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비자단체협의회, AI 사전예방과 사후처리, 국가적 손실·대책 논의

환경․시민단체… 철새가 AI 원인, 과학적 근거 없다
비위생적인 밀집사육․체계적인 역학조사시스템 부재
전문가들… 닭․오리농가 살처분 농가 피해 커
지속적 농가관리 등 체계가 먼저 이뤄져야

지난 1월 16일 전북 고창에서 시작된 AI로 인해 3월 26일까지 1162만 마리가 넘는 닭과 오리가 살처분됐다. 농림축산식품부가 집계한 자료를 보면 금번 H5N8는 전북, 전남, 충남, 충북, 경기, 인천, 강원 등지에서 36건 검출됐으며, 464농가의 닭과 오리가 살처분됐다. 

 특히 금번에 발생된 H5N8는 국내 첫 발생된 AI로 2010년 중국에서 발생된 H5N8와 유사하며, 그동안 조류인플루엔자 발생 시 피해가 적었던 오리농가에서 발견됨에 따라 오리병원성이 높다고 전문가들은 진단한다.

건국대학교 수의과대학 송창선 교수는 “이번 AI는 야생조류 이동에 다른 주변국 유래 바이러스가 국내에 유입됐을 가능성이 크다.”며, “철새이동 경로 상에 위치하는 오리농가의 증가와 개별농가의 방역 허술이 피해를 가중시켰다.”고 말한다. 그는 논바닥 위의 사육시설 설치 등으로 오리와 철새의 접촉가능성이 큰 만큼, 오리농가의 AI 방역강화는 물론 철새도래지 인근 농경지 사육농가의 이주를 검토해봐야 할 것이라 강조했다. 

 송 교수는 지난달 28일 서울YWCA 마루에서 진행된 ‘조류인플루엔자(AI) 진단과 대책 마련 토론회’에서 이같이 말하며, AI의 예방적 살처분으로 정부의 막대한 비용 부담은 물론 축산농가의 생존에 많은 문제점을 노출하고 있는 상황에 지속가능한 해결방안을 시급히 모색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이날 토론자로 나선 한국물새네트워크 주용기 이사는 철새가 고병원성 AI의 매개체라는 정부의 발표는 과학적 근거가 미흡하다며, 다양한 감염 경로에 대한 조사가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다시 말해 야생조류에서 HPAI가 검출된 것은 특정한 상황의 오염된 환경에 노출된 결과에서 비롯될 수 있다는 시각이며 고밀도 사육 환경에서 바이러스 증폭이 이뤄지는 것으로 인식되고 있는 만큼 사육 밀도에 대한 과학적인 검토가 요구된다고 지적했다. 

 주 이사는 “농식품부는 지난 2003년 AI가 처음 발생했을 때부터 발생 원인을 야생조류로 추정했지만 구체적인 과학적 자료를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그는 이와 함께 방역 대응 단계에 대한 문제점도 지적했다.  “H5N8형은 지난 1983년 아일랜드에서 처음 확인된 이후 중국 가금시장에서 한개 바이러스가 검출된 것을 제외하고는 국제적으로도 야생조류에서 확인된 보고가 없다.”며, “야생조류에 의해 국내로 바이러스가 유입됐다는 역학조사위원회의 발표는 타당성이 미약하다.”고 지적했다. 

 또 다른 토론자인 환경안전건강연구소 김정수 소장은 무엇보다 정부의 AI대응방식에 문제가 있다고 말했다. 김 소장은 “철새를 중심으로 한 방역체계는 사실과 맞지 않기 때문에 효과를 볼 수 없다.”며, “가축사육환경의 물리적, 화학적, 생물학적 환경에 대한 종합적인 검토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예방적 살처분은 미국이나 유럽 등 선진국에서 시행해온 방식인데 우리나라는 발생주기, 사육 밀집도, 농장간 거리 등 조건이 전혀 다른데도 무작정 도입하고 있다.”며, “예방적 살처분 대신 조기출하 할 수 있는 시스템을 강구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철새를 AI 발생의 원인으로 보는 시각에 대해서도 이견이 있다. 정부는 이번 AI확산이 기본적으로 철새에 의해 묻어온 바이러스가 주변 닭과 오리에게 옮겨진 것으로 규정한 상태.

 이날 대부분의 토론자들은 “정부가 철새를 주요 원인으로 지목하는 것부터 잘못됐다.”며, “AI 발생 가능성을 자꾸 외부에서 찾다 보니 비위생적인 밀집사육, 체계적인 역학조사시스템 부재 등 내부요인에 대해서는 검토를 하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AI원인이 무엇이든, 예방적 살처분이 옳든 아니든, 어쨌든 지금 방식보다는 좀 더 개선된 진단과 대응이 모색되어야 하는 것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농림축산식품부 방역관리과 홍기성 사무관은 “AI 상황이 진정되는 대로 전문가와 생산자단체의 의견을 수렴해 ‘철새대응체계 구축, 농가․지역별 방역체계 강화, 사육환경 개선’ 등 법․제도 개편 마련에 근본적인 방역개선 방안을 마련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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