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훈동 수원예총 회장·시인

▲ 김훈동 수원예총 회장·시인

"창조경영시대
남보다 먼저 생각하고
먼저 움직이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삼일 후면 경칩이다. 들판에 아른아른거리는 햇살, 금방이라도 아지랑이가 피어오를 것 같다. 겨우내 움츠러들었던 것들이 풀리는가. 날이 환하다. 어김없이 봄은 오고, 어김없이 꽃이 핀다는 사실이 새삼 신비롭다. 농촌에도 그 신비로움이 큰 희망으로 다가왔으면 좋겠다. 아무리 겨울이 길어도 봄이 오듯, 아무리 농촌경제가 어렵더라도 희망의 불씨가 살아나도록 지혜를 모아야 한다.

창조경영시대, 창의와 상상력이 요구된다. 인간의 생각에서 위대한 것이 나온다. 상상력은 생각하는 힘이다. 논리와 현실의 차이를 꿰뚫어보는 전략적 사고가 중요하다. 닫힌 사고(思考)는 창조성을 가로막는다. 창조경영의 최고 전략은 즐거움이다. 호기심은 재미를 낳고, 재미는 즐거움을 잉태하며, 즐거움은 창조로 연결된다. 살면서 맛보는 가장 짜릿한 즐거움 중 하나는 내가 이기는 것이요, 우리가 이기는 것이다. 얼마 전에 끝난 소치 동계올림픽에서 우린 짜릿함을 맛보았다. 올림픽 슬로건은 잘 알다시피 ‘더 빠르게, 더 높게, 더 강하게’다. ‘더 빠르게’가 다른 두 가지보다 먼저 나오는 것은 의미심장하다. 이렇듯 이젠 여성농업인도 더 빠르게 움직여 영농에서도, 생활에서도 이겨야 한다. 아무리 우리 농업·농촌 환경이 어려워지고 있다고 해도 농업경영을 창조적으로 일궈 이겨내야 한다. 각종 재해에서도 통쾌한 승리의 축배를 들어야 한다. 여성농업인도 그럴 충분한 자격이 있고 능력이 있다. 행동과 실천은 누가 대신해 줄 수 없다. 물론 이 세상에 노력하지 않는 사람은 별로 없다. 누구나 땀을 쏟지만 그 양과 농도에서는 차이가 난다. 그 차이가 승패를 가른다. 다른 이들 보다 2~3배쯤 노력하는데 소득이 안 오른다고 불만의 소리가 나올 수 있다. 그걸로는 안 된다. “나는 열심히 소득을 올리기 위해 노력하는 데 왜 안 될까?”라는 물음에 답은 딱 하나다. 남보다 10배의 땀을 흘려야 한다. 남보다 먼저 움직이면 이긴다. 그러면 반드시 된다.

스피드스케이트에서는 부정출발이라는 게 있다. 출발소리가 나기도 전에 움직이면 실격당하는 룰이다. 하지만 인생에는 부정출발이 없다. 새로운 농사기법을, 새로운 생활 아이디어를 먼저 시작했다고 실격당할 리 없다. 밤을 새우더라도 다른 이들보다 먼저 배우고 먼저 실천해야 이긴다. ‘먼저’라는 말에는 보통 세 가지 의미를 지닌다. 첫째는 어느 것을 먼저하고 어느 것을 나중에 할지를 정하는 우선순위의 개념이다. 둘째는 어떤 일이 발생하기 전에 미리미리 한다는 조기예방의 개념이다. 셋째는 다른 이들보다 앞서 실행한다는 의미다. 남보다 먼저 생각하고 먼저 움직이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창조경영시대, 여성농업인이 선택할 길이다. 여성단체 활동을 할 때나 일상생활도 마찬가지다. 먼저 고마워하고 가장 먼저 상대를 칭찬해야 한다. 서로 의견 충돌이 생겨 사과할 일이 생기면 먼저 해야 한다. 상대의 사과를 받은 뒤에 사과하는 것은 반쪽짜리에 불과하다. 따지지 말고 먼저 웃고 먼저 손 내밀고 먼저 화해하고 먼저 베풀어라. 역사는 최초, 최고, 최악만을 기억한다. 최악은 하면 안 되는 것이고 그런 상황이 오면 안 된다. 최고는 물론 가능한 일이지만 마음만 먹는다고 쉽게 되는 문제는 아니다. 최초는 주관적 의지에 달렸다. 먼저 나서면 된다. 새 품목이나 품종 선택도 남보다 먼저 나서 재배하면 된다. 무엇이고 먼저 하면 능동적, 솔선수범, 자발적이고 적극적이라는 긍정적 이미지를 줄 수 있어 일거양득이다. 이렇듯 ‘먼저의 힘’은 여성농업인의 상상을 뛰어넘을 만큼 막강하다. 기회를 먼저 내 것으로 만들면 영농과 생활이 남들보다 앞서 간다는 뜻이다. 물론 집중과 몰입(沒入)이 있어야 성공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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