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광희 기자의 ‘세상만사’

‘아빠는 비행기를 타고 바다 저 너머로 날아가셨지/ 내게 남겨진 건 추억 뿐/ 가족앨범 속의 사진 몇장/ 아빠가 남겨준 건 그것 뿐이죠./ 그것 빼고 내게 뭘 해줬냐구요?/ 결국 모든 건 벽돌이 되어 나를 에워싸는 벽을 만들어 갈 뿐…/ 우린 이런 식의 교육은 필요없어/ 더 이상 생각을 조종당하고 싶지 않아/ 더 이상 교실 안에서 비꼬는 말을 듣긴 싫어/ 제발 선생님들, 아이들 좀 내버려 두라구요…♪♬♩’
웅장한 사운드와 초현실적인 메시지가 특징인 프로그레시브 록을 대중화시키는데 결정적 역할을 한 영국의 전설적인 록밴드 ‘핑크 플로이드(Pink Floyd)’의 ‘더 월(The Wall)’ 노랫말이다.
‘더 월’은 1979년 발매된 록오페라 형식의 더블앨범으로 전세계적으로 4천5백만장 이상 판매되고 영화화 되기도 했다. 획일적인 학교교육제도와 사회적 모순, 전쟁을 신랄하게 비판한 가사로 되어 있는 ‘더 월’은 ‘핑크’라는 가상의 주인공이 전쟁에서 아버지를 잃고, 학교 선생에게는 잘못된 교육을 받고, 어머니의 과잉보호 속에서 자립심을 잃고, 결국에는 아내에게마저 버림받게 되는 고통스런 삶 속에서 정신적으로 세상과 단절 되면서 내면의 ‘벽(The Wall)’을 하나 하나 쌓아가게 된다는 이야기다.
그러한 ‘벽’이 저쪽 아이들에게는 캠퍼스에서의 무차별 총기 난사 사건을 낳고, 우리 쪽 아이들에게는 가슴 아픈 충동적 자살을 불러왔다. 널리 사람들을 이롭게 한다는 ‘홍익인간(弘益人間)’이니, 먼 뒷날까지의 커다란 계획이어야 한다는 ‘백년대계(百年大計)’란 학교 교육이념은 이 땅의 학교현장에서 사라진 지 이미 오래다. 오로지 출세지상주의에 온통 매달린 채로 해가 뜨고 해가 진다. 그안에 진정으로 가슴 뜨거운 ‘인간’은 어디에도 없다.
그런 판국에 서울시교육감이 최첨단 IT교실과 최적의 교수방법·교육과정을 갖춘 빌 게이츠식 ‘한국형 미래학교(未來學校)’를 시도하겠다고 밝혔다. 이유는 기존의 공교육을 획기적으로 바꾸기 위해서란다. 빌 게이츠가 마이크로소프트 회장 시절 공교육이 무너진 필라델피아에 최첨단 IT기기를 수업 혁신에 활용해 성공을 거둔 ‘스쿨 오브 더 퓨처(School of the Future, 미래의 학교)’를 벤치마킹 한다는 발상이다. 그 전초작업으로 학생은 없고 교사와 교실만 있는 ‘고스트 스쿨(Ghost School, 유령학교)’이라는 이상한 실험학교를 세워 1년간 IT를 활용한 최적의 교수 학습방법을 개발할 것이라고도 했다. 교육감의 이 희한한 발상이 얼마만큼 공교육을 제대로 일으켜 세울 수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그 안에도 최첨단만 있지 여전히 ‘인성(人性)교육’은 빠져있어 허허실실의 여운을 남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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