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해열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 경영관리처장

▲ 박해열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 경영관리처장

"외부와 소통하며 스스로 개혁하고
변화하는 자만이 살아남을 수 있다."

유목민족인 돌궐족 장수 돈유쿠크의 비문에는 “성을 쌓는 자는 반드시 망할 것이며 끊임없이 이동하는 자만이 살아남을 것이다”라는 문구가 적혀 있다고 한다. 최첨단의 시대를 살고 있는 우리에게도 시사하는 바가 큰 말이다. 혼자 벽을 쌓고 살다가는 도태되어 버린다. 외부와 소통하며 스스로 개혁하고 변화하는 자만이 살아남을 수 있다.
유목민족은 끊임없이 이동하면서 가뭄과 추위, 질병 등 극한의 위기를 넘겨야 한다. 한 치 앞을 내다볼 수 없는 위기 속에서 소통은 생존을 위한 필수조건이었을 것이다. 장수와 부하들의 소통, 동료들 간의 소통, 가족 사이의 소통, 새로 만나는 이방인들과도 소통해야 한다. 소통이 되지 않으면 곧 죽음이기 때문이다. 기업환경도 마찬가지다. 성을 쌓는 회사, 움직이지 않는 회사, 소통하지 않는 회사는 멈출 수밖에 없다.
‘公’이라는 한자를 보면 무엇이 연상될까. 대부분 공기업, 공공기관, 공무원을 떠올릴 것이고 철밥통, 칼퇴근, 신의 직장 등을 생각하는 이들도 많을 것이다. 그러나 최근에는 공기업에도 혁신, 변화의 바람이 거세게 불고 있다. 앞으로도 계속적인 자기혁신과 반성이 필요하겠으나 많은 공기업들이 IMF 금융위기, 공기업 개혁 등을 거치며 다수의 직원이 퇴사하고 조직을 개편하는 등 업무효율을 높이기 위한 노력을 기울여왔다.
이러한 과정에서 적지 않은 어려움도 겪어야 했다. 인력감축에 따른 조직 분위기 침체, 그리고 젊은 직원들의 급격한 증가에 따라 구성원간의 융화에도 어려움이 있었다. aT는 이런 난관을 극복하기 위해 노사가 함께 발벗고 나섰다. 노사협의회, 노사대표 일대일 간담회 등 공식적인 채널과 비공식적인 채널을 통해 소통에 앞장섰다. 이를 통해 사내 어린이집 개설, 장애인자녀 교육비지원, 유연근무제 등 다양한 GWP(Great Work Place) 프로그램 등을 실시함으로써 2008년부터 가족친화우수기업으로 선정되었고, 공공기관 만족도 및 노동생산성 향상 등 많은 부분에서 성과를 이루게 되었다. 또한 부서별 BP(Best Practice) 경진대회, 학습조직 활성화 등 상향식 커뮤니케이션 문화를 정착시켜 조직문화에 활력을 불어넣었다.
이러한 다양한 일터 혁신의 결과, 최근 고용노동부와 노사발전재단에서 주관하는 ‘2013년 일터혁신 최우수기업’으로 선정되는 쾌거를 이루었다. 그동안 공기업 개혁과 조직문화 개선을 위해 다양한 노력을 기울였던 만큼, 직원들도 “어떤 상보다 큰 의미가 있는 상”이라며 환영하는 분위기다.
전 세계 젊은이들이 일하고 싶은 기업으로 꼽는 ‘구글’사 기업문화의 핵심도 소통에 있다. 구글에서는 금요일에 ‘TGIF(Thanks God It's Friday)’ 행사가 열린다. 딱딱한 회의가 아니라 친구들과 어울리는 파티 같은 분위기다. 휴게실에 모여 맥주를 마시며 직급에 관계없이 대화를 나눈다. CEO도 참여하여 사전에 직원들에게 받은 질문에 대한 답을 내놓는다. 회사업무는 물론이고 임직원의 일상생활에 대한 질의응답도 기탄없이 주고받는다. 이처럼 소통하는 기업문화는 구글의 자유롭고 창의적인 비즈니스의 원동력이 된다.
최근 대내외적인 기업환경은 결코 녹록치 않다. 밖으로는 FTA 체결이 확대되고 있고 안으로도 기업들의 강도 높은 구조조정이 요구되는 등 산적한 과제가 많다. 기업들, 특히 공기업들이 국민들의 신뢰를 바탕으로 어려운 대내외 문제를 해결해나가기 위해서는 소통을 최우선 전략으로 삼아야 할 것이다. 끊임없이 소통하는 기업만이 앞으로 나아갈 수 있다. 또한 사람도 끊임없이 소통하는 사람만이 발전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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