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경자 21세기여성정치연합 부회장

▲ 오경자 21세기여성정치연합 부회장

"정부가 해내지 못한 이런 일들을
농촌여성 단체와 농촌여성들이
팔을 걷고 나서서
추진하기 시작했으면 좋겠다."

12월은 ‘껄껄 달’이라고 한다. 무엇무엇을 할걸, 어떤 것을 하지 말걸, 좀더 열심히 할걸 등등 수없이 많은 후회와 아쉬움으로 점철되는 달이라는데서 나온 말이다. 언제나 해마다 맞는 연말이건만 하나 같이 똑같은 소리들만 되풀이 하면서 인생을 살아가고 있는 것은 아닌지 모르겠다. 한 번 잘못 됐으면 그런 잘못이나 실수를 되풀이 하지 말아야 하는데 만물의 영장이라는 사람이 그 면에서는 동물보다도 아랫질인 듯싶다. 동물은 한번 먹고 탈이 난 것은 절대로 다시 먹지 않는다고 한다. 아마도 지혜가 따로 없으니 본능적으로 그런 기능을 부여해 주셨나 보다.
우리나라는 농토가 넓지도 않은데 매년 농산물 수급차질로 농민들을 곤경에 빠뜨리는게 한 두번이 아니다. 작년에 값이 비쌌던 농산물은 금년에는 가격이 폭락하고 전 해에 헐값으로 손해를 보았던 종류는 금값으로 호황을 누리는 일이 연중행사로 반복된다. 그 이유는 작황도 조금은 영향이 있겠으나 거의 대부분이 재배면적의 과다에 좌우된다는 보도가 쏟아져 우리를 서글프게 만든다. 언제가 돼야 우리 농민들이 마음 놓고 양질의 농산물을 길러 수확해 내는 일에만 몰두하게 될 것인가? 도시의 소비자들로서는 정부 당국이 수요량을 예측해서 재배면적을 좀 조절하는 노력을 해주었으면 좋겠다는 소망을 오래 전부터 갖고 있다.
지난해에 고추가 값이 좋았으면 올해는 집집마다 고추를 많이 심고 그 결과는 값의 폭락으로 이어져 재배농가의 주름살만 늘여놓는 이런 주먹구구식의 영농은 이제 끝을 낼 때가 되었다. 여러 가지로 어려움이 많겠지만 이 난제를 농촌여성들의 단체활동을 통해서 새로운 돌파구를 찾아 모았으면 좋을 듯싶다.
정보통신기술의 발달을 이용해 우리 여성들이 단체의 조직을 활용하여 전국적으로 생산농가와 수요가정을 연결하는 시도를 아주 작은 곳에서부터 시작해서 점차 확대시켜 나가면 전 국토의 계획재배가 이루어지는 단초가 될 수 있으리라는 생각을 해 본다.
우선 자기 고장의 특산품부터 주문을 받아 수요를 예측해서 재배면적을 정하면 전국적으로 취합되어 수요공급의 과도한 격차를 가져오지는 않게 될 것이다. 그렇게만 된다면 농업의 획기적인 새바람이 불어오리라 생각한다. 경쟁력 있는 자기 지역의 농산물을 안정적으로 재배해서 공급하는데 문제만 없다면 소신껏 물량을 정하고 적당한 면적만 그 재배에 할애하면 나머지 땅은 다른 종류를 찾아 재배해서 소득을 더 늘일 수도 있지 않을까 말이다.
이에 물량을 미리 계약하는 계약재배만 자리 잡을 수 있다면 그야말로 금상첨화가 아니고 무엇이겠는가? 가격의 결정도 물가상승률과 평균 농사비용의 변화 등을 정부가 정확히 계산해서 가이드라인을 정하고 생산자인 농민과 소비자인 도시 가정이 합리적이고 서로 유익한 선에서 가격을 정하면 큰 무리 없이 이루어질 일이라 생각한다. 얼핏보면 매우 황당하고 어려울 것 같아 보이지만 자세히 보면 비교적 쉽게 뿌리 내릴 수도 있는 발상이라고 본다.
그동안 여러 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정부가 해내지 못한 이런 일들을 농촌여성 단체와 농촌여성들이 팔을 걷고 나서서 추진하기 시작했으면 좋겠다.
2014년 새해는 갑오년이다. 120년 전 갑오년에는 갑오개혁을 이루어내서 우리나라의 사회제도를 비롯한 여러 가지 제도들이 과감하게 바뀌고 개화를 시작했다. 여성의 억압이 풀리는 열쇠가 된 것이 갑오개혁이다. 이런 역사적 갑오년을 앞두고 한해를 정리하면서 면밀한 계획을 수립하고 그 실천방안을 구체적으로 세워보는 올 연말이 되었으면 좋겠다. 농촌의 문제는 농촌에서만 풀 수 있는 것이 아니라 소비자인 도시와 함께 머리를 맞대지 않으면 무슨 일이나 다 반쪽이 되고 만다는 것을 도농 모두와 정부가 꼭 명심하고 지혜를 모아보는 한달이 되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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