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 다문화특별기획 - 해피투게더 다문화농가 탐방 : 용인 남사면 다이아나 씨 가정

▲ 다이아나 임장수 씨 부부가 일터인 ‘꽃서울 농원’에서 아이들과 함께 했다. 다이아나 씨는 남편에게 “왜 카메라를 대면 얼굴이 굳어지냐”며 애교섞인 핀잔(?)을 주었다.

정부·기관·이웃이 힘을 합쳐
행복한 다문화가정 육성하는 건강한 사례

용인시 남사면에 사는 다문화 가정 임장수·다이아나 씨 부부를 취재하면서 느낀 것은 TV 다큐 ‘인간시대’ 류(類)를 보는 것 같은 ‘잔잔한 흐뭇함’이었다.
지난 19일 중부지방에 하루 종일 내린 눈으로 온 대지가 하얗게 덮여있는 가운데 필리핀 결혼이주여성 다이아나 씨 댁의 초인종을 눌렀을 때, 제일 먼저 반긴 것은 세 살 된 딸 수진이었다. 남편 임장수 씨는 손님을 대접하기 위해 싱싱한 딸기를 구해오느라 다이아나 씨와 이야기를 나눈 지 30분이 지나서야 집으로 들어왔다.

“아이엄마는 나에겐 축복”
필리핀 민다나오 주 아이요간 출신의 다이아나(33) 씨는 시종일관 웃음 띤 얼굴로, 마치 이마에 ‘나는 행복해요’라는 글씨를 새긴 것 같았다.
남편 임장수(48) 씨는 “나에게 아이 엄마는 큰 축복이자 행운”이라고 말했다.
임 씨는 강원도 출신으로 고등학교를 졸업하자마자 사북 탄광에서 광부로 사회생활을 시작했다고 한다. 8년의 광부생활을 마치고 생선 뜨는 법을 익혀 서울 영등포의 한 횟집에서 10년을 일했다. 썩 잘되는 일도, 돈이 모이는 일도 별로 없었다.
장가가는 일은 요원했다.
2001년 경기도 용인시 남사면에 자리를 잡게 된다.
여러 인간관계를 거치며 알게 된 수입목 관엽 농장 ‘꽃서울 농원’의 농장주가 건강이 안 좋다며 임 씨에게 운영을 위탁한 것.
필리핀, 대만 같은 동남아의 ‘자바’ ‘자마이카’ 등 수입 관엽을 생산하고 유통하는 일이었다. 자연히 그쪽 나라로 드나드는 유통업자와 긴밀한 관계를 갖게 됐는데, 수입업자에게 소개를 부탁한 것이 다이아나 씨와 운명 같은 인연을 맺게 된 계기가 됐다.
“어이 임 씨, 빨리 필리핀에 한 번 다녀가. 내가 정말 괜찮은 규수를 소개받았어.”
임 씨는 머나먼 필리핀 민다나오 섬까지 날아갔고 다이아나 씨와 수줍은 선 자리를 가졌다.
다이아나 씨는 “먼 한국으로 시집가는 일에는 힘든 결단이 필요했지만 남편이 워낙 착해 보였고 나에게 잘 해 줄 것 같다는 느낌을 받아 결혼을 결심했다.”며 “사실 중매자의 끈질긴 설득에 넘어간 건지도 모른다.”는 취지의 말을 아직 서툰 한국말로 표현했다.
임 씨와 다이아나 씨는 그렇게 2009년 부부의 연을 맺었다.

방문교육으로 한국어 실력 ‘쑥쑥’

▲ 다이아나씨의 친정어머니는 지난 7월 한국을 방문, 5개월간 ‘아이돌보미’로 외손주들을 돌봤다.
다이아나 씨는 대부분의 결혼이주여성들과 마찬가지로 한국 초기정착에서 한국어습득을 가장 어려운 점으로 꼽았다. 부부끼리도 처음에는 스마트 폰에 있는 영·한 사전을 찾아보며 필담을 나눴다고 한다.
용인시다문화가족지원센터의 도움으로 6개월간 다문화가족방문교육을 받았다. 센터에서 남사까지 거리가 너무 멀어 송전면에 있는 캄보디아 출신 이주여성의 집에까지 가서 수업을 들어야하는 ‘세미(semi)’ 가정교육이었지만 단기간 동안 한국어 실력을 크게 늘릴 수 있는 아주 좋은 기회였다.
“하지만 아이를 낳고 돌보느라 교육을 계속 받기 어려워 한국어실력이 쑥쑥 늘어나는 ‘탄력’이 꺾이게 돼 아주 안타깝다.”는 남편 임씨의 말이다.
부부는 딸 수진(3)과 아직 돌이 채 안된 아들 종완이를 두고 있다.
올해 7월에는 친정어머니 ‘알레한드리아’ 씨가 한국에 와서 아이들을 봐주다 돌아갔다.
“14일 날 필리핀에 가셨으니 5일 밖에 안됐다. 친정집 식구가 와서 만 다섯 살 이전의 아이들을 돌볼 수 있도록 지원하는 ‘아이돌보미’ 제도는 이를 위해 체류기간도 연장해 주고 여러 가지 경제적 혜택도 줘서 너무 좋은 제도라고 생각한다.”는 다이아나 씨.
임 씨 부부는 용인시농업기술센터 남사면농업인상담소에 자주 다니며 농업정보도 공유하고 새로운 기술습득에도 열심을 보였다.
다이아나 씨는 지난 2010년 갓 시집 왔을 때, 임 씨가 속한 ‘남사제일 관엽작목반’ 회원 30여명과 전라남도 홍도에 수련회를 갔던 때를 잊지 못한다.
말도 안 통하는 한국아줌마들은 전라남도 바닷가까지 그 먼 길을 관광버스 안에서 어쩌면 그렇게 쉬지도 않고 노래하고, 춤을 춰대는 지...“정말 신기하고 놀랬다.”는 다이아나 씨는 기겁을 한 것이 또 하나 있었다고 한다. 바로 처음 맛 본 홍어회다. “냄새도 독하고, 코가 떨어져 나가는 줄 알았다.”는 것이다. 다이아나에게 한국인들은 다이나믹하지만 정이 많은 사람들이다.

“우리 부부 열대관엽 ‘마스터’ 될 것”
한국 음식 중 삼겹살과 갈비탕이 가장 맛있다는 다이아나 씨는 아직 김치나 찌개 등 매운 것을 잘 못 먹는다. 임 씨는 아내를 위해 ‘오클라’ ‘레몬그라스’ ‘알루바띠’ 등의 필리핀 현지 작물을 심었다. 향신료와 야채 등의 필리핀 현지 작물도 심어 아내의 ‘고향의 맛’을 배려하는 자상한 남편이다.
다이아나 씨는 지난 8월에 국적을 신청, 아직 한국정부의 통보를 기다리고 있는 중이다.
임 씨는 자신과 함께 다이아나 씨도 수입 관엽 분야의 전문가로 성장시키고 싶다고 한다.
임 씨는 “사실 우리가 농장주는 아니기 때문에 연 1억은 매출을 내야 이것저것 떼고 유지하는 수준이 되는데 올해는 훨씬 못 미쳐 풀이 죽는다.”면서도 “그래도 내년에는 큰 희망을 가지고 성공을 꿈꾸련다.”고 각오를 밝혔다.
다이아나 씨도 “농사가 잘 되고 많이 팔아서 돈을 착실히 모으면 아이들을 잘 교육시키는데 쓰고 싶다.”고 말한다.
임장수 씨는 “모계사회에서 살던 적극적인 동남아 여성들이 국제결혼을 통해 한국으로 시집오면서 농촌활성화에 큰 역할을 하는 것은 틀림없는 현상”이라고 말했다.
다이아나 씨는 “한국은 결혼이주여성을 위해 방문교육까지 실시할 정도로 다문화정책에 신경을 많이 쓰는 것 같다.”며 “주변에 있는 결혼이주여성들은 이런 관심 속에 한국에 정착하는데 큰 도움을 받고 있다.”고 평했다.
임장수·다이아나 씨의 다문화가정은 △정부의 적극적인 지원 △농업기술센터·작목반 구성원의 세심한 농업지도 △지역 다문화가족지원센터의 헌신적 배려에 다문화부부의 의욕이 어우러져 행복한 가정을 이루는 농촌다문화가정의 건강한 사례로 보였다.
 

저작권자 © 농촌여성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