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업이 미래다’②경상남도 편 / 약초 산업

▲ 경남 함양에 위치한 경남도농업기술원 산하 약초시험사업장 전경.

국내외 건강기능식품시장 급속히 신장
지리산 낀 경남, 약초산업 활성화 선도
2015년 최신설비 약초종자보급센터 설립

국민소득이 높아짐에 따라 웰빙을 추구하는 것과 발맞춰 한약재에 대한 관심도 커지고 있다. 경남은 약초의 보고(寶庫)인 지리산과 접해 있다. 그리고 지난해 성황리에 열린 ‘산청세계전통의약엑스포’를 통해 많은 국내외 관계자들의 발길이 경남으로 향하는 등 경남의 약초산업이 크게 주목받고 있다. 이 같은 경남의 약초산업 현황에 대해 경남도농업기술원 산하의 약초시험사업장 김만배 약초연구팀장에게 들어봤다.

▲ 경남도농업기술원 약초시험사업장 김만배 약초연구팀장.
세계 건강식품 10%씩 성장
약용작물은 이름 그대로 약용뿐만 아니라 건강에 관심이 커짐에 따라 식품으로 이용하는 비중이 30%로 늘고 있다. 국내 한약재시장 규모가 2008년 340억 원이었던 것이 2010년에는 370억 원, 2012년 610억 원으로 5년 새 거의 2배로 늘어나는 상황이다.
최근에는 특히 치료보다 예방의학에 관심이 높아지면서 소비자들이 한약재를 직접 구입해 집에서 맞춤형 식의약품 소재로 이용하는 경향이 갈수록 증가하고 있다. 세계시장도 이에 발맞춰 한의약의 패러다임이 크게 변하고 있다. 동·서 의학의 통합추세가 빠르게 진행되면서 세계 건강기능식품 시장은 향후 10년간 매년 10%씩 성장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이에 따른 세계약용작물의 시장규모도 1999년 1천280억 불에서 2002년 2천23억 불, 2007년 3천771억 불로 커졌다.

전업·부업화 유리해 재배면적 급증
이 같은 상황에서 경남 약용작물산업의 변화와 앞으로의 대응과제에 대해 김만배 팀장은 이렇게 밝혔다.
“경남은 지리산이 있어 약용작물 재배가 유리한 지역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경작지가 많아 농민들이 산지를 이용해 약용작물을 재배하는 것에 관심이 적었습니다. 약용작물재배의 불모지였지요. 그러나 최근 국민소득이 높아짐에 따라 약용작물 재배면적이 10배로 급증해 현재는 850㏊로 늘어났지요. 재배 농가수도 전업농가는 20~30%에 불과하지만 분업형 재배농가가 5천여 호로 증가하고 있습니다. 특히 약용작물은 부업화에 유리하고 전업화도 쉽고 소득이 좋아 최근 급증하는 귀농인에게는 약용재배기술이 필수교육으로 대두되고 있습니다. 귀농인들은 약용작물을 재배·수확하고 직접 가공해 지인들을 통한 판매가 유리하므로 약용작물 재배기술 교육에 관심이 높습니다.”

2015년께 종자보급센터 건립
이에 따라 경남 약초시험사업장은 귀농인을 중심으로 약초종자 보급을 지원하기 위한 약용작물 종자보급센터 설치를 서두르고 있다. 30억 원의 예산을 확보해 지난해부터 2015년까지 벤로형 유리온실 4동과 부대시설 660㎡를 조성할 계획이다. 2015년에는 채종포를 조성하는 한편 발아시험기와 진공 종자포장기 등 장비를 갖춰 종자 증식에 박차를 가할 계획이다.
김만배 팀장은 종자보급센터가 문을 열게 되면 1단계로 백도라지와 오미자를 비롯한 약용작물의 연구를 보강할 계획이다. 그리고 지리산 특산 약초인 지리터리풀, 지리바꽃 등을 증식해 시중가격의 50~80%인 염가로 공급할 계획이다. 또한 향후 10년간 약초를 2천600만주, 재배면적은 150㏊로 확대해 나갈 예정이다.
도라지와 오미자 등의 품종 퇴화와 수량성 저하를 막기 위한 연구에도 주력하고, 수확 일손을 덜기 위한 수확기 조절 조·중·만생 품종 개발과 고품질 품종 선발에도 최선을 다하겠다는 각오다.

270개 처방의 백도라지, 가격 보장
약초 중 ‘고본’은 1근에 1천 원 밖에 못 받던 것이 최근에는 1만 원을 호가하는 고가작물로 인기가 높다고 김 팀장은 말한다. 당귀, 천궁, 복분자, 오미자, 더덕, 백도라지, 마 등은 베스트셀러 약용작물이라며 농민들이 재배에 관심을 가질만하다고 강조한다.
특히 식용·약용 겸하는 작물로 270여 가지의 처방을 가진 백도라지는 환경오염에 따른 기관지 치료에 쓰임에 따라 가격 안정이 보장되는 작물이라고 말한다.
한편, 김 팀장은 전국을 돌며 둥굴레 품종도 다수 수집했다고 한다. 수집한 둥굴레 중 좋은 품종을 선발, 교배를 통해 ‘건강백세’라는 품종을 등록하기도 했다. 또한 들국화인 산국(山菊) ‘상쾌’, 감국(甘菊) ‘만향’, ‘금향’ 등 김 팀장이 품종등록을 한 작물도 여러 가지다.

지역 활력화 견인하는 약용작물
김만배 팀장은 지난해 안정행정부가 주관한 민원봉사대상을 수상했다. 약용작물을 이용한 지역소득개발 특화사업을 추진해 열심히 현장지원에 나선 것이 민원봉사대상 수상의 밑거름이 된 것이다.
이 사업은 함양군 백전면 하고초마을에 밀원(蜜源)이 풍부한 꿀풀을 재배하는 사업이었다. 김 팀장은 마을이장과 함께 주민을 설득해 5천여 평 논에 꿀풀을 심도록 했다. 꿀풀에 항암성분이 있는 것으로 알려지면서 일반 꿀보다 가격이 세 배나 높은 7만5천 원을 받는 큰 사건(?)이 일어났다. 이 소식이 전국적으로 뉴스를 타면서 사업 2~3년차에는 마을 논 전체에 꿀풀을 심어 마을축제까지 벌이는 등 하고초마을을 부자마을로 만들어냈다.
김 팀장은 또한 산청군 생초면 논 660,000㎡(20만평) 중 가운데 평지 논 99,000㎡(3만평)을 네모반듯하게 구획정리 하고, 작약꽃길을 조성해 아름다운 경관을 연출해내기도 했다. 이를 통해 작약축제, 산청의약엑스포 등을 동시에 개최해 많은 관광객을 유치했다.

전문가와 상의해 작목 선택해야
끝으로 김만배 팀장은 약용작물재배 성공하기 위한 가이드를 몇 가지 제시했다.
“우선, 마음과 몸을 다스릴 수 있는 친환경약초를 재배해야 합니다. 그리고 판로가 확실한지 전문가나 판매상과 협의해 작목을 선택해야 합니다. 작목은 농약을 적게 쓰는 참죽나무와 같이 친환경작목을 선택하는 것이 유리하고, 식용을 겸하는 채소가 될 만한 작물을 재배하는 것이 바람직합니다. 특히 접근성이 유리한 관광지와 연계할 수 있는 작물을 선택하고, 정부지원을 받을 수 있는 안정적인 법인체를 구성해 재배에 참여하는 것이 좋습니다.”

■ 현장인터뷰 - 경남 거창군 남상면 둔동리 수기농원 박동윤 대표

“친환경유기재배로 단골 3천명 확보”

오미자·복분자
생과 주문 폭주…
안정적인 농사 경영

박 대표는 12년 전 33,000㎡(1만평)에 복분자를 재배했지만 농사일이 많아 16,500㎡(5천평)으로 줄였다고 한다. 오미자도 33,000㎡을 심었으나 2011년과 2012년 잇따른 수해로 밭이 유실돼 현재 재배규모는 23,100㎡(7천평)으로 줄었다. 산 16,500㎡(5천평)에 심은 독활(땅두릅)은 수요가 늘어나면서 33,000㎡(1만평)으로 늘렸다.
국민소득 증가로 건강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현재 오미자와 복분자는 주문이 폭주하고 있다고 박 대표는 말한다. 특히 가공품보다 생과 주문이 많다고. 주문을 다 소화하지 못할 정도로 오미자와 복분자의 인기는 폭발적이어서 농사도 안정적이라고 박 대표는 자랑한다.
박 대표는 25년간 농약을 사용하지 않는 친환경 유기농업을 고집해 왔다고 한다.
“약용작물을 25년간 재배해오면서 약용이기에 농약을 치지 않겠다는 신념과 철학으로 농사를 지어왔습니다. 인건비가 많이 들더라도 농약을 전혀 치지 않는데, 그래서 수확량은 관행농가보다 적습니다. 농약을 치지 않은 친환경 농산물이기에 값을 더 받아야 하지만 실상은 그렇지 못해 고민도 많습니다. 그래도 농약을 치지 않는 것을 지켜봐온 우리 농장의 인부들이 도시에 나간 친지들에게 우리 농장 물건을 입소문으로 추천하면서 물건 파는 데는 전혀 걱정이 없습니다. 그간 단골고객 3천여 명 확보하고 있습니다.”
박 대표는 일손 구하기가 힘들고 인건비도 계속 오르는데다 일도 탐탁지 않아 속상하다고 토로한다. “요즘 들어 친환경재배를 해온 것 많이 후회되기도 합니다. 정부에서 무농약 친환경농산물이 제값을 받을 수 있는 대책을 세워줘야 합니다.”
박 대표는 하루에 8~10명 인부를 타지에서 데려오는데, 일당 5만원에 중식과 새참을 두 차례 제공하면 실제 인건비 부담은 7만원에 이른다고 한다. 한 달이면 2천만 원 이상 나가는 인건비 부담이 제일 커 순소득 1억 원에 불과하다고.
“거창군에는 귀농농가가 276호에 약 500여 명 됩니다. 귀농인들이 남의 손을 빌리지 않고 부부중심의 농사를 지어 직접 가공해 도시 친지 등에게 제품을 판매하기만 해도 도시인보다 실속 있는 수입을 거둘 수 있을 것입니다. 그렇게 되기 위해 저도 열심히 기술노하우를 나눌 계획입니다.”

저작권자 © 농촌여성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