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일본 현지취재 기획시리즈를 마치며

▲ 채희걸 본지 고문

지난 연초 농촌여성신문 창간7주년을 앞두고 창간기념 특집기획을 무엇으로 할 것인가 골돌하게 생각해 본 적이 있었다. 그러다가 마침 신문사 기자들 연찬모임이 있어 참석한 적이 있었다.
이때 일본농업계 특집기획 취재가 논의됐다. 왜 일본농업계 특집인가?
필자는 여러차례 일본을 드나들었다. 갈 때마다 일본국민으로부터 많은 것을 얻고 배워왔다.
일본에서 배운 것은 여러가지가 있었다. 오사카에서 개최되었던 세계꽃박람회 관람 출장시 일행중 누군가가 카메라를 잃어버렸다. 30여분 지난 뒤 놓고 온 기억을 더듬어 찾아갔다. 그런데 놀랍게도 많은 관람인파 속에서도 카메라는 그 자리에 그대로 있었다. 이때 받은 충격적인 감동이 생생하다.
역시 재직중 우르과이라운드협상이 고조될 때 일본의 대응태세를 살피고자 일본에 간 적이 있었다. 이때 나고야 근교 다께도요(武豊)이라는 조그마한 한촌(寒村) 여관에 머물었다. 지금은 작고했지만 여관주인이었던 오이와(大岩)씨는 한국인도 모르는 한국역사와 농업에 대한 해박한 지식과 식견을 보였다. 여관주인이 한국역사와 농업을 공부한다는 것은 놀라운 일이었다. 이것이 계기가 돼 그와 교분을 터 20여년간 그로 부터 많은 것을 배웠다.
신문은 기사가 상품이다. 좋은 기사를 실어야 독자로 부터 칭찬과 신뢰를 얻는다. 그리고 독자도 늘려갈 수 있다.
이번 출장에서 기대 이상의 현장취재가 이루어졌다. 일본에 머무는 동안 신주쿠에 있는 ‘農家の台所’, 우리말로 ‘농가의 부엌’이란 식당에 갔었다. 식당 현관에 색색의 농산물 전시판매와 식당벽면에는 농산물을 납품하는 농업인을 마치 배우처럼 연출해 제작된 현란한 포스터가 붙어 있다.
그리고 식당주인은 자칭 ‘채소네비게이터’라며 20여 가지가 넘는 조금은 생소한 채소에 소스를 얹어주며 영양과 건강을 말하며 열심히 시식을 권유했다. 상권이 좋은 요지에서 비싼 임대료를 내고 돈이 안되는 채소를 식재료로 한 음식을 파는 사장의 용단이 감동으로 밀려왔다. 섬세한 창의력으로 사업을 일구는 일본인들의 탁견이 참으로 놀라웠다.
농가 일감갖기 지원사업 등에서 보듯 우리는 성공과시와 외형중시의 시설지원에 몰입한다. 그러나 일본은 소자본 지원과 차근차근한 체험을 통해 가능성을 찾아 창업을 진행시킨다. 그리고 위생, 환경, 건축 등의 규제는 혹독치 않다.
여성농업인 포상시 상금은 한푼도 주지 않는다. 대신 TV, 라디오로 시상식 실황을 전국에 중계해 수상자의 자존감과 명예를 높여준다. 또한 사례발표로 전 국민이 본받게 한다. 포상자를 강사로 추대, 강연에 내세우기도 한다. 이런 점들은 우리가 본받아야 할 주요과제라고 생각한다.
그 다음으로 생활개선지도공무원 퇴직자 연구모임이 1956년에 발족돼 57년간 활동해 오고 있는 모습을 보고 다시 한번 놀랐다. 더구나 이들은 재직중 체험 연마한 지도기량을 사장(死藏)시키지 않고 여성농업인 지도에 열성을 보였다. 지도내용 또한 무척 건실하고 지도태세도 무척 진지했다.
일본의 상인, 교수, 공직자, 심지어는 퇴직자 모두가 농업인에 대한 깊은 애착을 보였다. 그리고 모두들 주도면밀한 생각으로 농업을 키우고 농촌을 일으키려고 무척 애쓰고 있었다.
필자는 이런 모습을 보고 ‘신문은 세계를 비춰주는 거울이 되어야 한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앞으로 농촌여성신문도 세계를 보는 거울이 될 뿐만이 아니라 삶의 나침반, 기술교본 등 여러 역할개발을 진지하게 고민해 명품신문으로 거듭날 수 있기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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