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림축산식품부·농촌여성신문 공동기획 농업의 6차산업화를 이끄는 농촌여성들

농촌여성들의 활동분야가 기존의 생산 위주에서 판매, 유통, 서비스 분야로 다양화되며 농촌의 주인공으로 나서고 있다. 또한 여성 특유의 장점을 살려 농식품가공과 체험, 음식제조, 관광 등 농업의 6차산업화를 이끌며 역량을 발휘하고 있는 농촌여성들도 늘어나고 있다. 농업의 6차산업화의 성장동력으로서 농업의 부가가치를 높이는데 앞장서고 있는 대표적인 농촌여성들을 8회에 걸쳐 시리즈로 소개한다.

▲ 전남 해남에서 제초제나 농약을 치지 않은 순 우리콩으로 전통방식 그대로 장을 만들고 있는 이승희 대표.
‘건강한 밥상 지킴이’ 자부심으로 전통 장류문화 보존에 힘써

본인의 건강 지키려는 절실한 마음에서 장 사업 시작
전통 장류의 우수성을 알리며 안전한 먹을거리 생산

직접 키운 농산물을 이용한
장류사업으로 건강 찾고 보람 얻어

해남 땅끝마을의 따뜻한 온기로 숙성된 명품장을 생산하고 있는 이승희 대표는 자신의 건강을 전통된장으로 지키려는 절실함으로 된장을 만들기 시작했다. 이제 어엿 한해 300가마의 해남산 콩을 소비하고, 연 인원 3천 명의 일자리까지 창출하고 있는 ‘해남에 다녀왔습니다’ 이승희 대표의 신명나는 농촌에서 성공한 이야기를 들어본다.

▲ 끊임없는 장에 대한 연구로 황태된장과 간장의 특허를 취득했다.
전통 된장으로 건강 지켜
“내가 스스로 선택한 농촌에서 주인공으로 살아서 행복합니다.”
겨울의 매서운 바람을 물리치고 훈훈한 바람이 가장 먼저 불어오는 땅끝마을 해남에서 고장의 이름을 딴 ‘해남에 다녀왔습니다’라는 특별한 상호로 장류 사업을 하고 있는 이승희 대표가 들려준 첫 마디다.
대흥사가 지척인 해남군 삼산면, 이 대표의 양지바른 집 앞마당에는 800여개의 장독에 된장, 간장, 고추장이 맛있게 익어간다. 남편인 박종기 씨와 함께 2만 평의 논밭을 경작해 콩, 보리, 쌀 , 마늘, 고추 등의 모든 원료를 거의 자급자족한다. 한해 300가마 쓰이는 메주콩은 수량이 모자라 지역의 농가들과 계약재배로 충당한다.
장에 쓰이는 콩은 순수한 우리콩만을 선별해 가마솥에 불을 지펴서 전통방식 그대로를 고집해 장을 담근다. 된장과 간장은 3년, 고추장은 8개월은 항아리에서 숙성시키며 햇빛과 공기를 충분히 품은 후 세상에 내놓는다.
“2001년에 암수술을 하면서 전통된장이 항암식품으로 음식만 제대로 먹으면 암을 극복할 수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어요. 내가 만든 전통 된장으로 병을 이겨내겠다는 마음에서 시작한 사업입니다.”
오로지 본인의 건강을 지키겠다는 절실함으로 시작한 장 사업. 거기에 수년간의 지속적인 연구와 개발 그리고 명품장을 생산하겠다는 이 대표의 열정이 더해져 지난해 연매출 6억을 달성했다.

“내가 농촌에 사는 이유는?”
“농사 짓고 싶어서 공부를 안했지만 농업으로 성공하기 위해 다시 공부를 시작했지요.”
이 대표는 초등학교 졸업 후 농사를 하고 싶어서 중학교에 진학하지 않았다. 하지만 제대로 된 학벌이 없으면 능력 있어도 알아주지 않는 세상에 맞서기 위해 뒤늦게 검정고시에 도전했고, 대학에 진학해 현재 전남도립대학 한국음식과 2학년에 재학 중인 학생이기도 하다.
“직접 재배한 농산물로 정성들여 음식을 만들어 나누며 먹거리의 소중함과 농부의 수고로움을 알리는 일도 농촌에 태어나고 자란 저의 소명이라 생각해요.”
이런 이유로 이곳저곳에서 강의 요청이 오고 지역의 여성농업인의 본보기가 되겠다는 일념에서 스스로를 가꾸기 위해 시간을 쪼개 선택한 만학의 길을 걷는 것이다.
무엇보다 체계적인 제품 개발을 위한 학문적인 기초도 필요했다.
“지금의 농업은 지식과 과학의 농업이라고 생각합니다. 농업의 6차산업의 방향에 공감하고 발전시켜나가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이 대표의 사업장은 현재 녹색식생활체험관으로 지정받아 전통음식체험과 식생활 예절을 가르치고 바른 식생활 운동을 펼치고 있는데 지난 한해 1천5백 명의 체험객이 다녀갔다. 농촌문화의 정서까지를 체험객에게 심어주려는 이 대표의 노력 덕분이다.
이승희 대표는 환경운동에도 관심이 많아서 고추장 된장 포장재 하나에도 신경을 쓰고 있다. 젖으면 거름이 될 수 있는 포장재 사용과 체험 행사때에도 번거럽더라도 일회용품은 일절 사용하지 않으며 실천하는 환경운동을 펼치고 있다.
게다가 미국 캐나다 등 기회 있을 때마다 선진지 연수길에 나서서 세계의 식품트렌드에 뒤처지지 않으려 애쓰고 있다.
“장독대도 주인의 숨결과 손길이 가야지만 명품장이 만들어 집니다.”
애초에 이 대표는 2천 개의 장독을 채우겠다고 목표로 세웠으나 주인의 정성을 줄 수 있는 최대 한도인 1천 개로 목표를 수정했다. 이제 200개의 장독만 더 늘리면 목표인 1천 개를 달성한다. 엄마의 야무진 손맛을 가장 많이 대물림한 둘째딸이 엄마를 돕겠다고 나서서 다행히 대를 이을 후계구도도 세워놓았다.

나랏님 건강 책임지는 청와대의 장고관리 맡고파
봄을 맞아 이 대표는 사업장 이전도 준비 중이다. 해남의 명소인 대흥사 올라가는 길 앞에 전통 한옥으로 지어진 체험공간과 숙박시설을 갖춘 공간을 마련했다.
“다문화여성을 위한 전통음식스쿨을 열었으면 해요. 다문화여성들에게 기본적인 작물재배기술의 파종과 관리교육에서 부터 우리나라 농특산물을 이용한 밥상 차리기, 그리고 식사예절까지 원스톱으로 교육할 수 있는 교육장소로 이용하고 싶어요.”
물론 해남에서만 맛볼 수 있는 음식체험장과 로컬푸드 판매장도 마련해 농업의 6차산업을 완성하는 꿈 지도도 계획 중이다.
이 대표는 조선시대의 장독대를 제대로 재현해 내고, 우리나라 장류 문화를 온전히 복원하려는 구체적 계획도 세워놓았다고 한다.
“나랏님의 밥상에 오를 청와대의 장고 관리를 이곳 물 좋고 공기 좋은 해남에서 할 수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요?”
전주 이씨인 이승희 씨가 대한민국의 대장금으로 우뚝 설 날을 기대해 본다

 ■ 나의 제언
장류 사업장은 오폐수가 적어 환경오염이 심하지 않은 사업임에도 불구하고 상수원 보호구역안에서는 제조시설 허가가 나오지 않는 점을 지적하고 싶다. 농촌여성의 창업사업이 활성화 되려면 오폐수 처리 시설을 제대로 갖추면 상수원보호지역이라도 장류사업장 허가를 내주었으면 한다.
또 농어촌진흥구역에서는 교육농장과 판매장 등의 허가가 나오지 않는 점도 좀 더 현실에 맞게 개선되었으면 한다. 체험농장에서 가내수공업으로 생산한 가공품에 대한 판매도 좀더 편하게 했으면 한다.

■ 미니인터뷰 - 박혜량 전남농업기술원 생명농업과장

내가 본 이승희 씨는...
지역사회와 더불어 잘사는 상생의 길 보여줘

이승희 대표의 자기 계발을 위한 부단한 노력을 칭찬하고 싶다. 조리사자격증과 식품가공기능사 등의 자격증을 취득하고, 대학의 최고 경영자 과정 교육 등에 다니며 끊임없는 배움에 힘썼던 점이 오늘의 이승희 대표를 있게 한 원동력으로 생각된다.
무엇보다 돈을 벌겠다는 목적보다는 본인의 건강을 지키기 위해 시작한 사업으로 묵묵히 전통을 고집하고 좋은 원료를 사용한 것이 더 큰 부가가치를 창출해 낸 것으로 보인다. 또한 요즘은 가업승계 계획이 차근히 진행되고 책임감이 더해져 탄탄해지고 있는 사업장이다.
항상 고인 물처럼 머물지 않고 자신과 사업을 계속 업그레이드시키며 사업을 이끌고 있는 이 대표의 열정에 감탄한다.
무엇보다 자기 몫에 대한 사명감을 갖고 본인의 농산물만을 가공판매하는데 그치지 않고 소비자들에게 지역의 특산물을 홍보해 주며 지역주민과 더불어 함께 잘사는 길을 찾고 있는 자랑스런 농촌여성의 롤모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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