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훈동 수원예총 회장·시인

▲ 김훈동 수원예총 회장·시인

"주는 손길과 받는 마음은
사회구성원을 행복하게 하고
삶의 의미를 돌아보게 해…
나눔·봉사는
또다른 나눔·봉사 낳아"

한 해 움켜쥔 욕심을 모두 털어내는 12월, 달랑 한 장 남은 달력에 겨울이 내려앉았습니다. 경쟁과 승부의 세상입니다. 그 속에서도 나눔과 봉사하는 이들이 있어 우리들의 언 마음을 녹입니다. 나눔과 봉사는 하루아침에 생겨나는 것이 아닙니다. 말과 행동의 일치함이 오랫동안 쌓이고 인정될 때 가능합니다. 인생을 살면서 말하기는 쉬워도 움직이기는 녹록치 않습니다. 나눔과 봉사도 기술입니다. 나눌 수 있다는 것 자체가 행복입니다.
나눔과 봉사는 특별히 착한 사람들만의 선행이 아닙니다. 타인의 삶을 생각하는 일입니다. 사람은 참 아름다운 존재입니다. 새로운 희망과 감동을 발견합니다. 이십 여일이 지나면 크리스마스입니다. 이맘때부턴 이웃과 선행을 생각하는 계절입니다. 물질뿐만 아니라 나눔과 봉사도 나눌 수 있어 기쁩니다. 새로운 희망을 일굽니다. 농업인 한 사람 한 사람이 자신의 역량을 발휘해 커다란 나눔 성과를 이끌 수 있다는 사실을 뒷받침할 마음씀씀이가 절실합니다. 나눔과 봉사의 문화를 만들어 나가야 합니다. 그래야 사회적 분위기가 생겨날 수 있기에 그렇습니다. 삶의 향기를 더하는 나눔과 봉사는 더욱더 높은 가치를 발현할 것입니다.
나눔과 봉사는 행복을 여는 도어(door)를 만드는 것입니다. 삶은 소유가 아니라 순간순간의 ‘있음’입니다. 모든 게 한때일 뿐, 영원한 것은 없습니다. 그 한때를 최선을 다해 나눔과 봉사로 살 수 있어야 합니다. 손 시린 계절, 찬바람이 거세집니다. 우리 사회 곳곳에는 작지만 생생한 이야기가 많이 박혀있습니다. 크기가 작아 널리 알려지지 않았을 뿐이지만 그것이 사람을 바꾸는 변화라면 그 의미는 결코 작지 않습니다. 우리는 그들의 이야기를 통해 기쁨을 얻기도 하고, 위안을 얻기도 하고, 용기를 얻기도 합니다. 그들의 얼굴에선 뿌듯함이 번져납니다. 주는 이와 받는 이 둘 사이엔 굳건한 다리가 놓입니다. 나눔과 봉사는 이들 마음 밖과 안을 이렇게 연결시키고 서로가 서로에게 영향을 미칩니다. 이런 삶은 아름다움입니다. 한 사람을 바꾸고, 그 주변을 바꾸는 힘입니다. 물론 구체적인 인생의 목적을 정하는 건 각자의 몫입니다. 우리들은 모두 흘러갑니다.
멀게만 느껴졌던 나눔과 봉사가 손에 잡힐 듯 가까워 보이는 연말이 됐으면 합니다. 쉽지 않은 일입니다. 계산 빠른 사람이 하기엔 다소 버거울 수 있습니다. 세상이 대단하게 알아주지 않아도 한눈팔지 않고 외길로 나눔과 봉사를 실천하는 이들이 많습니다. 우리는 언제 살아 있다고 느낄 수 있을까요? 큰 상을 받았을 때일까요, 정상의 자리에 올랐을 때일까요. 아닐 것입니다. 자기다운 모습으로 자신만의 삶을 살아낼 때일 것입니다. 나눔과 봉사는 삶의 동력을 만듭니다.
우리 사회엔 도움을 필요로 하는 소외계층이 너무 많습니다. 힘이 없어 차별을 받는 아이들과 청소년, 아프고 외로운 홀몸노인, 동화되지 않고 있는 다문화가족과 북한 이주민, 소년소녀가장 등이 대상입니다. 이들은 힘겨운 삶을 살아가고 있는 우리의 이웃들입니다. 경제가 어렵고 각박할수록 더더욱 온정의 손길이 뻗어야 할 곳들입니다. 주는 손길과 받는 마음, 이를 바라보는 사회 구성원 모두를 행복하게 합니다. 삶의 의미를 돌아보게도 만듭니다. 나눔과 봉사는 또 다른 나눔과 봉사를 낳습니다.
나눔과 봉사로 인해 많은 수혜자들이 좌절이나 역경과 맞서고 받아들이며 새로운 꿈을 향해 재출발하게 됩니다. 이들 속에서 세상을 향한 따뜻한 사랑을 발견할 수 있습니다. 삶을 명사(名詞)로 살지 말고 동사(動詞)로 살아야 합니다. 인간은 자기를 실현할 때 비로소 행복해집니다. 내가 ‘나’로 살아있다는 느낌을 갖기에 그렇습니다. 나눔과 봉사하는 삶, 그 이상의 가치가 어디에 있겠습니까. 바로 자기가 자기로 산다는 증거입니다. 오감을 건드리는 나눔과 봉사의 행진이 석류 알처럼 톡톡 터져났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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