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맛을 되살린다 -맛의 방주에 오른 토종먹거리 8가지

 칡소 고기는 임금님 수라상에 오르던 것

황갈색 바탕에 검은색의 줄무늬가
세로로 나있는 얼룩소

맛의 방주는 사라질 위기에 놓인 종자나 음식을 국제적으로 등재해서 온 인류가 같이 함께 지켜나가자는 의미를 담고 있다. 한국의 토종 먹거리 8가지가 올해 처음 국제슬로푸드생명다양성재단 맛의 방주에 올라 화제다. 장흥 돈차, 태안 자염, 제주흑우, 제주 푸른콩장, 진주 앉은뱅이 밀, 연산 오계, 울릉도 섬말나리, 토종한우 칡소 맛의 방주에 올랐다. 연속기획 마지막으로 칡소가 맛의 방주에 오른 이유와 그 특징을 알아본다.

칡소는 한국의 재래 한우의 한 종류다. 가까이서 보면 누런 무늬와 검은 무늬가 번갈아서 나타난 것이 보이지만 조금 떨어져서 보면 전체가 칡 색깔로 보인다. 줄무늬가 호랑이를 닮았다 하여 범소라고도 하며 얼룩소라고도 불렸다. 태어났을 때는 무늬가 없다가 3개월 지나면서부터 얼굴부터 털 빛깔이 변하기 시작한다.
또한 칡소는 일반 한우보다 덩치가 크고 호전적 성격을 지녀 한우와 싸울 경우 한우를 이긴다고 한다. 경사진 비탈밭에서 쟁기를 끌기에 적합하도록 발톱과 어깨부분이 잘 발달되어 있으며 성질은 다소 급하지만 사람에게는 매우 온순하고 각종 질병에도 강하다.
특히 육질이 연하고 지방분 함량이 적어 조선시대에는 임금님 수라상에 오르기도 했다. 고기의 색깔은 일반 한우에 비해 조금 검붉다.

품목의 역사
고구려 고분벽화인 안악 3호분에는 검정소·누렁소·얼룩소가 외양간에서 먹이를 먹는 모습이 있다. 이렇듯 고분벽화에도 그려졌듯이 칡소는 아주 오래 전부터 우리나라에서 사육되어 왔다. 국보 242호 울진봉평신라비에는 관리들이 모여 얼룩소를 잡고 술을 빚어 제사를 지냈다는 기록이 있으며, 1399년 발간된 우리나라 최초의 수의학서 ‘우의방(牛醫方)’에도 칡소가 토종 소로 나온다.
“리우(칡소)의 이마가 황색이면 기르는 주인이 기쁨과 경사가 많이 생기고, 다른 가축이 잘 자라며, 재화도 많이 생겨 길하고 이롭다고 했다”고 덧붙이고 있다. 삼국사기, 동의보감 등 다양한 역사 문헌에도 종종 등장했고, 이중섭 화백의 그림, 시인 정지용의 ‘향수’에도 얼룩배기 황소가 등장하는 만큼 오래전부터 우리 조상들과 함께 어울려 살아왔다.
칡소의 역사를 살펴보면, 한반도 곳곳에서 길렀지만, 일제시대와 산업화를 거치면서 2000년대에 들어와서는 강원도, 충청북도, 경상북도 등 오지산간 지역에서만 가끔씩 한두 마리 발견되는 수준이다.

울릉군, 칡소의 순종 증식에 힘 쏟아
칡소는 현재 전국에 기껏해야 1,500두 정도 흩어져서 사육되고 있는데, 그 중 울릉도 지역에서 400두 정도의 가장 많은 칡소가 사육되고 있다. 울릉군에서는 전통한우인 칡소를 순종으로 보존하고자 60마리의 칡소 종축을 사육 중이다. 대부분의 울릉도 소사육 농가가 칡소를 사육하고 있는데, 울릉군이 우량 혈통의 칡소를 분양하고 혈통을 등록하여 순종 증식에 힘을 쏟고 있다.
울릉도는 전통적으로 한우를 키울 때 울릉도 고유의 자생약초를 많이 먹여서 울릉도산 쇠 고기는 맛이 좋고 몸에 이롭다 하여 ‘약소’로 알려져 있다. 울릉도 칡소 역시 야초쇠꼴을 많이 먹이는 전통적인 방식으로 키우고 있다.
이런 이유로 칡소의 독특한 진한 육색과 지방이 덜한 담백한 육질로 예전의 쇠꼴 먹은 쇠고기의 맛을 느끼게 할 수 있다. 특히 울릉도에서는 다른 지역과 달리 도축 즉시 생고기로 굽거나 요리를 하므로 옛날과 같이 신선육으로 먹는 쇠고기의 참맛을 알 수 있게 해준다.
현재 울릉도 칡소는 백화점에서 선물용 정육세트로 판매되고 있다. 울릉도에서는 전문 정육점식당에서 정육과 요리를 취급하고 있다.

소멸위기에 처한 이유는 무엇?
칡소는 1900년대 초까지는 흔히 볼 수 있는 소였으며, 1928년 일제시대의 보고서에 따르면 전체 한우의 3% 정도가 칡소였다고 한다. 그러던 것이 1920년대 일제시대 때 일본의 일본 소는 검정소, 한국소는 누렁소라는 모색통일(毛色統一) 정책과, 일본화우 개량사업, 군수물자로의 활용으로 인해서 대량 반출됐다.
‘일본제국주의 조선우 통제관리’에 따르면, 1892~1942년 사이 반출된 한우 가죽은 약 270만 톤으로 무려 600만 마리에 달한다는 기록이 있다.
또한 해방 후에도 일제강점기 기준이 그대로 이어지면서 1970년 개정된 ‘한우심사표준’ 에서도 황소만을 ‘한우’로 규정하였다. 이로 인하여 국내의 선택적 한우개량사업을 거치면서 칡소는 거의 사라지게 됐다.

칡소 복원을 위한 노력은?
한편 칡소를 복원해야 한다는 주장은 1990년대 후반부터 본격화되기 시작했다. 당시만 해도 강원도 산골짜기의 일부 농가들이 칡소의 명맥을 간신히 이어가고 있었다.
다행히 최근에는 칡소가 사육이 용이하고, 육질이 부드럽고 고소하다는 장점이 부각되고 정부의 전통유전자원보존 정책으로 관심을 끌게 되면서, 숫자가 다소 늘어나서 현재 전국에 1,500여두가 산재하고 있다. 하지만 일반한우와 잡종화로 혈통이 고정되지 않아 지속적인 관리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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