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12명 중 2,401명 농수산업 활동

 국립한국농수산대학(총장 남양호)이 전체 졸업생의 영농실태를 조사한 결과 졸업생 3,012명 중 현재 2,401명이 농수산업에 종사하고 있고, 한농대 졸업생의 영농․영어종사율은 85.1%인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1997년에 개교한 한농대는 2000년 209명의 졸업생을 처음으로 배출한 이래, 총 3,012명의 농수산업 CEO를 배출했다.
전체 졸업생 중 1,591명(’02~’13년 해당)은 의무영농(6년) 중에 있다.
현재까지 의무영농을 마친 졸업생은 1,014명(’00~’07년 해당)이며, 이 중 810명은 계속해서 농업에 종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전체 졸업생은 남성 2,665명과 여성 347명이며, 학과별로 축산학과(대가축학과, 중소가축학과) 출신 졸업생(697명)이 가장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지역별로 경기도에서 활동하는 졸업생이 652명으로 가장 많고 제주도가 상대적으로 적었으며, 180명의 졸업생은 대도시 지역에서 활동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의무영농을 하고 있는 졸업생(1,591명) 중 농수산업을 주업으로 생활하고 있는(자가영농) 사람은 1,483명이며, 이들 중 920명은 부모와 함께하고 있으며, 이외에 부모로부터 독립해 자신만의 농업 경영체를 창업한 사람은 303명, 부모로부터 물려받은 농․어장을 운영하고 있는 사람이 249명, 기타(조부모, 수도회 협농 등)가 11명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밖에 농업법인과 농업연구기관, 장기현장실습농장에 취업해 영농이행 중인 사람은 108명인 것으로 나타났다.
졸업 후 농수산업에 종사하면서 가장 큰 애로사항으로 많은 졸업생이 영농자금 부족을 꼽았고, 농지기반 부족, 문화생활의 어려움, 영농기술경험 부족, 부모와의 갈등, 결혼문제 등을 이야기하는 졸업생도 있었다.
남양호 총장은 “지난 16년간 한농대는 대한민국 농림수산업을 이끌어갈 CEO 양성에 매진해왔으며, 이들은 각자의 지역사회에서 성공적으로 정착해 리더로서 활동하고 있다”며, “농림수산업이 충분히 블루오션이라는 것을 졸업생들이 몸소 보여주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한농대 졸업생들은 생산만 하는 1차 산업 형태가 아닌, 생산과 유통, 판매 등 2차, 3차 산업을 융합한 형태의 새로운 농어업 활동을 하고 있다”며, “창조경제라는 시대적 흐름에 맞는 인재들이 바로 한농대 졸업생이다”고 말했다.


한농대 졸업생 영농정착 사례

▲ 세종시 장군면 평기리에서 농사를 짓고 있는 송준오 씨.
농업으로 두 아이의 꿈과 미래를 만들어 주는 아빠가 되고 싶습니다!

쌀쌀한 초겨울 날씨에도 불구하고 구슬땀을 흘리고 있는 한 청년이 있다. 영하의 추위지만, 이에 아랑곳하지 않고 소들의 건강상태를 일일이 확인하고 있는 청년의 눈매가 매섭다. 이 청년은 세종시 장군면 평기리에서 농사를 짓고 있는 송준오(27세) 씨. 농사일을 한다고 믿기지 않을 만큼 준수한 외모를 지니고 있는 송 씨지만, 어느덧 농사일 4년 차에 접어든 청년 농사꾼이다. 지난 2010년 한국농수산대학(이하 한농대) 식량작물학과를 졸업한 송 씨는 현재 세종 farm을 운영하면서, 한우와 벼, 딸기 농사를 하는 멀티플레이어 청년 농사꾼이자 한 여자의 남편, 두 아이의 아빠다.
지금은 어엿한 청년 농사꾼이지만, 송 씨의 원래 꿈은 농업이 아닌 건축가가 되는 것이었다. 하지만 부모님의 설득과 주변으로부터 많은 조언을 들은 송 씨는 과감히 건축가에 대한 꿈을 접고, 농업인의 길을 선택했다.
송 씨는 “고등학교 3학년까지 진로선택은 무조건 건축설계 디자인 분야였다. 다른 쪽은 생각하지도 않았다. 하지만 부모님은 건축분야로의 진로선택을 탐탁치 않아하셨다. 아버지께서 여러 조언을 해주셨지만, 당시에는 워낙 제 의지가 확고했기 때문에 그 이야기가 잘 들어오지 않았다. 하지만 실제 건축 사업을 하고 계시는 친척분의 이야기를 듣고 생각을 바꾸게 됐다. 건축분야의 길을 포기하다 보니 진정 내가 하고 싶은 일을 다시 찾아야 했다. 일부 친구들이 적성에 맞지 않은 대학과 학과를 선택했지만, 저는 그렇게 하기 싫었다. 앞으로의 목표와 꿈이 일치하는 곳으로 가기 위해 재수를 선택했다”고 말했다. 이어 “재수하는 동안 농업인 후계자 교육을 받을 기회가 있었는데, 이 교육을 통해 그동안 농업이 갖고 있는 매력을 알게 됐다. 단순하게 일을 도와드렸던 농업이 아니라 내가 평생 직업이라 생각하고 인생을 투자하기에 충분하다는 생각을 갖게 됐다. 거기에 아버지의 일을 도와드리며 배웠던 경험과 학문적 지식을 더한다면 농업으로 남부럽지 않은 생활을 할 수 있을 것이란 확신을 가졌고, 학문적 지식을 배울 수 있는 곳이 한농대라는 생각에 입학했다”고 말했다.

2007년 한농대에 입학한 송 씨에게 대학생활 중 뇌리 속에 깊이 남아 있는 기억은 바로 ‘장기현장실습’이다. 장기현장실습이란 한농대 2학년이라면 누구나 거처야 하는 교육과정으로 10개월에서 1년간 국내·외 농장과 어장으로 학생들이 실습을 나가는 것을 말한다. 졸업 후 실제 영농·영어현장에서 발생할 수 있는 일을 미리 경험해 보는 일종의 예방접종과 같은 것으로 학생들은 이곳에서 농·어장주로부터 농·어장을 경영하는 경영비법과 작물 재배에 관련한 지식 등을 직접 배우게 된다. 송 씨 역시 2학년 시절 학과 선배의 농장에서 현장실습을 하며 많은 것을 배웠다고 한다.
송 씨는 “지금까지 살면서 그렇게 많은 일을 해본 적은 장기현장실습이 처음이다. 일을 많이 시켜서라기보다는 농장의 규모가 워낙 컸기 때문에 작업량이 많을 수밖에 없었다”라며, “이 시기가 힘들기는 했지만, 실제 제가 갖고 있었던 습관이나 문제점 등을 알 수가 있었고, 고치는 계기가 되어 졸업 후 농업을 하는데 커다란 어려움이 없었다. 또한 여기서 배운 농장운영 방법 등을 저만의 스타일로 바꾸어 제 농장에 지금 적용하고 있다. 분명 좋은 결과가 있을 것이다”라며 확신에 찼다.

2010년 대학을 졸업한 송 씨는 아버지 밑에서 3년간 함께 일하다가, 올해 독립해 따로 자신만의 길을 가고 있다. 물론 송 씨의 농장과 아버지의 농장이 같이 있기 때문에 아버지의 일을 도와드리고 있지만, 경제적인 경영은 따로 하고 있다는 송 씨. 현재 100평 규모의 축사에 한우 21마리를 키우고 있다. 한우를 사육하면서 점점 높아져가는 사료값을 고민하던 송 씨는 생산비를 절감하기 위한 방법으로 혼합발효사료를 만들어 사용하고 있다. 아버지가 벼농사를 하고 있기 때문에 사료로 사용할 수 있는 쌀겨를 쉽게 구할 수 있고, 이를 사료 원료와 혼합해 한우를 사육하며 비용절감에 나서고 있다.
송 씨가 한우 외에 도전하고 있는 작목이 바로 딸기다. 한 가지 작목에 만족할 수 없었던 송 씨는 딸기 농사를 통해서도 좋은 결과를 내고 있다. 내년에는 규모를 조금 더 키워 볼 생각에 하우스 시설을 정비하는데 밤낮으로 노력하고 있다. 이러한 송 씨의 노력으로 2012년 농장에서 올린 매출은 약 1억 7,500만 원, 하지만 송 씨는 이것은 어디까지나 아버지의 매출이고 자신의 매출은 ‘0원이다’며 겸손해했다.

송 씨는 “2012년 매출은 엄밀히 말하면 아버지의 매출이지 제 매출은 아닙니다. 경제적으로는 아버지의 농장과 독립해 별도의 농장을 운영하고 있고, 30년간 축적한 아버지의 경험을 무료로 배우고 있기 때문에 수강료를 대신해 일을 도와드린다”라고 말하며, “언제나 부모님 울타리 안에서 농사일을 한다면, 나중에 농장 전체를 물려받았을 때 제가 혼자 모든 부분을 감당할 수 없다는 생각에 미래를 미리 대비하고자 농장을 따로 운영한다. 대기업 회장들이 자식들에게 하는 경영수업과 똑같다고 보면 된다”라고 말했다.
승승장구하고 있는 송 씨에게도 한번 위기가 찾아왔다. 바로 세종시가 만들어지면서 공사 차량이 빈번히 이동하게 됨에 따라 소들이 스트레스를 받고 있는 것. 한번은 스트레스를 너무 받은 소가 송아지를 조산한 적이 있다고 한다.

송 씨는 “세종시 설립 이전에는 트럭 등 대형차량이 3,000여 대 정도 다녔는데, 현재는 공사가 계속되면서 이전보다 3배 이상 차량 이동이 늘어난 것 같다. 그러다 보니 빈번한 차량 이동으로 인한 소음이 발생하고 있고, 이에 소들이 스트레스를 많이 받아 그런 것이 아닌가라는 생각이 든다”라며, “문제는 이것은 어디까지나 추측을 뿐 정확한 사인이나 원인을 알 수 없어 조금은 답답하다”라며 어려움을 토로했다.
하지만 위기는 곧 기회라는 말처럼 세종시가 세워지면서 송 씨에게 위기가 찾아오는 듯했지만, 동시에 농산물의 새로운 판로가 만들어지는 기회가 찾아왔다. 세종시에 외부인의 유입이 많아진 점을 이용해 송 씨는 소비자와 직거래 전략을 세웠다. 송 씨는 다 익은 딸기를 수확 후 트럭에 싣고 인근 아파트를 다니며 시식행사를 하며 적극적으로 딸기를 판매했다. 결과는 성공이었다. 중간 유통과정이 없다 보니 가격부담이 적고, 맛 좋은 딸기를 먹을 수 있다는 점이 세종시 주민들 사이에서 자연스럽게 입소문이 나면서 매출이 조금씩 올라갔다. 특히 ‘세종시 맘’이라는 온라인 카페에 송 씨의 딸기가 많이 알려지면서 수확철에는 송 씨의 휴대전화로 끊임없이 연락이 온다고 한다. 위기를 기회로 생각한 송 씨의 전략이 성공의 문을 열어줬다.

송 씨는 “평소 ‘누군가에게 어떠한 결과에 대해 부정하고 비판할 시간에 어떻게 하면 해결을 해서 긍정적인 결과물을 만들 것인지를 생각하라’라는 신념을 갖고 농업을 하고 있다. 그러다 보니 아이디어가 떠오르고 직거래 판매도 생각할 수 있었다”라며, “과거 화장실 갈 시간도 아까워 논에서 볼일을 보며 농사일에 매진한 열정을 갖고 발전하는 농업인이 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영농정착을 하면서 특별한 애로사항은 없었지만 한 가지 아쉬운 점이 있다고 말하는 송 씨. 송 씨가 말한 아쉬운 점은 바로 농기계와 관련한 것이다.
송 씨는 “특정 제품을 이야기하는 것은 아니지만, 웬만한 자동차보다 더 비싼 가격인데 반해 사후관리는 많이 약하다. 일반 자동차의 경우에 같은 차종에 같은 문제가 발생하면, 발생 유무와 상관없이 모든 차량에 대한 리콜이 들어간다. 하지만 농기계의 경우 같은 기종에 똑같은 부위가 파손되는데도, 리콜 한 번 이루어진 적이 없다”라며, “국내산이 아닌 외국산 농기계를 사용하려고 해도 초기 구매비용과 유지비가 매우 비싸서 일반 농가에서 쉽게 이용을 할 수 없는 만큼 국내산 제품에 대한 사후관리가 확실해졌으면 좋겠다”는 이야기를 했다.

 

세계를 깜짝 놀라게 할 농기업을 만들고 싶다는 송 씨. 농업을 먼저 시작한 경험자로서 농업에 도전하는 사람들에게 하고 싶은 말은 무엇일까? 바로 ‘자존심과 오기를 버려라’이다.
송 씨는 “농업을 시작하기에 앞서 확실한 자신감과 비전이 없다면 처음부터 자신의 모든 것을 내려두고 백지의 상태에서 농업을 해야 한다”라며, “자존심과 오기는 농촌에 살면서, 농업을 하는데 매우 불필요한 것이다. 불필요한 자존심과 오기를 버릴 때 분명 농업에서 길을 찾을 수 있고 농촌에 있는 다른 구성원들이 그 길을 쉽게 갈 수 있도록 지름길을 알려줄 것이다”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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