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전통향토의 맛을 찾아② 김치-충남

자작하게 불에 지져먹는 ‘게국지김치’… 구수하고 시원한 맛 일품
물새우·능쟁이·박하지 등 제철 해산물 넣어 담근 김치

최근 한국 전통음식의 그 기능성과 영양학적 우수성이 세계적으로 알려지면서 ‘건강식’, ‘장수식’으로 인정받고 있으며, 새로운 가치 창출을 위한 국가 자원으로 부각되고 있다. ‘한국의 전통향토음식’은 농촌의 향토 산업 활성화는 물론 ‘가장 한국적인 음식이 가장 세계적인 음식’으로 거듭나는데 일조하고 있다. 이에 본지는 전국 9개도의 다양한 재료와 조리법, 독특한 맛을 지닌 한국 전통향토음식을 소개해본다. 이번호는 김장철을 맞아 충남지역의 이색김치를 소개한다.

충남 서산과 태안에는 ‘게국지김치’라는 이색 김치가 있는데 서해안에서 나오는 해산물을 넣어 만든 지져 먹는 김치이다. 배추와 무청에다 늙은 호박, 능쟁이가 들어간다. 해산물이 나오는 철에 따라 물새우나 중하(새우), 꽃게, 황발이나 능쟁이(갯벌에 사는 회색의 조그만 게), 박하지(꽃게보다 작고 껍질이 단단한 게) 등의 갑각류를 거칠게 찢어서 넣어 담가 먹던 음식이다. 보통의 젓갈을 사용하지 않고 어리굴젓을 담기 위해 굴을 절였던 젓국, 게장을 담갔던 게젓국 등을 이용해 김치를 담그면 지졌을 때 구수한 맛이 난다. 한 달 정도 숙성했다가 자작하게 지져 먹으면 된다. ‘게국지김치’는 특히 약한 불에 지져 먹으면, 시원한 맛이 일품이다.
게국지김치에 들어가는 게는 박하지와 사시랭이(어린 꽃게)를 주로 사용하는데 여름에서 가을까지 갯벌에서 잡아 바로 급속냉동을 시켜 보관하다가 김장 때 절구에 넣고 빻아서 진한 국물을 만들어 낸다.
이러한 진한 국물에 갖은 양념을 넣고 배춧잎을 버무린 것이 바로 게국지김치다. 게국지김치는 그냥 생으로 먹는 것도 맛있지만, 불에 익혀서 먹으면 그 맛이 배가 된다. 게국지김치에는 고춧가루가 많이 들어가지 않는데, 다 이유가 있다. ‘게국지’는 어려운 시절, 물자가 부족한 섬에서 김장하고 남은 배추 시래기로 만들었다. 버리기 아까운 시래기를 주어다가 섬 주변 갯벌에서 흔한 게로 맛을 낸 것. 돈이 될 만한 꽃게 등은 시장에 팔았기 때문에 껍질이 두꺼운 박하지나 상품성이 없는 사시랭이 등을 사용한 것이다. 양념에 버무린 것을 냄비에 넣고 새벽녘 고된 갯일 나가기 전 난로 위에 두고 데워서 속을 채웠던 것이 바로 지금의 게국지가 됐다.
[자료제공= 농촌진흥청]

 Tip. ‘게국지김치’ 만드는 방법
재료: 능쟁이 1kg, 배춧잎 4kg, 무 400g(1/2개), 늙은호박 200g, 소금 적량
양념: 마른고추 10개, 대파 2뿌리, 마늘 2통, 생강 5쪽, 액젓 1/2컵

① 능쟁이(갯벌에 사는 회색의 조그만 게)는 소금물로 해감을 빼 딱지를 떼고 집게발은 날카로운 부분을 떼어 내어 2등분한다. ② 배춧잎은 소금에 살짝 절여서 물에 헹궈 건져 놓는다. ③ 호박은 반으로 갈라 씨를 제거한 후 얄팍하게 썰고, 무도 손질해 호박과 같은 크기로 썬다. ④ 마른 고추는 손질해 물에 살짝 담갔다가 대파, 마늘, 생강, 액젓과 함께 분쇄기에 갈아 양념을 만든다. ⑤ 모든 재료를 양념에 버무려 배춧잎으로 돌돌 말아 싼다. 남은 양념으로 국물을 만들어 하루 정도 지난 후에 위에 부어 준다. 한달 정도 숙성시킨 후 생으로 먹거나 찌개를 끓여 먹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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