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맛 을 되살린다 -맛의 방주에 오른 토종먹거리 8가지

⑦ 경북 울릉군 섬말나리

맛의 방주는 사라질 위기에 놓인 종자나 음식을 국제적으로 등재해서 온 인류가 같이 함께 지켜나가자는 의미를 담고 있다. 한국의 토종 먹거리 자원 8가지가 올해 처음 국제슬로푸드생명다양성재단 맛의 방주에 올라 화제다.
장흥 돈차, 태안 자염, 제주흑우, 제주 푸른콩장, 진주 앉은뱅이 밀, 울릉도 섬말나리, 연산 오계, 토종한우 칡소가 맛의 방주에 올랐다. 연속기획으로 하나씩 종자나 음식을 보전해야 하는 이유와 그 특징을 알아본다.

울릉군 나리분지와 성인봉 일대에서 군락 이뤄
관상용, 약용으로 쓰이며 어린순은 나물로 먹어

울릉도에 자생하는 섬말나리는 백합목 백합과에 속하는 여러해살이 풀로 전 세계 백합과 100여종의 조상에 해당한다. 백합과 계통도의 맨 아래에 섬말나리가 자리하고 있는 셈이다. 산림청은 1997년 섬말나리를 희귀 및 멸종위기 식물 제37호로 지정했다.

섬말나리는 울릉도 고유의 특산 식물로 낙엽수가 울창하게 자란 그늘진 숲속의 경사면에서 널리 생육한다. 섬말나리가 구황식물로 사용될 때는 자생지에서 채취하였는데, 주로 경상북도 울릉군 나리분지와 울릉도 최고봉인 성인봉 일대 및 해발 400m이상 고지대에서 군락을 이뤄 자란다.
섬말나리의 자생지인 울릉도는 삼국시대에 우산국으로 불리우며 사람이 살았으나 조선시대에 공도정책으로 인해 수 백년간 사람이 살지않았다가 고종 19년인, 1882년 개척령이 내려지면서부터 다시 개척민들이 나리분지에 정착했다고 한다.
섬말나리는 울릉도 자생지의 음지, 낙엽수가 울창하게 자란 그늘진 숲 하부의 완만한 경사면에서 널리 생육하는데, 나리분지에 정착한 사람들은 산야에 자생하고 있는 많은 섬말나리 뿌리를 캐먹고 연명했다.
섬말나리는 관상용은 물론 약용, 식용으로 쓰이는데, 어린 순을 삶아 나물로 먹거나 땅속의 비늘줄기를 어린 순과 함께 먹기도 한다. 이런 이유로 지역이름이 나리골이라 붙여졌다고 하며, 실제로 이 지역은 지금도 섬말나리가 주로 자라는 곳이다.
나리마을은 개척 당시 93가구 500여명이 살았으나, 현재 농가인구 감소로 인해 16가구 정도가 이 마을에서 살고 있다.

종의 역사를 새로 쓰다
섬말나리의 줄기는 50cm~1m에 이르기까지 자라며, 몇 층의 식물 줄기의 한 마디에 세 개 이상의 잎이 붙어 있는 잎과 줄기의 마디마다 하나씩 어긋나는 잎이 달린다. 윤생엽은 6∼10개씩 달리고 호생엽은 윤생엽과 비슷하며 윗부분으로 갈수록 점점 작아진다.
개화기는 6∼7월로 원줄기 끝과 가지 끝에 6∼7송이의 꽃이 밑을 향해 핀다. 꽃은 붉은빛이 도는 황색이며 안쪽에 검붉은색 반점이 있고 뒤로 말린다. 자생 나리류 가운데 가장 일찍 개화하는 종이다. 열매는 9월에 결실한다. 뿌리, 비늘줄기는 달걀모양이고 약간 붉은빛이 돌며 간혹 관절이 있다.
섬말나리 종은 개체사이에서도 많은 변이가 존재할 정도로 활발하게 진화하면서 지금도 새로운 종의 역사를 써내려 가고 있다. 지난 6년간 울릉도 섬말나리의 생태를 조사하고 염색체를 분석해 나리 육종의 기초자료를 만들고 있는 경북대학교 섬말나리 학술조사단(단장 임기병 교수)은 “그동안 염색체를 분석한 결과 섬말나리는 같은 종이면서도 개체 사이에 많은 변이가 존재한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염색체 지도를 보면 섬말나리가 지금도 활발하게 진화하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섬말나리 보존을 위한 노력들
섬말나리는 1882년 울릉도 개척민이 이주하면서 구황작물로 뿌리를 주로 먹었다. 오래전부터 주민들은 섬말나리의 어린 순을 삶아 나물로 먹고, 땅속 비늘줄기도 어린 순과 함께 먹었으나 현재는 거의 먹고있지 않다. 하지만 울릉군은 전통음식 복원 차원에서 산채비빔밥에 섬말나리 뿌리나 어린 순을 섞은 음식개발을 추진 중에 있다.
세계적인 희귀식물인 섬말나리는 과거에는 군락을 이룰 정도였지만 수십년 전부터 불법채취, 야생 유해 조수, 들쥐 등에 의한 피해로 개체수가 감소됐다.
지난 2007년부터 울릉도 섬말나리의 생태를 조사하고 염색체를 분석해 나리 육종의 기초자료를 만들고 있는 경북대학교 섬말나리 학술조사단이 2012년 7월 13일 실시한 울릉도 나리분지와 성인봉 탐사 결과, 5년 전과 비교할 때 섬말나리 개체수가 너무 많이 줄어든 것으로 드러났다.
산림청에서도 섬말나리를 희귀 및 멸종위기식물로 지정하고, 민·관·학 차원에서 섬말나리 복원 운동을 계속하고 있다.
그러나 섬말나리는 자생나리류 가운데 대량증식이 가장 까다로운 종으로 가을철에 구근의 비늘모양을 가진 인편을 떼어 번식하는 ‘인편삽’ 방식이 흔히 사용되고 있어 증식이 쉽지않다. 종자를 파종하면 일부는 2년 만에 발아하고 일부는 2~3년에 걸쳐 발아한다. 섬말나리의 적극적인 복원을 위하여 2003년부터 인공 증식한 묘를 심거나 꽃단지 조성, 조직배양을 통한 묘 생산 등의 활동이 이루어지고 있는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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