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광희 기자의 '세상만사'

전남 신안군 증도는 바닷바람과 햇살로만 조리는 맛 좋고 태깔나는 천일염의 본고장이다. 이 증도 일대에는 그 천일염으로 절여 해풍(海風)에 꾸덕꾸덕 말린 생선이 유명하다. 신안 일대에서는 이 생선을 ‘해풍건정(海風乾精)’이라고 부른다. 이 방식은 생선의 배를 갈라 내장을 들어내고 깨끗이 손질해 넓게 편 다음 천일염으로 절여 코다리처럼 줄줄이 줄에 꿰어 빨래 말리듯 말리는 건조방식으로 이 지역에서만 전해져 내려온다. ‘해풍건정’은 일반적으로 광주리 등에 널어 말리는 건조방식처럼 생선이 푸석하지 않고 생선 고유의 식감을 더 살릴 수 있어 인기가 좋다.
염장 생선의 백미로 치자면 내륙지방에서는 경북 안동의 간고등어요, 해안지역에서는 신안의 ‘해풍건정’이다. 이 ‘해풍건정’은 고추장 양념을 발라 숯불 석쇠에 굽기도 하고 간장 양념찜, 우거지나 무 조림으로도 특유의 담백, 고소함을 깊게 맛볼 수 있다.
그외에 이맘 때 제 맛을 음미할 수 있는 별미 전통 향토음식으로는 북어구이와 게감정(解甘精)·굴두부찌개·낙지호롱구이·참붕어찜 ·메밀(도토리)묵 무침을 들 수 있다.
게감정은 고추장 양념으로 다진 쇠고기와 두부, 숙주나물, 무 등을 넣고 끓인 꽃게찌개다. 물론 꽃게는 살이 꽉찬 암컷 꽃게라야 한다. 담백한 게살과 칼칼한 국물 맛이 일품으로 예전 봄철에 임금님 수라상에 올렸던 진상음식 이었다.
굴두부찌개는 굴과 두부, 새우젓국을 넣고 끓인 맑은 찌개로 술 먹고 난 다음날 속풀이 해장용으로는 개운한 맛이 더할 나위 없이 좋다. 잣죽, 전복죽과 함께 곁들여 먹기도 한다. 자연산 생굴에 무채나 나박나박 썬 잘 익은 배추김치를 넣고 간장과 깨소금, 고춧가루 등으로 양념을 한 생굴무침 또한 이철의 별미로 빼놓을 수 없다.
낙지를 볏짚 봉에 말아 양념장을 발라가며 석쇠에 굽는 낙지호롱구이는 전남 영암지역의 전통 별미이고, 살이 투실하게 올라 맛이 제일 좋다는 겨울 참붕어에 무·시래기와 양념장을 넣어 끓여내는 참붕어찜은 한겨울 보양식의 으뜸으로 친다.
그뿐이랴. 길고 긴 한겨울 밤 구진구진하고 헛헛함을 달래주는데야 메밀묵무침 만한 게 또 있을까. 서늘한 메밀묵 모를 길쭉길쭉 하게 썰고 잘 익은 김장김치를 나박썰어 간장, 깨소금, 고춧가루 양념으로 무쳐낸 묵무침의 시원새콤 달달한 맛을 생각하면, 이 겨울밤에도 어디선가 달그림자를 밟으며 동네를 떠돌고 있을 아련한 목소리를 떠올리게 된다. “메밀묵, 찹쌀떡 사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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