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재수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 사장

"농식품 산업의 글로벌화를 위해서는
여성 농업인의 역할이 매우 중요하다."

▲ 김재수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 사장
최근 우리 농식품 수출증대 및 해외판로 확대 행사를 홍콩에서 개최했다. 자유항구로서 오랜 기간 동안 명실상부한 세계 무역의 중심지 역할을 해온 곳이 홍콩이다. 홍콩이 물류와 서비스, 식품, 문화교류의 중심지라는 점을 재확인하였다.
홍콩은 특히 여성들에게 인기가 높은 지역이다. 면세지역, 쇼핑천국으로 알려져 있다. 매년 세계 각국에서 2,200만명 이상의 관광객들이 홍콩을 찾는다. 식도락 여행지로도 유명하다. 수산물이 풍부하고 세계적인 식문화로 유명한 중국과 영국의 영향을 받아 고유의 식문화가 발달했다. 세계적으로 유명한 레스토랑도 많고 미식가, 음식평론가도 많다.
홍콩이 중국에 반환된지 올해로 16년째다. 99년간 영국 지배가 끝나고 중국에 귀속되었지만 홍콩은 특별행정구로서 50년 동안 한 나라 두 체제, 즉 ‘일국양제(一國兩制)’를 보장받았다. 자본주의 체제를 유지하면서 글로벌 경제를 추진한 결과, 국제 자본이 홍콩을 떠나지 않고 경제발전을 이어갈 수 있었다.
홍콩은 농업이 발달한 지역은 아니다. 농업은 경작지가 홍콩 전체 토지의 10분의 1에도 미치지 못하고, 농업인구는 약 4,700명으로 전체 인구의 0.6% 수준이다. 총 농산물 생산액은 6억1,500만 달러 수준으로 전체 농산물 소비에서 자국 생산이 차지하는 비중은 신선농산물 3%, 가금육 56%, 돈육 6%로 대부분 수입에 의존하고 있다. 자체 농산물 생산량이 적기 때문에 홍콩은 완전 시장개방 정책을 펴고 있다. 농식품 수입의존도는 95% 이상이며 담배와 30도 이상의 주류 등 4가지 품목을 제외한 품목이 무관세이다.
우리나라는 지난해 3억 달러의 농식품을 홍콩에 수출했으며, 올해도 25% 이상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그러나 홍콩의 전체 농식품 수입액 기준으로 보면, 한국은 18위 수준이다. 전체 시장의 2%에도 미치지 못한다. 홍콩의 지난해 농식품 수입액은 약 193억 달러로 2010년에 비해 22%나 증가했다. 국가별로는 중국 22%, 미국 17%, 브라질 9% 순이다. 홍콩의 1인당 GDP는 3만6천 달러로 우리나라 평균 2만4천 달러보다 1.5배나 높고, 고소득층도 많다. 한국 농식품의 건강, 고급, 프리미엄 이미지를 강조해 중산층과 고소득층을 적극 공략해야 한다.
홍콩은 우리 농산물 신선도를 떨어뜨리지 않으면서 배로 수송할 수 있는 마지노선 위치이기도 하다. 국내 신선농산물이 다 수출될 수 있고, 관세도 거의 없으며 통관도 수월하다. 중국에 농식품을 직접 수출하기 위해서는 까다로운 검역, 위생기준을 충족시켜야 하고, 각종 비관세 등 장벽이 높다. 홍콩을 통한 우회수출은 대 중국 수출 절차나 소요시간을 앞당길 수 있다.
마켓테스트 역할도 중요하다. 금융, 서비스 등 비즈니스의 중심지이자 문화예술, 교육 등 아시아 시장의 거점이다. 최근에는 K-Pop, 드라마 등 한류 확산의 중심이 되고 있다. 홍콩 시장에서 검증된 제품은 아시아 시장에서 성공할 확률이 매우 높다. K-Food가 더 확대되기 위해서는 홍콩시장 공략이 중요하다.
홍콩은 해외투자나 교류에 대해 적극적이고 개방적 정책을 펼치고 있다. 서양문물이 조기에 유입되면서 동서양의 전통과 문화, 생활방식이 공존하는 것은 홍콩의 가장 큰 강점이다.
쇼핑과 음식, 문화예술 등 주요 소비자인 여성들을 사로잡을 콘텐츠도 풍부하다. 여성의 마음은 여성이 가장 잘 알 수 있다. 농식품 산업의 글로벌화를 위해서는 여성 농업인의 역할이 매우 중요하다.
지난해 1월 일본경제신문은 인구는 일본의 40% 미만이고 자원도 부족한 한국이 강한 이유는 “글로벌화 추세를 감안해 일찍부터 세계시장을 개척하였고 살아남기 위해 혹독한 시련을 이겨낸 한국인의 자세”라고 분석했다. 우리 농업과 식품산업의 세계화를 위해 여성 농업인들의 섬세한 전략과 글로벌화된 감각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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