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해 건강 책임지는 오곡밥과 나물

우리나라 큰 명절 중의 하나인 정월 대보름이 코 앞이다. 정월대보름에 먹는 오곡밥은 신라 21대왕인 소지왕이 까마귀의 도움으로 목숨을 건진 후, 까마귀의 은혜를 기리기 위해 제물로 바친 유래에서 시작됐다. 정월 대보름 음식에는 추운겨울을 건강하게 보내기 위한, 선조들의 놀라운 지혜가 고스란히 스며들어 있다. 알고 먹으면 더 맛있는 오곡밥, 묵은 나물, 부럼의 효능을 알아본다.

오곡밥은 말 그대로 다섯 가지 곡식으로 지은 밥이다. 전통적으로는 찹쌀·기장·팥·수수·콩을 섞어 지은 밥을 말한다. 지역에 따라 주로 생산되는 곡식 중 다섯 가지로 만들기 때문에 지역마다 밤이나 대추를 넣는 등의 차이가 있다. 오곡밥은 같은 양의 쌀밥보다 열량은 20% 정도 적고, 칼슘과 철은 2.5배가 많다.
오곡밥은 체질에 맞춰 먹으면 더욱 좋다. 몸이 찬 사람은 따뜻한 성질의 찹쌀, 콩, 기장을많이 넣고, 몸에 열이 많은 사람은 팥과 같이 서늘한 기운의 잡곡을 늘리는 것이 좋다.
또한 잡곡은 아미노산 조성과 미네랄 성분 함량이 서로 다르므로 가능한 다양한 잡곡을 적절이 섞어먹는 것이 영양적인 면에서 바람직하다.
찹쌀 백미보다 비타민E가 약 6배나 많고, 에너지 생성을 돕는 나이아신이 풍부해 많은 에너지가 필요한 추운 겨울철에 꼭 필요한 영양소다. 성질이 따뜻해 위벽을 튼튼하게 만들고 만성위염, 위궤양, 십이지장궤양 등의 치료를 돕기도 한다. 또한 혈중 콜레스테롤을 낮추며 인슐린 분비를 적게 하고 신경활동을 강화하는 효능이 있다.
기장 기를 보충하고 장을 건강하게 하고, 폐의 기능을 돕는 곡식이라 알려져 있다. 식이섬유와 각종 무기질함량이 높아 움직임이 적은 겨울철 정장 작용을 도와준다. 칼슘함량이 많고 수용성 비타민의 공급원으로서 다른 곡류보다 매우 우수하며, 미네랄도 풍부하다. 최근에는 암세포를 억제하는 효과와 염증을 완화하는 효과도 있다는 연구결과도 있다.
나트륨을 몸 밖으로 배출하는 칼륨과 식이섬유가 많아 짠 음식을 즐기는 한국인에게 적합하고 붓기 제거에 탁월하다. 팥에 많이 들어있는 사포닌은 체내에 생기는 과산화 지질의 생성을 억제 시켜 동맥경화예방에도 좋다. 또한 팥은 췌장기능을 증진시켜 당뇨를 치료하거나 예방하는데 뛰어난 효과가 있다. 평소 팥을 꾸준히 섭취하면 성인병예방에 효과적이다.
수수 면역증진, 항균, 항바이러스 효과로 감기와 같은 각종 질병 예방에 도움이 된다. 몸을 따뜻하게 만들어주는 성질이 있어 장 기능에 도움이 되며 설사를 멈추게 한다. 인, 철 등의 무기질이 풍부하게 함유돼 단백질 생성을 촉진시키고, 피부를 부드럽고 매끈하게 가꿔 준다.
은 세포의 재료가 되는 양질의 단백질이 들어 있어 특히 여성들에게 큰 효능이 있는 식품이다. 여성호르몬의 분비가 제대로 되지 않으면 냉증이나 불안 초조 같은 증상이 나타나고 골다공증이 되기도 하는데, 검정콩의 이소플라본이라는 성분이 여성호르몬 부족을 보충하는 작용을 한다. 또한 검정콩처럼 검은색 계열의 잡곡은 항(抗)산화물질중 하나인 폴리페놀 성분을 함유하고 있어 항산화, 항암과 혈당조절에도 좋다.

겨울에 없어진 입맛을 되살리기 위해 묵은 나물로 반찬을 해먹으면 그 해 여름에 더위를 먹지 않는다고 한다. 묵은 나물은 보통 호박고지, 박고지, 말린 가지, 무시래기, 고사리, 고비, 도라지, 취나물, 고구마 순 등으로 해먹는다. 묵은 나물은 겨우내 부족하기 쉬운 비타민과 식이섬유, 무기질이 풍부해 몸에 활력소를 주고, 원기를 북돋아준다.
묵은 나물을 요리할 때 하루 전날 물에 담가 두고 쌀뜨물로 삶으면 잡냄새와 쓴맛을 잡을 수 있다.
나물을 볶을 때는 너무 많이 저으면 뭉그러지므로 적당히 저어야 한다. 나물에 갖은 양념을 해 냄비에 담고, 볶다가 물을 조금 두르고 뚜껑을 덮어 폭 뜸을 들여야 양념 맛이 나물에 잘 배면서 부드러워진다. 토란대는 아린 맛이 있어서 충분히 삶은 후 물에 우려내 사용하는 것이 좋고, 취나물은 줄기가 억셀 경우 좀 더 오래 삶는 것이 좋다.

부럼의 효능을 아시나요?
나이수대로 부럼을 깨먹으면 한 해 동안 부스럼이 나지 않는다는 말이 있다. 과거에는 겨울철 영양 상태가 좋지 않아 피부에 피던 버짐을 호두, 잣, 땅콩, 밤 등을 견과류로 예방하기도 했다.
실제로 이런 견과류에는 노화를 방지하는 아연 성분이 풍부하게 들어 있어 이명, 난청 예방과 치료에도 효과적이다. 또한 견과류는 암을 억제하는 물질인 ‘프로테아제 억제제’와 ‘폴리페놀류’가 많이 함유돼, 암 예방 효과가 있고, 불포화 지방 산 함량도 높아 콜레스테롤을 낮춰주는 효과도 있다.
부럼은 국내산으로 둔갑한 중국산 견과류가 수입되고 있어서 부럼을 고를 때 국산인지 외국산인지 세심히 살펴봐야 한다.

TIP. 국내산 부럼 고르기
땅콩 겉 표면이 지나치게 깨끗하면 중국산으로 의심해봐야 한다. 흙이 묻어 있으면 통관이 불가능하므로 중국산은 깨끗하기 때문이다. 땅콩은 굵은 것보다 중간 정도 크기가 고소하며 맛이 좋은데, 중국산은 씨알이 굵은 편이다.
호두 국산은 껍질이 연한 황갈색으로 윤기가 있고 모양이 거의 원래 모습을 유지한다. 깐 호두의 골이 촘촘하고 많으며, 맛이 고소하다. 반면 수입산은 화공약품을 쓰는 경우가 많아 겉면이 하얗게 보이며 껍질에 윤기가 없고 속이 빈 호두가 많다. 깐 호두는 반쪽으로 쪼개져 있거나 부서진 알이 많다.
알이 굵고 껍질에 윤택이 많이 나며 진한 갈색으로 깨끗한 편이다. 모양이 둥근 것과 둥글넓적한 것이 섞여 있다. 중국산은 알이 잘고 윤택이 적게 나며 껍질은 연한 갈색이다. 또한 흙먼지가 묻어 있으며 모양이 둥글다.
국산은 씨눈이 거의 붙어있지 않으며 표면에 상처가 많고 색이 변한 낟알이 적다. 반면 중국산은 씨눈이 붙어있는 것이 많고 표면에 상처가 적다. 또한 색이 변한 낟알이 많으며 물에 담그면 대부분 흰색으로 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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