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업이 미래다’②경상남도 편 · 곤충산업

국내외 곤충 관련 학술자료 수집…사양연구 의뢰
밀웜 사료화·식용화 위해 부단히 관련업체 노크
전국적인 곤충생태교육장으로 키우는 게 꿈

곤충이 라면 스프의 재료가 되고, 빵과 과자의 첨가물이 된다. 장수풍뎅이가 아동들의 애완·학습교재로 총애를 받는다. 그리고 심리치료의 소재가 되고, 약재(藥材)가 되고 있다. 나비가 수 백만 명의 관광객을 모으는 축제의 주인공이 되고 있다. 곤충산업의 패러다임이 혁신을 일으키고 있다. 새 지평이 열리고 있다. 경남도는 이러한 곤충산업을 농식품분야의 새로운 성장동력으로 키우기 위해 민관 협력을 통한 노력을 경주하고 있다. 경남도의 곤충산업 추진실태와 연구개발 계획을 알아본다.

▲ 고성곤충생태학교 엄화선 원장
자연사랑이 곤충산업으로 이끌어
경남 고성군 영현면의 폐교를 활용한 고성곤충생태학교. 이 학교 엄화선 원장은 곤충산업의 새 길을 열기 위해 분주히 뛰고 있다.
엄 원장은 2002년 교환교수로 연수를 가는 남편을 따라 함께 미국에 갔다. 네브래스카 사막에서 황홀한 새들의 자태를 보며 자연의 신비에 감동한 엄 원장은 자연을 가꾸겠다는 사명을 품었다. 새를 키우기로 결심한 것이다.
미국체류 1년만에 남편을 두고 홀로 귀국한 엄 원장은 귀국 후 진주에 있던 아파트를 팔고 새를 본격적으로 키우기 위해 고향인 사천으로 내려왔다. 국회의원을 지냈던 강기갑 의원의 집을 사들여 야심차게 새 사육을 시작하려는 즈음 조류인플루엔자가 발생해 새 키우기를 단념했다.
이후 엄 원장은 경남도농업기술원을 방문해 곤충담당 공무원을 만나면서 곤충산업 참여와 학습의 눈을 뜬다.

곤충산업 육성법 초안 발의
엄화선 원장의 곤충사육 입문은 나비다. 나비를 우화시켜 서울대공원에 팔았고, 나비를 팔기 위해 전남 함평의 이석형 군수도 만났다. 두 사람은 의기투합해 농민단체인 곤충산업진흥회와 전문가단체인 사단법인 한국곤충산업협회를 조직했다.
곤충산업을 체계적으로 육성할 필요를 느낀 엄 원장은 ‘곤충산업육성 및 지원에 관한 법률’ 초안을 만들었다. 곤충산업의 농업부문 진입과 소득사업으로 추진하기 위한 작전이었다. 이계진 의원의 힘을 빌려 이 법의 국회통과를 이끌어낸 엄 원장은 곤충산업을 이끄는 곤충인으로 앞장서게 된다.
그런 와중에도 엄 원장은 국내 각 대학과 농촌진흥청을 비롯한 식품회사와 식품의약품안전청 등을 찾아가 곤충사양 관련자료를 수집하며 곤충산업 발전 방안을 찾기에 힘썼다. 때로는 곤충산업 선진국인 일본·중국·대만 등을 방문해 자료를 얻어다가 한국어로 곤충교재를 펴내기도 했다.
곤충학습의 터전 ‘곤충생태학교’
엄 원장은 주위 인사 5명과 법인체를 조직, 농림축산식품부가 공모한 곤충생태원 조사사업에 응모해 선정되면서 고성곤충생태학교를 개교했다.
폐교된 영현중학교를 5년간 임대해 고성곤충생태학교의 간판을 걸었다. 10,890㎡(3,300평)의 부지에 2층 건물에는 교실이 13개나 된다. 이곳이 경남 곤충산업을 선도하고 곤충생태학습교육의 터전이 되고 있다.
운동장 한 켠의 동물사육장에 있는 미니돼지, 애완토끼, 오골계 등은 학생들의 호기심을 자극하고, 교실은 장수풍뎅이를 비롯한 애완곤충 사육실과 식용자원으로 유망한 거저리 즉 밀웜 사육실, 체험학습 교육장과 곤충표본 전시실 등으로 활용되고 있다.
엄 원장은 곤충의 식용화에 관심이 많다.
“최근 독일에서 젖소들이 뀐 방귀에 우사 지붕이 날아가는 소동이 일어났다는 언론보도가 있었지요. 애완용 조류나 파충류의 먹이로 이용되는 곤충인 밀웜(mealworm)은 그러한 방귀 소동이 전혀 없고, 더러운 배변을 하지 않아 환경오염도 걱정 없습니다. 앞으로 유용한 식용자원이 될 것이라고 확신합니다.”
엄 원장은 국내에 밀웜에 대한 자료가 거의 없어 중국으로 건너갔다. 중국어로 황분충(黃粉蟲)이라고 부르는 갈색거저리 관련 자료를 수집해와 농촌진흥청에 자료를 건네주며 사육연구를 해줄 것을 요청하기도 했다.
엄 원장은 밀웜의 식용화와 실용화를 위해 폭넓은 활동을 펼치고 있다. 국내 굴지의 식품기업을 방문해 식품 제조시 밀웜을 단백질 원료로 이용하거나 분말스프에 사용이 가능한 지 상담을 하는가 하면, 사료회사도 찾아가 동물성 사료로 개발해 줄 것을 건의하기도 했다.
한편, 건조 밀웜이 애완파충류, 거북이, 설치류의 사료로 쓰이는데, 이 밀웜사료를 중국에서 수입되고 있어 국내산 밀웜을 이용한 사료 개발을 서둘러야 한다고 엄 원장은 강조한다.
현재 밀웜은 농촌진흥청의 실증시험을 거쳐 식약처에서 식용화 여부 검증단계에 있다고 한다. 식용화가 허용되면 우선 빵과 과자에 쓰이기 시작해 본격적인 식품화가 이뤄질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그렇게 되면 밀웜의 상품가치는 크게 높아질 것으로 보고 있다.
엄 원장은 앞으로 밀웜가루가 라면스프와 빵과 과자의 단백질 원료로 공급될 것이라는 확신을 갖고 있다.

“전국최고의 곤충생태학교 만들터”
고성곤충생태학교는 2년 전 경남교육청과 고성교육지원청의 도움으로 도내 18개 초중고교와 MOU를 체결하고 체험교육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교육내용은 곤충표본 제작, 곤충식물 관찰, 아동심리치료, 나무곤충 만들기 등 다양한 이론·실습교육을 비롯해 가족체험교실도 운영하고 있다. 엄화선 원장은 고성곤충생태학교를 한국을 대표하는 명망 있는 곤충생태교육장으로 가꿀 계획이라고 포부를 밝힌다.
 

■ 현장인터뷰 - 경상남도농업기술원 강양수 기술지원국장

“국내최대 곤충체험장 건립
곤충관련 축제 개발에 주력”

경남도농업기술원은 곤충의 식용·약용자원화와 가축의 사료로 이용하는 소득모델 개발에 앞장서고 있다. 또한 곤충을 소재로 한 생태학습 교재 이용과 관광자원화를 위한 곤충산업육성에 힘을 쏟고 있다. 경남의 곤충산업 육성계획을 경남도농업기술원 강양수 기술지원국장에게 들어본다.

-곤충산업의 미래비전은?
머지않아 곤충이 우리식탁에 오를 것으로 전망한다. 농촌진흥청 연구결과에 따르면 밀웜(mealworm)이라고 불리는 ‘갈색거저리’는 쇠고기보다 탄수화물과 식이섬유·무기질이 월등히 많은 것으로 밝혀졌다. 특히 불포화지방산 함량이 쇠고기보다 50%나 많아 영양적으로 탁월한 것으로 평가됐다.
곤충은 가축사육과 비교해 오염이 전혀 없이 대량사육이 가능한 고부가가치 생명산업으로 성장할 것으로 본다. 대량 사육체제가 본격 도입될 경우 가축사료로의 이용을 거쳐 곧 식용자원으로도 이용될 것으로 기대한다.
곤충은 생태학습과 심리치료교육 등의 소재로, 그리고 관광산업 자원으로 이미 본격 이용되고 있다.

-경남도의 곤충산업 육성 현황은?
2013년 6월 현재 경남도내에는 애완학습용인 장수풍뎅이, 꽃무지, 나비류, 사슴벌레 등을 사육하는 농가가 37곳이며, 사료용 거저리 생산농가 2곳, 천적용 곤충을 생산하는 곤충사육 전업농가 등 총 42곳이 소득확보에 힘쓰고 있다.

-앞으로의 곤충산업 육성계획은?
2019년까지 5년간 총 117억 원을 투자해 도내 50개 곤충사육농가와 경영체를 집중 육성할 계획이다. 이를 위해 2013~2015년 3년에 걸쳐 총 117억4천만 원을 투입해 체험학습장 15곳을 설치·운영할 계획인데, 관광소득 증대와 일자리 창출이 이뤄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한편 올해 안에 진주지역에 국·도비 50억 원을 투입해 곤충사육과 생산, 체험학습장, 전시·판매장, 연구실 등을 갖춘 곤충자원산업화지원센터를 건립할 계획이다. 이를 통해 곤충종 다양성 확보와 이용소재 개발이 크게 기대되고 있다.
전국 규모의 곤충생태체험장 건립에도 박차를 가할 계획이다. 그 일환으로 2015년까지 의령군에 국·도비와 군비 총 50억 원을 투입해 곤충생태관과 표본전시관, 체험학습관을 갖춘 전국 규모의 곤충생태체험장을 건립할 계획이다. 이를 통해 경남을 대표하는 곤충축제 개최기반을 구축할 예정이다.
녹색곤충산업영농법인이 주축이 돼 자비 10억 원과 국·시비 2억원 등 총 12억 원을 투자해 진주수목원 인근에 곤충생태체험장을 조성할 계획이다. 이를 통해 수목원과 연계한 생태관광 활성화와 유치원, 초등학생의 방과후 체험교육장으로 활용이 기대된다.
경남을 대표하는 전국 규모의 곤충축제도 개최할 예정이다. 즉 경남 창녕 남지 유채꽃축제장에 의령군 등 3개 시·군이 공동 참여하는 곤충축제를 개최할 계획이다. 앞으로 이 축제를 함평나비축제, 무주반딧불이축제와 버금가는 곤충축제로 발전시킬 청사진을 갖고 있다.
아울러 곤충자원의 6차산업화와 시장 선점을 위한 유용곤충 육성, 곤충사육 실용기슬 보급, 연구기반 구축에도 노력해 명실공이 경남을 곤충산업의 메카로 육성할 계획이다.

저작권자 © 농촌여성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