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 다문화특별기획 - 해피투게더 :다문화여성탐방 - 용구혜자 씨(진도·일본출신)

▲ 진도 ‘신비의 바닷길’에서 용구혜자 씨가 바쁜 일정 중 잠깐의 짬을 내 포즈를 취했다.

‘아리 아리랑~ 쓰리 쓰리랑~ 아라리가 났네~에에에’
용구혜자(57·일본명 다카구치 게이코) 씨의 구성진 진도아리랑에 관광객들의 어깨가 저절로 들썩인다. 일본출신이란 말에는 대부분 관광객이 깜짝 놀라는 표정이다.
남도의 빼어난 풍광을 자랑하는 전라남도 진도는 해마다 수많은 관광객이 찾는 관광대한민국의 명소로 꼽힌다. 진도군청 관광문화과에서 1997년부터 17년째 관광문화해설가로 일하고 있는 혜자 씨는 진도의 보배 같은 존재다.
혜자 씨의 신명나는 진도아리랑, 뚝배기같이 뜨끈뜨끈한 한국 사랑이야기다.

운명처럼 다가온 진도
혜자 씨는 1956년 일본 후지산 인근의 야마나시현 출신으로 1982년 한국으로 여행 왔다가 지금의 남편 이길삼(63) 씨를 만나 1985년 결혼했다. 처음에는 경기도 구리시에서 나름대로 행복하게 살았지만 남편의 불의의 교통사고는 혜자 씨의 삶을 완전히 바꿔놓았다. 2급장애판정을 받은 남편의 요양을 위해 ’91년 남편의 고향 진도로 귀향해서 도축장 경리일을 하며 어렵게 살 수 밖에 없었다. 몸의 반을 거의 못쓰는 남편을 대신해 경제를 책임져야 했던 혜자 씨에게 인생의 또 다른 전환점이 찾아온다. 당시 군수가 진도를 찾는 일본인관광객들을 위해 ‘관광해설사’ 직을 제안한 것이다.
그렇게 1997년부터 시작한 이일이 이제는 천직처럼 돼 벌써 17년째다.
“안정된 직장을 잡았다는 기쁨도 컸지만 아무것도 몰라 걱정은 더 컸죠. 열심히 스터디하는 수밖에 없었어요. 진도에 관한 거라면 죽기 살기로 배우려고 했죠.”

▲ 혜자씨로부터 임진왜란 유적지 설명을 듣는 일본 관광객들.
“최고해설사 되겠다” 결심
혜자 씨는 진도관광해설이라는 분야에서 최고가 되겠다는 일념으로 어마어마하다 할 정도의 다양한 자료를 축적해 왔다. 희귀한 고서는 물론 진도에 관한 수백권의 책을 소장하고 있으며 자신이 직접 찍은 진도의 비경 곳곳의 사진자료도 방대하다. 진도에 대해 공부하다보니 이 지역이 임진왜란과 이순신 장군을 빼고는 이야기가 안 되는 역사의 현장임을 알게 된다.
혜자 씨는 “진도라는 곳이 어떤 곳입니까? 이곳은 울돌목 해전 등 이순신장군이 임진왜란 때 적들을 크게 물리치며 나라를 구한 곳이지요? 당시 조선을 침범한 적들은 다름 아닌 제 조상들인데요...미묘한 심정이 들 때가 있습니다.”라며 “일본 관광객들을 모시고 다니다 보면 충무공기념비와 울돌목대첩을 설명하지 않을 수 없죠. 저는 당시 일본이 큰 잘못을 한 것이고 조선에 이순신이라는 명장이 있어 조선을 구했다고 설명합니다.”라고 말한다.

매니아층까지 생긴 블로그
열심히 일하면서 무엇보다 기쁜 것은 2004년부터 남편 이길삼 씨도 관광해설자격증을 따 함께 일하게 된 것이다.
“다시 의욕을 갖고 일하며 남편 건강도 많이 좋아지고 있습니다. 남편은 불편한 몸으로도 관광안내 블로그(http://tour.jindo.go.kr)를 직접 만들어 운영하고 있죠.”
혜자 씨가 운영하는 일본어 카페 ‘진도 이야기’(http://plaza. rakuten.co.jp/keiko54316)는 매니아 층까지 형성할 정도로 볼거리와 콘텐츠가 다양하다.
부부가 만든 진도관광안내책자는 일본 관공서와 여행사에까지 배포될 정도로 유명해졌다.
부부는 남도의 명물이 된 진도대교와 신비의 바닷길, 탁 트인 바다와 섬들이 한 눈에 보이는 삼별초 유적지 용장산성과 금갑진성, 진돗개 이야기, 다도해와 일몰이 아름다움 셋방낙조까지 진도의 아름다움을 하나라도 빠질세라 열심히 설명하고 있다. 덤으로 듣는 혜자 씨의 구성진 진도아리랑은 또 하나의 즐거움이다.

“한·일 진정한 친구됐으면”
혜자 씨는 “진도는 그 자체로 너무나 아름다운 관광지지만 1년에 3만 명 이상이 찾는 일본관광객에게 역사를 설명하고 일본의 침략행위를 알리는 것은 사명감처럼 소중한 일입니다. 임진왜란이나 한일병합같은 그늘진 역사를 딛고 양국이 정말 선린의 이웃으로 발전해 나갔으면 좋겠어요. 우리 부부처럼 말이죠.(웃음)”
혜자 씨는 어떤 한국인보다도 한국을, 전남을, 그리고 진도를 사랑하는 ‘진짜 한국인’이다.
부부는 군의 협조를 얻어 곧 블로그 영문판을 만들 예정이다.
“진도를 전 세계인에게도 널리 알려야죠.”
멀리 다도해가 내려다보이는 아름다운 여귀산에서 혜자 씨의 미소는 더욱 빛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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