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익수 충남도농업기술원 생활자원과장

▲ 한익수 충남도농업기술원 생활자원과장

국민소득 3만불시대
농촌여성들의 문화 욕구
다양한 형태로 분출

농촌에 오래 살다보면 문화가 무엇인지, 그런 생활이 무엇인지 잘 모르고 지낸다. 그도 그럴 것이 봄부터 가을까지 바쁜 농사일에 치이고, 겨울이면 하우스에서도 또 일을 한다. 그래서 ‘농촌이 삭막하다’고 말하는지 모른다.
그런데 농사를 짓지 않는 사람들은 “농민들은 왜 일만 하나? 쉴 때는 쉬고 놀기도 하면서 일하지….”라고 말한다. 또한 농촌을 떠나는 사람들은 소득이 높지 않고 교육과 문화적 환경의 열악함을 토로한다. 귀농·귀촌자들은 “시골은 공기도 맑고 깨끗한데 문화적인 갈증을 느낀다.”고 말한다.
그도 그럴 것이 시군 지역에는 극장이 하나도 없는 곳이 대부분이다. 나도 어릴 때 청양에서 학교를 다녔는데 극장이 있어서 가끔 영화도 보며 울기도 웃기도 했던 기억이 남아있다. 가수 하춘화 씨 등도 가끔씩 와서 공연을 통해 농사일에 지친 농촌사람들의 피로와 마음을 달래주기도 했다. 가끔 오는 서커스단은 시골아낙들에게 눈요기와 흥을 줬다.
그러나 지금은 이런 것 하나 없이 고요하지만 생활개선회가 중심이 돼 한 달에 한번 휴일을 만들어 영화와 연극도 보러가기도 한다. 그런가하면 농사일을 끝낸 후 밤에 악기와 춤 동아리를 만들어 열심히 배워 발표회도 갖고, 행사공연은 물론 경로당이나 불우이웃에게 재능기부를 하는 등 농촌에 새로운 활력소가 되고 있다. 국민소득 3만불시대에 농촌여성들의 문화에 대한 욕구는 다양하게 분출되고 있는 것 같다.
농촌에서 하는 행사나 발표회, 워크숍 등을 보면 식에 앞서 공연을 하거나 저녁시간을 공연이나 연주회 등으로 하는 행사가 점점 늘어나고 있다. 그런데 이런 공연의 중심에는 전문가들이 아닌 생활개선회 음악동아리가 그 중심에 있다.
충남에는 현재 생활개선회가 중심이 돼 기타를 비롯한 우크렐레, 오카리나, 난타, 플루트, 하모니카, 왈츠 등 새로운 문화의 향유가 연기처럼 뿜어져 나오고 있다. 뭔가를 배우고 싶어 하는 열정과 그것을 통해 활력소를 찾는 것이다. 생활개선회원들이 이러한 문화의 리더가 됐다는 것은 고무적인 일이다. 이러한 공연을 할 수 있는 전국적인 장을 마련해 회원들이 끼를 마음껏 발산할 수 있게 해주는 것 또한 문화를 확산할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이다.
박근혜 대통령도 취임사에서 “21세기는 문화가 주력인 시대이며 국민 개개인의 상상력이 콘텐츠가 되는 시대”라고 말했듯이 아직은 시작에 불과하지만 문화의 가치로 갈등을 치유하고 지역에서 세대나 계층간 격차를 해소해 문화가 융성할 수 있는 계기를 생활개선회가 만들어 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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