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 다문화특별기획 - 해피투게더 :결혼이주여성들이 나선다

▲ 장유진(7) 어린이가 지난해 성탄에 선물을 나눠준 산타할아버지들에게 엄마 ‘다티푸엉’ 씨와 함께 감사의 마음을 편지에 담고 있다.

굴바르친·아나스타샤·팜 피뚜엔 씨 등
초기이주여성의 ‘한국 길라잡이’로 맹활약

연말연시를 맞아 수많은 기관과 기업 단체들이 다문화가가족에 온정을 베풀고 있다.
후원이나 봉사의 형태는 여러 가지지만 대부분 어려운 생활을 하고 있는 그들에게 큰 위로와 도움이 되고 있음에 틀림없다.
하지만 후원이나 온정은 베푸는 것으로만 끝나는 것이 아니다.
수혜자의 역할에 머물던 다문화결혼이주여성들이 사회봉사와 참여에 눈을 뜨며 그들이 오히려 우리사회 각지에서 봉사와 베풂의 삶을 살고 있는 것이다.
다티푸엉 씨도 그런 분들 중 한 명이다.

한국서 ‘봉사의 기쁨’ 배워
경기도 수원시에 사는 다티푸엉(31) 씨는 하루하루를 보람 있게 보내고 있다.
남편 장태식 씨와 사이에 유진(7)·유빈(4)의 1녀 1남을 두고 있는 다티푸엉 씨는 어려운 생활환경 속에서도 봉사왕(王)으로 불릴 만큼 활발한 사회활동을 하고 있다.
하지만 다티푸엉 씨 가정은 남에게 물질적으로 베풀기에는 어려운 형편이다.
수원에 있는 한 재활센터에서 일하고 있는 남편의 소득이 넉넉지 않아 기초생활수급자로 살아가고 있는 것이다.
(사)경기다문화사랑연합에 참석하는 다티푸엉 씨는 다문화가정을 위한 바자회, 불우이웃돕기, 초기결혼이민자를 위한 상담에 적극 나서며 다문화관계자들의 칭찬을 받고 있다.
특히 그는 재작년부터 2년 간 수원출입국관리소에서 초기이주자들의 국적취득과 한국생활 전반에 대한 상담사로 봉사하며 경기남부지역에 사는 결혼이주여성들에게 많은 도움을 제공했다.
그는 “제가 한국에 시집와 놀라울 만큼 주변의 많은 관심과 사랑을 받았다.”며 “그런 과정에서 저도 받기만 할 것이 아니라 주는(베푸는) 삶을 살아야겠다고 생각했다.”고 한다.
“봉사활동을 하면서 남을 돕는다는 것이 얼마나 즐겁고 감사한 일인지 알게 됐다.”는 다티푸엉 씨는 “한국에 와서 한국말도 늘고 여러 가지 배운 점도 많지만 가장 크게 배운 점은 ‘봉사의 즐거움’이라고 말했다.

유진이의 감사의 편지

▲ aT센터 임재형 팀장(좌)과 심정근 홍보실장은 지난해 성탄을 맞아 직접 산타복을 입고 다문화 어린이에게 선물을 전달했다.
지난해 성탄을 앞 둔 21일 수원 디엔디 뮤직홀에서는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센터·사장 김재수)가 후원한 ‘산타할아버지와 함께하는 다문화어린이·엄마의 줄거운 성탄절’ 행사가 열렸다. 경기도 일원에 사는 다문화 25 가정의 어린이와 엄마에게 농산물 상품권과 어린이 종합선물세트, 학용품이 전달된 행사였다. 이날 행사에서는 심정근 aT센터 홍보실장과 임재형 CS경영팀장이 직접 산타복장을 입고 어린이들에게 일일이 선물을 전달했다.
다티푸엉 씨는 “한국에서는 기업이나 정부기관에서 다문화합동결혼식, 친정보내기, 다문화교육 등에 많은 투자를 하고 있는데 이렇게 후원단체에서 직접 참석해 산타복을 입고 우리와 함께 시간을 보내주니 너무나 놀랍고 감사하다.”고 말했다.
지난 17일 큰 딸 유진이와 경기다사연의 다문화어린이 인성교육에 참가한 다티푸엉 씨는 아이와 함께 감사의 쪽지를 작성했다.
유진이는 아직 서툰 글씨지만 그날의 산타할아버지들에게 감사의 말과 함께 ‘공부 잘하고 착한 어린이가 돼서 올해도 할아버지들께 칭찬받고 싶다’는 글을 올렸다.
“언젠가 다문화교육에서 강사님으로부터 ‘사랑과 봉사는 자꾸 번지는 것’이라는 좋은 말을 들었는데 정말 꼭 맞는 말 같다.”는 다티푸엉 씨.

작은 관심이 희망의 씨앗된다

▲ 우즈베키스탄 ‘체조요정’으로 불리던 ‘아나스타샤’씨가 독거노인 이미용 봉사를 하고 있다.
전북 진안에 사는 키르키즈공화국 출신‘ 아즈벡코바 굴바르친’(39) 씨도 그를 모르면 ‘간첩’ 소리를 들을 정도로 지역사회에서 활발한 봉사활동을 펼치고 있다.
진안 보건소에서 결혼이주여성을 위한 통번역 업무, 새마을진안군본부와 진안국다문화가족지원센터에서 ‘한국어통역요원’으로 일하며 진안군외국인며느리 배구부 주장을 맡는 등 활약을 해오고 있다.
우즈베키스탄에서 ‘체조 요정’이라 불렸던 부라도바 아나스타샤(33) 씨도 한국에 시집와 마을의 ‘봉사왕(王)’으로 꼽힐 정도로 주민들의 칭찬이 자자하다.
충남 태안에 사는 부라도바 씨는 미숙아로 태어난 딸과 치매를 앓고 있는 시어머니 등 어려운 여건 속에서도 지역 경찰서와 연계한 봉사단체 ‘마미폴’과 ‘폴리스 키드’에 참여, 외국인 근로자를 위한 통·번역 업무를 하며 틈틈이 익힌 미용기술로 시간이 날 때마다 독거노인들의 이발을 도와주고 있다. ‘충남 하모니 봉사단’을 결성해 결혼 이주 여성 363명을 이끄는 단장도 맡았다.
2012년 보건복지부로부터 ‘행복나눔人’ 상을 받은 베트남 출신 최수진(32·팜 피뚜엔) 씨는 모국에서 온 ‘후배’ 이주여성들의 산후조리와 통번역에 6년째 열심히 봉사하고 있다.
2006년에 시집와 말도 잘 안 통하는 상태에서 연년생 아이를 낳고 산후조리 과정에서 외로움과 심한 우울증에 빠졌다는 수진 씨는 “그때의 설움과 어려움을 똑같이 겪고 있을 초기이주자들의 고통을 보고만 있을 수는 없었다.”고 말한다.
한결 같은 이들의 고백은 “한국에서 보여준 온 정이 큰 힘이 됐으며 우리도 초기이주자에게 그렇게 해야겠다고 결심했다.”는 것이다.
사회 각지에서 결혼이민자에게 보내는 크고 작은 관심이 우리나라의 건강한 다문화 사회정착에 얼마나 큰 희망의 씨앗이 되고 있는가 보여주는 산 증인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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