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다문화특별기획-해피투게더:다문화농가탐방

■ 무주군 레티후에(베트남출신)가정

 시부모·세아이 돌보며
한국 억척농업인으로… 금산군 표창도 받아

드라마와 다른 한국 농촌생활
24살 꽃 다운 베트남 처녀는 드라마를 통해 한국에서의 ‘화려한’ 생활을 꿈꿨다.
“한국드라마 속의 아내들은 한 결 같이 화려하고 일도 안하고... 어린 마음에 정말 부럽고, 다 그렇게 사는 줄 알았어요. 하루 종일 깻잎 밭에서 살게 될 줄은 몰랐어요.”(웃음)
레티후에 씨가 이렇게 말하며 남편 이병일(47) 씨를 쳐다보자 이 씨는 살짝 시선을 돌린다. 하지만 이런 귀여운 투정은 또 하나의 애정의 표현일 뿐, 부부가 땀을 흘리는 깻잎 하우스는 그들의 일터이자, 데이트 장이자 가족의 사랑방이다.
베트남 호치민 시 남쪽 따이능 지역에서 집안 농사일을 돕던 레티후이 씨는 올해 결혼 8년차로 어느덧 32살이 됐고 세 아이들-나영이, 규리, 봉규-도 벌써 나영이가 초등학교에 진학했을 정도로 무럭무럭 커간다. 아이들은 그들의 보금자리 금산군 금성면 하신리에서도 마을의 천사들로 귀여움을 받으며 명랑하게 자라고 있다.

하루 30박스 출하 빼곡히 찍히는 통장 잔액
180평 하우스 12동마다에는 진한 깻잎 향이 가득하다.
사실 레티후에 씨는 한국에 오기 전 깻잎을 본적도 알지도 못했다.
“처음에는 그 씁쓸한 맛과 향이 적응이 안돼 이런 걸 어떻게 먹고 살지?..라고 생각했죠. 한국생활에 적응이 돼가듯 깻잎 맛에도 서서히 적응이 돼갔고 이제는 그 깊은 향에 완전히 반해있어요.” ‘씁쓸한’ 맛이라는 표현을 할 정도로 그의 한국어는 능숙하다.
금산깻잎이라고 인쇄된 깻잎 100묶음들이 한 박스가 매일 30박스씩 인근 마켓과 시장에 출하되면 통장잔액이 늘어난다.
레티후에 씨는 통장을 기장할 때 드르륵하면서 인쇄되는 소리가 참 듣기 좋다.
부부와 가족들이 함께하면서 열심히 일하는 땀의 대가이기 때문이다.
농작물을 출하할 때면 아이들까지 나서 열심히 상자를 나른다.
아빠는 “이 녀석들 가로거치니까 저리 좀 비켜라.”하면서도 아이들의 모습이 여간 대견한 게 아니다.

“나는 복받은 사람...시부모님 고마워요”
시아버지 이 씨는 “나는 며느리가 천사라고 생각해요. 아들이 결혼이 늦어 얼마나 막막하고 가슴이 아팠는데... 먼 나라에서 시집와 아무런 불평 없이 열심히 일도하고 귀여운 손주들을 셋이나 낳아주었으니 고마울 따름”이라고 말한다.
할아버지는 자신 역시 다문화결혼이주여성에 대한 편견이 있었음을 숨기지 않았다.
“며느리가 처음에는 말도 어눌하고 해서 불편할 줄 알았더니 오히려 그런 점이 더 재미있고 말을 시키면 엉뚱한 대답이 돌아와 집안에서 폭소가 터진 적도 있죠. 그랬던 며느리가 이제는 한국말이 아주 능숙해 졌어요. 우리 며느리지만 정말 열심히 살고 배우려고 노력하는 아이죠. 기특하고 자랑스럽습니다. 외국며느리라고 다를 것 하나 없어요. 그냥 똑같은 한국며느리 김영미(레티후에 씨의 한국명)랍니다.”라며 며느리 자랑을 했다.
시부모님들은 몸이 좀 불편하다. 아버님(81)은 장애 5급에 다리가 불편하고 어머니(75)는 위암 수술 후 요양 중이다. 레티후이 씨는 불편한 시부모님을 모시고 세 아이를 키우며 열심히 농사일을 하는 대한민국의 모범적인 농촌여성으로 이런 공을 인정받아 지난해 군으로부터 표창패를 받기도 했다.
“베트남에서 우리 집은 가난했죠. 별로 희망이랄 것도 없었고 열심히 일해도 나아질 가망이 없었어요. 한국에 와서 열심히 일하니 돈도 모이고 미래를 설계할 수 있어서 너무 좋은 것 같아요. 항상 저를 칭찬하시고 딸처럼 대해주시는 시부모님들 덕분이죠. 나는 복 많은 사람이예요.” 레티후에 씨는 말을 하며 목이 메었다.

“노력없이 성공없죠”
레티후에 씨의 친동생인 레티김홍(27)씨도 한국에 시집와 대전에서 잘 살고 있다.
레티후에 씨가 셋째를 가졌을 때 무주다문화가족지원센터의 도움으로 산후조리도우미로 왔던 동생이 언니가 잘사는 모습을 보고 어느새(?) 한국남성과 연애가 돼 결혼까지 골인한 것이다. 동생의 시집은 레티후에 씨와 같은 마을.
동생은 대전에서 미용사자격증을 따기 위해 학원에 다니다 작년 12월 뜻을 이뤘다.
“동생이 인근에 있어 큰 힘이 된답니다. 제 머리와 아이들 이용도 동생이 도맡아서 해주지요. 동생까지 한국에 와서 잘 살고 있어서 고향부모님과 마을 주민들은 한국에 대한 이미지가 상당히 좋은 편이예요.”
레티후이 씨는 하우스에 들어가면서 뒤따라가는 기자에게 입구 문을 잘 닫아달라고 당부했다. 입구 쪽 깻잎들이 금방 얼어버리기 때문이라며... 
금산 하산리의 억척주부 레티후에 씨의 카카오톡 바탕에는 이런 글이 써있다.
‘노력이 없이는 성공이라는 것도 있을 수 없다’
레티후에씨와 가족의 미래는 그들의 땀을 배신하지 않을 것이다.
한국농촌주부로서의 레티후에 씨의 미래도 그만큼 밝아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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