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림축산식품부·농촌여성신문 공동기획- 농업의 6차산업화를 이끄는 농촌여성들

▲ 여성농업인 CEO의 꿈을 키워가는 김수옥·김일중(오른쪽)씨 모녀.

③한터조랑말농장 김수옥·김일중 모녀

농촌여성들의 활동분야가 기존의 생산 위주에서 판매, 유통, 서비스 분야로 다양화되며 농촌의 주인공으로 나서고 있다. 또한 여성 특유의 장점을 살려 농식품가공과 체험, 음식제조, 관광 등 농업의 6차산업화를 이끌며 역량을 발휘하고 있는 농촌여성들도 늘어나고 있다. 농업의 6차산업화의 성장동력으로서 농업의 부가가치를 높이는데 앞장서고 있는 대표적인 농촌여성들을 8회에 걸쳐 시리즈로 소개한다.

연간방문객 5만5천명,
6억 소득 올리는
체험농가의 효시

용인시 양지면에 위치한 한터조랑말 체험교육농장은 한해 5만 5천명의 체험객이 다녀가는 농진청의 품질 인증을 받은 교육농장이다. 김수옥·김용덕씨 부부와 한국농수산대를 지난해 졸업한 셋째딸 김일중 씨까지 힘을 보태 대를 이어가는 농업을 구현하며 새정부 농업의 6차산업화의 본보기가 되고 있다.

“아유~고생은 말도 못했죠. 이 손 좀 보세요.”
말은 이렇게 해도 이제는 그동안의 고생을 웃으며 얘기할 정도로 여유가 생겼다. 김수옥 씨는 뽀얀 피부에 고운 얼굴이라 얼핏 봐서는 고생한 티가 없지만 30년간의 농장 일에 거칠어진 손만큼은 거짓없이 지나온 세월을 드러낸다.
소 다섯 마리를 밑천으로 축산을 시작했다. 남편인 김용덕 씨는 축산대학을 졸업한 앞선 농업경영인이었다. 일찌감치 농업에 뜻을 둔 남편만 믿고 외갓집 놀러오는 것 마냥 들뜬 마음으로 온 농촌이지만 현실은 고되고 일은 산더미 같았다. 손 놓고 쉴 틈이 없이 바쁘게 일했다. 이렇게 소 다섯 마리를 45마리로 늘리며 13년간 축산업을 하다가 체험농장으로 방향을 전환하게 된 것은 95년 우수 축산농가로 뽑혀 일본연수를 간 것이 결정적 계기가 되었다.
일본의 체험농장을 견학했던 남편은 앞으로 농촌체험이 보다 활성화 되리라는 비전을 들려줬다. 마침 축산업을 지속하려면 필수적인 새로운 시설투자로 벅찬 시기였다. 점점 도시화되어가는 용인 지역에서 축산을 하며 오폐수처리문제와 냄새 등의 환경문제로 고민도 많던 때였다.
막상 체험농장을 시작하니까 알지 못했던 많은 제약과 시련이 닥쳤다. 땅과 시설에 대한 규제나 법령도 파악하지 않고 건물을 지었다가 원상 복구시키는 등의 물질적 심적 손해도 있었다. 지금은 비싼 수업료 톡톡히 치른 경험이었다고 얘기하지만 김수옥 씨 부부는 다른 사람들은 이런 시행착오 없이 체험농장을 준비하라고 조언한다.

발로 뛰며 체험객 모집 나서

▲ 한터조랑말체험농장은 조랑말 타기, 소달구지 타기, 말 당근 주기, 썰매타기, 눈꽃축제 등의 다양한 프로그램이 준비돼 있다. 약 200평 규모의 작은 동물원에는 염소, 산양, 오리, 돼지, 삽살개, 진돗개, 조랑말 등을 사육하여 가족들과 함께 동물 먹이를 주며 즐거움을 느낄 수 있다.
김씨 부부는 당시만 해도 체험농장에 대해 정책이나 방침이 전무할 때라 일일이 어린이집과 유치원 태권도장에 농장을 소개하는 팜플렛을 들고 다니며 농장을 홍보하고 체험객을 모았다. 문적박대도 당하면서 열심히 다녔지만 한계가 있었다. 결국 유치원체험을 담당하는 이벤트회사에 영업대행을 전담시켰다.
수도권에서 가까운 거리에 위치한 장점에 조랑말타기 소달구지 타기, 떡메치기 등의 다양한 프로그램, 게다가 이벤트회사의 영업력이 합쳐지니 4년차 되던 해 한해 7천5백명의 체험객을 모집할 수 있었다. 비로소 5년차 되던 해 이벤트회사와의 협력관계에서 벗어나 독립을 결심했다.
“그동안 고객정보를 데이터로 축적했고, 운영에 대한 경험이 있었기에 가능했죠. 두려웠지만 자신이 있었어요.”
10년 전부터 정부에서 농촌관광체험을 정책적으로 육성하며 한터체험농장의 경영은 날개를 달아 지난해 소득신고 때 6억 정도의 매출을 신고했다.
부부는 체험농장을 자식에게 물려주고픈 사업으로 발전시키는 꿈이 있었다.
김 씨의 세 딸들도 앞으로 농장을 발전시켜갈 역할을 담당하기 위해 준비해 오고 있다. 큰딸 가영은 컴퓨터 전공에서 유치원교사로 진로를 바꾸며 가업에 합류할 준비를 하고 있고, 둘째딸 나영은 의료공학을 공부하다가 농장과 연관된 조경학과로 전과했다. 막내인 일중 씨는 두 언니들의 시행착오를 답습하지 않고 진로를 일찍 농업으로 결정했다.
“부모님이 농업에 종사하시며 소중한 꿈을 이루시는 것을 지켜보면서 저도 농업을 하겠다고 결심했죠.”
일하지 않으면 용돈을 주지 않고, 엄격한 규율을 가르쳤던 부모님 덕에 어릴 때부터 농장에서 무슨 일이든 일을 도왔다는 스물세 살의 젊은 아가씨인 일중 씨는 농장에서 체험객을 맞이하고, 소도 끌고 말도 태워주며 체험농장의 일꾼으로 나섰다.
“농업은 정말 무궁무진한 블루오션의 세계 같아요.”
젊은 나이에 남보다 일찍 농업여성 CEO 길을 준비 중인 일중 씨는 용인의 테마파크 앞에 딸기체험농장을 별도로 운영하려고 한창 준비 중에 있다.

막내, 딸기체험농장 운영계획
한터농장에서는 현재는 농장체험객들에게 도시락 지참을 부탁하고 있으나 앞으로 이 지역의 농특산물을 이용한 밥상으로 식사까지 제공하는 프로그램을 구상 중에 있다. 또한 당일치기 체험을 발전시켜서 1박 2일 체험 등의 체류형 체험으로 확대할 계획도 진행 중이다. 무엇보다 김수옥 씨는 한터조랑말농장만의 가공품브랜드를 계발하려고 끊임없이 변화를 시도 중이다.
“농촌이 자꾸 황폐해지고 사람이 떠나는 것은 결국 수입이 안되기 때문인데 우리집 같은 경우는 자식까지 나서서 대를 잇는 농업을 하겠다고 하니 농업으로 성공했다는 자부심이 있어요.”
부부는 행복하다. 자부심만 가져도 우리 농업은 희망이 있다는데 가족경영과 대를 잇는 농업으로 농촌 활력을 찾고, 자라는 어린이들에게 자연과 생명의 소중함을 일깨우는 보람을 동시에 느끼기 때문이다.
 

■ 경기도농업기술원 김영탁 지도사

내가 본 김수옥 씨 부부는...
“스스로 알을 깨고 나온 선도 농업인”

김수옥 씨 부부는 주위 체험농장의 역량도 함께 끌어올리려 노력하며 체험농장의 품질 수준을 높이는 자랑스런 농업인부부다. 앞서가는 농업인이라, 오히려 지도사가 배우는 것도 많고, 먼저 요구사항을 제안해 주는 것이 고맙다.
보통 체험농장 운영이 어려운 경우, 관의 협조가 제대로 되지 않아 그렇다고 외부요인을 핑계 삼는 경우도 종종 있다. 이런 의미에서 김수옥 씨 부부는 관의 도움 없이 스스로 농업의 블루오션을 개척한 분들이다. 이분들의 가장 큰 장점은 새로운 것을 남보다 일찍 받아들이고 변화를 두려워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한터조랑말 체험농장은 학교선생님들의 현장답사 선호도와 체험 후 학생 만족도도 높은 곳이다.
체험도 다양한 프로그램의 토탈 농촌체험을 마련해 전국의 독보적인 체험농장으로 손꼽힌다.

 ■ 정부에 대한 제언
체험교육농장은 교과과정과 연계된 프로그램을 마련하고 농촌을 알리고 경험하게 하는 곳이다. 즉 학교교육의 현장교육을 담당하고 있기에 학교 밖 교실이라고 볼 수 있다. 이런 면에서 체험농장도 교육시설에 준하는 전기료 등의 혜택과 세제 감면 혜택이 필요하다.
또한 태안의 해병대체험사고 이후, 교육청에서 각 학교로 한국청소년활동진흥원에서 프로그램인증한 곳만 체험활동을 제한하라는 공문을 보내서 우리농장에도 예약취소 사태를 겪은적이 있다. 하지만 한국청소년활동진흥원의 프로그램 인증 중 당일치기 프로그램에 대한 인증제도가 없다. 농진청에서는 지난해 말 체험교육농장에 대한 품질인증을 실시해 전국 48개소를 지정했다. 농진청 인증 받은 체험농장도 한국청소년활동진흥원의 인증과 동일시 취급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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