걸음 씩 나가보자는 뜻에서 우리 여성들은 그런대로 추이를 지켜보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그런데 이번 6.4 지방선거의 후보 추천 문제를 놓고 벌어지고 있는 정치권의 행태는 여성들의 입장에서 볼 때 심히 유감스럽고 걱정스럽기 그지없다.
집안의 어른이 누구를 찍으라면 온 식구들이 찍던 시대도 거쳤던 우리나라가 유권자의식이 높아지면서 이제 여성들이 자신들의 의지로 찍을 대상을 정하는 세상이 되면서부터 정치인들은 여성들에게 감미로운 약속을 하기 시작했다. 그래서 할당제의 도입도 그런 맥락에서 이루어진 업적이다. 그런데 그동안 약속을 안 지켜도 별로 불이익을 받지 않는다는 사실을 알게 된 정치권은 약속을 잘 기억하지도 않는 분위기였다. .
여성들의 정치참여확대 요구는 여성들의 집단이기주의적 발상이 아니다. 이렇게 보는 것은 그야말로 소아병적인 시각이다. 요즘 남성들과 일부 여성들 입에서 쉽게 흘러나오는 말이 ‘여성들이 무엇을 더 원하는가? 이제 여기서 무얼 더 가져야 한다는 말인가? 욕심이 지나치다.’ 하는 것이다. 과연 그럴까? 양성평등 자체가 마땅치 않다는 시각이 아니라면 나올 수 없는 망발이다. 이제 겨우 여성을 똑같은 구성원으로 보아야 한다니까 할 수 없이 그렇게 보려고 노력하는 정도가 우리나라 양성평등의 수준이다. 그중에서도 정치권은 앞에서만 그런 척 하고 돌아서기만 하면 웃긴다고 코웃음 치는 수준이라면 너무 과한 말이 되려나 모르겠지만 아무리 봐도 그런 수준으로 밖에 안 보인다.
여성의 정치참여 확대는 여성만을 위해 필요한 것이 아니다. 여성들이 자리가 탐나 남성들의 영역을 갉아 먹는 것은 더 더욱 아니다. 우리 모두의 삶의 문제를 해결해 나가야 하는 정치를 한쪽의 성에게만 맡기는 것이 어물성설이기 때문이다. 세상이 남녀 양성으로 구성되었기에 모든 일의 결정과 실천에 양성이 고르게 참여해야 온전한 결정도 나오고 실행단계에서도 무리 없이 소기의 목적을 달성하기 쉽기 때문이다. 게다가 지방자치 선거는 바로 우리 생활현장에 직결되는 문제를 맡아서 일해야 하는 특성 때문에 반드시 여성의 대거 참여가 필요한 것이다.
두 달 여 앞으로 다가 온 6.4 지방선거는 반드시 여성할당제의 그동안 약속을 성실히 지켜서 여성들의 정치참여확대를 실질적으로 이루어 낼 수 있도록 정당들은 혼신의 노력을 다해야 한다. 하루속히 가시적인 대책을 내 놓아야 여성유권자의 마음을 살 수 있다는 것을 명심하기 바란다. 민주주의의 꽃이 선거라면 선거는 표가 꽃이다. 여성들이 그동안 보검을 보검으로 모르고 잘 쓰지 못했던 이 표라는 보검을 이번 6.4 지방선거에서는 진정 보검으로 사용해서 자신의 삶을 자신이 경영하는 주인이 돼야 한다.
우선 여성전략공천지역을 농촌으로 대폭 확대해서 농촌발전을 위해 헌신해온 여성 농업인들의 대표를 부지런히 찾아내고 후보로 발탁하는 쾌거를 이루어내는 곳에 여성들의 유권자 주권이 따라 움직일 것임을 귀띔 해주는 이 지면의 충고를 허술히 듣지 말 것을 엄중히 경고해 둔다.
이제 농촌은 여성농업인의 손에 맡겨보라, 후회하지 않을 것이라는 외침을 우선 우리 여성들 스스로에게 던지며 서둘러 여성 후보를 발굴하라는 권고를 겸허히 받아들이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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