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광희 기자의 ‘세상만사’

예전 우리 전통사회에서는 사람을 평가하는 기준을 ‘신(身)·언(言)·서(書)·판(判)’에 두었다. 즉 ‘신’은 신수(身手)를 말한다. 타고난 용모와 풍채가 청아하고 시원스러운 이를 일러 ‘신수가 훤하다’고 했다. ‘언’은 그 사람의 말씨, 곧 말하는 태도와 모양새다. ‘서’는 글과 글씨의 본새를 나타내는 문필이다. 이것은 그 사람의 학식정도를 가늠해 볼 수 있는 중요한 기준이 되었다. 벼슬살이에서 가문의 지체와 함께 필수 평가기준이었다. 마지막 ‘판’은 판단력이다. 사물의 옳고 그름, 착하고 악한 것, 아름다움과 추함을 분별할 수 있는 정신적 능력을 말한다.
그러나 이 인물평가기준은 남자에게만 적용되었다. 여자의 경우는 ‘정(貞)·숙(淑)·현(賢)’에 바탕을 둔 사덕(四德-네가지 덕)을 표본으로 삼았다.
여자는 모름지기 마음이 바르고 절개가 곧고 슬기로우며 정숙해야 하는 것을 바탕으로 마음씨·말씨·(몸)맵시·솜씨의 네가지 덕을 갖추어야 한다고 일렀다. 현대에 와서 미스코리아 선발대회의 선발등급을 진(眞)·선(善)·미(美)·정·숙·현으로 나누어 매겼던 것도 다 그런 옛 선인들의 인물 평가기준에서 비롯된 것일 터이다.
그러나 어쩌니 저쩌니 해도 남자·여자 할 것 없이 인물 평가기준으로 첫 손에 꼽은 것은 예나 지금이나 다를 바 없이 외모(인물)라는 것을 알 수 있다.
이미 세상에 다 잘 알려져 있는 사실이지만, 대재벌 삼성그룹의 창업자인 이병철 회장은 초창기에 사람을 뽑을 때는 최종 면접 때 자신의 곁에 관상가(觀相家)를 앉혀 놓고 인물관상을 보게 했다는 것이다. ‘관상불여심상(觀相不如心相)’ 즉 관상이 심상(마음됨됨이)만 못한 것임에도 불구하고…. 가뜩이나 요즘처럼 어슷비슷 국화빵 찍어낸 것 같은 성형미인이 넘쳐나는 세상에서야 외모지상주의는 이제 케케묵은 잠꼬대처럼만 들린다.
요즘 대학가에서는 ‘셀소(셀프 소개팅)’라는 신풍속도가 생겨나 유행처럼 번지고 있다. 대학생들이 학교내 커뮤니티 게시판에 자기소개 글을 올리고 원하는 이성(異性)을 구한대서 셀프(self)소개팅(줄여서 ‘셀소’라 함)이다. ‘20대 중반 복학준비생으로 키 186cm, 몸무게 77kg인데 강아지상 여성을 좋아해요…’ ‘저는 ○○학과 4학년 여자로 키 155cm에 46kg입니다. 연애를 안한지 1년 지났는데, 졸업하기 전 꼭 CC(캠퍼스 커플)를 하고 싶어요.’ 등등의 솔직한 자기소개 글을 내걸면 답장이 오고, 그중 마음에 끌리는 상대를 만나 짝을 이룬다는 것이다.
그러고 보면 옛사람들의 장황한 인물평가와는 거리가 사뭇 멀어보여 결국엔 ‘제 눈에 안경’이란 시쳇말이 딱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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