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장서 밥상까지 거리 좁혀… 농업인·소비자 상생의 장 마련

▲ 전북 완주 용진농협 로컬푸드 직매장.

 

생산자, 안정적 판로 확보
소비자, 신선한 농산물 값싸게 구매

슬로푸드(slow food), 오가닉푸드(organic food) 운동 등 건강한 라이프스타일을 추구하는 소비자가 늘고 있다. 생산자 역시 농산물 유통구조 개선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로컬푸드 직매장, 직거래 장터, 온라인 직거래 등 다양한 형태의 직거래가 인기를 끌고 있다. 이들 중 최근 가장 주목받고 있는 직거래 사업이 ‘로컬푸드 직매장’이다. 로컬푸드 직매장은 지역 내 농가가 당일 수확한 농산물을 중간 유통단계를 거치지 않고 직접 소비자에게 판매하는 곳을 말한다. 농가가 판매하는 농산물의 가격을 스스로 결정하고, 그날 팔다 남은 물건을 회수하는 등 재고관리를 직접 하는 농업인 자체 유통시스템 구조이다.

이벤트성으로 가끔 열리는 직거래장터나 생산된 농산물을 중간 유통상에 도매로 넘기는 일반 판매구조와 달리 생산-유통-판매의 모든 과정에 농업인의 자율성과 참여를 높이는 만큼 생산자는 제값을 받고, 소비자들은 싱싱한 제품을 유통마진 없이 저렴하게 구입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특히 로컬푸드 직매장에 참여하는 농업인들은 자신이 내놓은 농산물의 판매 현황을 매일매일 지켜보면서 소비자들의 선호도, 적정 가격 수준 등을 점검해 생산이나 마케팅에 폭넓게 활용할 수 있다.

우리나라는 2012년 4월 전북 완주의 용진농협에서 ‘로컬푸드 직매장’을 가장 먼저 선보였다. 용진농협 로컬푸드 직매장에서는 300여 가지의 농산물을 인근의 대형마트보다 30% 이상 싸게 팔고 있다. 특히 당일 생산한 농산물만 취급하고, 자체적으로 잔류 농약 검사를 실시해 소비자들로부터 호응이 높다. 하루에 2,000여명이 찾아 3,000만~3,300만원 어치의 농산물을 사갈 정도다. 지난해 총 매출액은 100억원에 육박했다. 방문객 중 70% 이상은 전주에서 오는 도시 사람들이다. 대형마트는 농산물 판매로 거둔 수입을 본사로 보내지만 로컬푸드의 이윤은 고스란히 지역 농가에 돌아간다.

지난해 10월 전북 완주 상관농협 로컬푸드 직매장에서 농산물을 판매하기 시작한 이복남 씨는 “식구들 주려고 조금씩 농사지은 말린 고춧잎과 시래기, 무말랭이, 곡물 등을 팔면서 용돈벌이 하고 있다.”며, “동네 이웃들하고 나눠먹었을 푸성귀를 판매하고 나면 매달 통장에 30만~40만원 가량의 돈이 차곡차곡 쌓여 재미가 쏠쏠하다.”고 말한다.

지난해 상반기 문을 연 김포농협의 로컬푸드 직매장도 용진농협에 비하면 규모는 작지만 호응도는 용진농협 못지않다. 63평 남짓한 김포농협 로컬푸드직매장은 하루 평균 500명의 고객이 방문해 820만원 상당의 농산물을 구입한다. 이는 김포농협 본점에서 운영하는 하나로마트에서 하루 판매하는 농산물 280만원보다 3배 가까이 많은 액수다. 가격이 대형마트에 비해 20~40% 저렴할 뿐 아니라 모든 농산물에는 재배지와 생산자 등의 정보가 붙어 있어 소비자들의 신뢰가 높다.

경기도 김포에서 6,600㎡(2000여평)가량의 시설농사를 짓고 있는 유성진 씨는 “농산물을 파는 것이 곧 양심을 파는 것이라 생각하며 농사를 짓고 있는데 내가 생산한 농산물을 직접 포장하고, 가격을 결정해 판매할 수 있어 만족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처럼 로컬푸드 직매장이 성공을 거두면서 정부도 지원을 아끼지 않고 있다. 농림축산식품부는 로컬푸드 등 새로운 유통방식의 직거래를 확산하기 위해 지난해 210억원이 넘는 예산을 편성했고, 올해 또한 지난해 보다 많은 230억원 가량의 예산을 지원할 계획이다. 정부의 지원에 힘입어 지금까지 전국에 20곳의 로컬푸드 직매장이 문을 열었고, 2016년까지 모두 100곳으로 확대될 예정이다.

■ 전문가 제언- 로컬푸드운동본부 이건순 공동대표

신뢰와 안심의 유통 구축해야

 로컬푸드 참여농가·소비자 권익 보호위해
‘로컬푸드 표시제도’ 필요

최근 급속하게 퍼지고 있는 로컬푸드 운동, 전국적으로 확산되고 있는 로컬푸드 열풍이 대단하다.
“어떻게 하면 안전하고 믿을 수 있는 식품을 먹을 수 있을까? 우리 가족이 먹는 농산물은 누가, 어떻게 생산하는지 알 수 없을까? 농업인들의 어려움을 함께 나누며 동시에 건강한 먹을거리를 확보하는 방법은 무엇일까?” 이런 고민들에 대한 해법으로 등장한 것이 로컬푸드 운동이다.

로컬푸드란 반경 50km 이내에서 생산된 장거리 운송을 거치지 않은 지역 농산물을 말하며, 농장에서 식탁까지 즉, 생산지에서 소비지까지의 거리를 최대한 줄여 먹을거리의 안정성을 확보하고 환경적 부담을 경감시키며 나아가 생산자와 소비자 간에 사회적 거리를 줄여 공동체 만들려는 노력인 것이다.
그러나 반경 50km의 제한을 두는 것은 우리나라 특히 수도권에서는 조금 맞지 않는다는 생각이 들어 더 합리적인 거리를 다시 정해야 할 것 같다. 결국은 우리나라 전역에 있는 식품을 우리가 먹어야 한다는 말이 더 합당할 것 같다. 이러한 사회적 분위기 속에서 유통거리가 짧아 신선하고 산지를 직접 알 수 있어 믿을 수 있는 지역 먹을거리 소비인 로컬푸드가 부각되고 있는 것이다.

또한, 로컬푸드는 소비자의 수요를 감안해 소량 다품목으로 생산되고, 당일 출하된 농산물은 당일 소비되는 것을 원칙으로 한다. 이렇게만 하면 판매 농산물에 대한 유통기한 표시도 원산지 표시도 필요가 없다. 다만, 생산농가와 소비가정의 신뢰만으로도 충분할 것이다.
그러나 ‘가짜’ 로컬푸드가 판을 친다면 사정은 달라진다. 로컬푸드 운동의 취지를 살리고 로컬푸드 운동 참여농가와 소비자의 권익을 보호하기 위해서는 ‘로컬푸드(지역농산물) 표시제도’가 필요하다.

로컬푸드의 관리를 위해서는 지역 생산농가와 로컬푸드의 배합비율의 표시가 필요하다. 로컬푸드 표시제는 완주 로컬푸드에서 자체 인증제도를 통해 관리하는 사례도 있으나 로컬푸드 운동 확산과 이를 통한 지역농업 발전에 대한 기여효과를 고려할 때, 이제는 정부차원의 제도적 지원이 요구되고 있는 시점이다.
로컬푸드는 단순한 지역농산물의 유통이 아니라 지역의 정서와 문화를 반영하는 동시에 새로운 지역의 정서와 문화를 구축하는 ‘신뢰와 안심의 유통’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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