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천군, 외딴마을 노인들의 착한 발 ‘희망택시’

‘100원 택시’, 서천군이 전국최초로 도입
부족분은 군에서 보조…버스보다 예산 절감
농촌형 맞춤복지로 타지자체서 벤치마킹

충남 서천군 종천면 지석리 마을회관 앞. 백발의 어르신들이 삼삼오오 모여앉아 택시를 기다린다. 이옥규(78) 할머니는 “삼거리에 시내버스 타는 데까지 걸어가려면 두어 번을 쉬었다 갔는데, 택시가 생겨서 참 편해. 세상 참 좋아졌어. 오늘도 병원에 가는데 이번 주에만 벌써 3번째 물리치료를 받는 거야.”라며 불편한 허리를 두드린다.
“당연히 좋지. 말이라고 해. 그전에는 꿈도 못 꿨어. 노인대학이랑 장날이랑 일주일에 2번은 꼭 읍내에 나가야 되는데 희망택시가 생겨서 참 편해. 올 때가 더 좋아. 장을 보면 한 보따리인데 택시기사가 보따리도 들어다 주고 이제 장날에도 걱정 없어. 이거 군청이 진짜 잘했어.” 택시를 기다리는 지순희(80) 할머니도 말을 보탰다.

한달 주기로 택시운행표 작성
서천군에는 버스가 들어가지 않는 오지마을이 많다. 이에 서천군은 버스 혜택을 받지 못하는 농촌 오지마을 주민의 이동 편의를 도모하기 위해 23개 마을에 ‘요금 100원 희망 택시’ 사업을 전국 최초로 시행하고 있다.
외딴 마을인데다 도로도 좁은 탓에 농어촌 버스도 다니지 못하는 마을의 주민들은 희망택시가 생기기 전까지는 한겨울 빙판길, 한여름 뙤약볕에도 산길을 걷거나 비싼 요금을 주고 콜택시를 이용해야 했다. 하지만 서천군 주민들은 ‘희망택시’ 덕에 이 불편에서 벗어나게 됐다.
희망택시는 마을 주민들과 개인택시 기사가 시간표를 만들어 운행된다. 먼저 주민들이 마을별 전담 택시기사 1명을 선택하고, 택시를 이용할 주민 4명이 한 그룹을 이룬다. 각 그룹은 탑승 날짜와 시각을 미리 정해 1개월간의 택시 운행시간표를 작성하고 나눠 갖는다. 택시기사는 주민들이 요청한 시간대에 맞춰 희망택시를 몰고 온다.
택시 요금은 4명이 합쳐 면소재지인 5㎞까지는 100원, 11㎞ 떨어진 군청 소재지까지는 1인당 1천300원이다. 이 금액은 서울·경기지역 택시의 기본요금인 3천 원의 절반도 채 되지 않는 금액이다. 주민들이 택시요금을 지불한 나머지는 군청이 매달 운행일지를 확인하고 마을 이장을 통해 담당 택시기사에게 전달한다.

버스대비 예산도 2/3 절감
이렇게 운행되는 서천군의 희망택시는 주민들이 직접 기사를 선정하기 때문에 주민만족도가 매우 높다. 또한 비수익 노선버스를 운행할 때 약 2억5천만 원이던 지원금이 현재는 약 7천만 원으로 2/3이상이 절감되는 등 군도 예산을 효율적으로 사용할 수 있게 됐다. 뿐만 아니라 희망택시 덕에 서천군이 농촌 교통복지 1번로 전국에 알려져 1석3조의 효과를 가져왔다.
지석리가 고향인 택시기자 김조겸(71) 씨는 “허리가 굽은 노인네들이 읍내 나가는 것 자체가 쉬운 일이 아니지. 게다가 장날이면 한 보따리를 짊어지고 오느라 힘든데 이제 택시를 이용하니까 좋아들 하시지. 일이라고 생각하는 것보다 동네 주민, 노인들을 돕는다고 생각해서 힘들지 않아.”라고 말한다.

농촌 교통복지정책 롤모델
서천군 지석리 노인회장인 김기득(75) 할아버지는 “희망택시, 뭐 어떻게 더 발전시킬 것도 없어요. 노인들이 얼마나 편해졌는데. 지금처럼만 계속 해줬으면 좋겠어.”라고 웃는다.
시동을 켠 지 9개월이 된 희망택시는 운행 마을도 늘려나가고 있다. 지난해 6월 16개 마을로 시작해 현재는 23개 마을을 대상으로 운행되고 있으며, 지난 9개월간 19,464명의 주민들이 이용했다.
향후 서천군은 조례를 개정해 농어촌버스가 하루 2차례 가량 운행되는 지역까지 포함해 30개 마을로 희망택시를 확대 운영할 계획이다.
서천군의 ‘희망택시’ 사업은 전국 각 지자체지에서 벤치마킹되고 있으며, 6·4지방선거 예비출마자들이 공약으로 내세우는 등 인구 감소와 고령화로 대중교통 운영난을 겪는 농어촌 지역 교통복지정책의 롤모델이 되고 있다.
농림축산식품부도 올해 대중교통이 취약한 10개 시·군을 선정해 서천군의 희망택시와 같은 커뮤니티 중심의 교통모델을 확산시키는 ‘농촌형 교통모델 발굴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농식품부는 지난 7일까지 사업공모 신청을 받았으며, 이번 달 말쯤 지원대상자를 최종 선종해 발표할 계획인데, 선정된 10개 시·군은 2년간 총 10억 원의 예산을 지원받는다.
희망택시는 이제 서천군을 넘어 전국의 농어촌지역 주민들의 발이 돼 달릴 예정이다.
 

■ 미니인터뷰 - 서천군청 황인귀 계장

 

 

“‘희망택시’는 복지서천의 자랑”
희망택시 사업이 없다면 택시를 이용해서 노인들이 병원이나 시장에 가는 게 쉬운 일이 아닙니다. 일반버스의 약 10배의 가격이라 택시를 이용하는 것 자체가 노인들에게는 큰 부담이죠. 그런데 지금은 본인들이 직접 정한 시간표를 이용해 기사님들이 짐도 들어주고 있어요. 노인이나 장애인 같은 사회적 약자들에게 큰 도움이 되고 있습니다.
우리 서천군이 전국 최초로 ‘희망택시’ 사업을 시행해 교통복지 사각지대의 문제를 해결하게 돼 기쁩니다.
서천군은 이 외에도 치매?노인병 등을 앓고 있는 환자들이 저렴한 가격으로 장기 입원해 요양할 수 있는 ‘서천군립 노인요양병원’을 운영하는 등 지역주민들의 복지증진에 앞장서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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