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 다문화특별기획 - 해피투게더 :다문화여성시대 - 베트남 출신 ‘람티녹 한’ 씨

▲ 람티녹 한 씨의 ‘Q’ 소리가 당차다.
인터넷 베트남어 방송…‘베트남 목소리’
진행·선곡·취재까지 ‘팔방미인’

베트남출신으로 부산에 거주하는 람티녹 한(26) 씨는 요즘 고향나라에서 온 3만여 명의 결혼이주여성들을 위해 보람 있는 일을 한다는 생각에 하루하루가 즐겁다.
지난해부터 베트남어로 인터넷 라디오 방송을 진행하며 고향에서 온 동포들과 한국생활의 희노애락을 나눌 수 있기 때문이다.
오늘도 “큐‘를 외치며 PD의 매서운 사인을 보내는 람티녹 한 씨 이야기다.

▲ 진행자들이 진지하게 사인을 기다린다.
▲ ‘베트남 목소리’ PD로 활동하는 람티녹 한 씨.
세 아이 엄마의 PD데뷔
람티녹 한 씨가 20년 연상의 남편을 만나 한국에 온 게 꽃다운 열아홉 살 때였다.
4남매의 맏이로 17살이나 터울 진 막내까지 부모를 대신해 돌보던 람티녹 한 씨가 한국으로 떠나던 날 일에 치여 맏딸에게 잘 못해줬다는 죄책감에 부모님은 많이도 울었다고 한다.
한 씨는 한국에 와서 언어 문화 풍습 등 여러 가지 낯선 환경을 견디며 6살 딸과 5살 아들 그리고 곧 태어날 셋째까지를 육아하는 바쁜 와중에서도 자기들과 처지가 비슷한 동포출신들에게 희망을 주고자 부산에 거주하는 6명의 이주여성과 한국인 팀장으로 이루어진 팀을 결성, 인터넷 라디오 방송을 시작하기에 이른다. 라디오 진행은 이제 6개월이 약간 지났다.
“방송 다운로드는 한 달에 약 2,600회로 점점 늘어나는 추세”라며 “우리 팀 누구도 방송 일에는 문외한 이었지만 사명감 속에 일하다보니 어느덧 방송 일에 익숙해 질 정도가 됐다.”고 말한다.

방송으로 동포의 정 나눠
한 씨는 현장취재 대본작성 진행조율 음악선곡 등 방송 전 분야를 리드한다.
한 씨는 동생 후엔 씨(23)와 함께 생활하는데 후엔 씨는 한 씨의 든든한 동반자이자 버팀목이 되고 있다. 자매는 동포가정 취재도 함께하며 같은 어려움을 겪어온 이주여성들의 애환을 듣고 이를 방송하고 청취자와 공감을 나눈다.
고향 음식을 함께 민들어 먹는 것은 취재의 또 다른 보너스다.
같은 이주여성들로부터 한 결 같이 듣는 말은 초기정착의 어려움이다.
“1, 2년을 거의 밖으로 나가지도 못해봤다고 이야기하는 분들을 만나고 오면 정말 마음이 아프다. 나도 똑 같은 생활을 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전국방송 넘어 해외까지
나이 차이가 나지만 참 다정한 남편은 전형적인 경상도 사나이로 금융업에 종사한다. 지인의 소개로 남편을 만났지만 평소 “남편은 하늘이다.”라고 강조하는 남편이 문화차이로 인해 많이 낯설었다. “그런 말을 들으면 그럼 하늘에 가서 사세요.”라고 했다며 “잘못 들으면 큰일 나는 의미인지도 모르고 그랬다.”며 활짝 웃는다.
허소희 베트남 목소리 제작팀장은 “이 분들이 마음껏 이야기하고 소통하는 공간으로 이 프로그램은 너무나 소중하다고 여겨진다.”고 말한다.
한 씨는 “인터넷으로 방송되기에 제삿날 모인 친척들과 함께 고향 어머니가 우리 방송을 듣고 엄청 우셨다는 이야기를 들도 저도 울었다.”며 “이제 외국에서도 우리 방송을 듣는구나” 하는 생각에 가슴이 뿌듯하다.”고 말했다.
한 씨는 또 “사실 아직까지 우리를 좀 무시하고 차가운 시선으로 보시는 분들도 있지만 사람은 다 똑같다는 이야기를 하고 싶다.”고 말했다.
일주일에 한 번 진행되는 ‘베트남 목소리’는 이제 한국의 부산지역과 우리나라 전역의 베트남 이주여성을 넘어 고향 베트남에까지 울리는 사랑의 목소리들이다.

저작권자 © 농촌여성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