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재수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 사장

▲ 김재수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 사장

"여성의 통찰력,
예측력, 침착함으로
위기를 극복해야 한다."

한국농업이 위기라고 한다. 농촌은 고령화되고 전방위적인 개방화가 진전되고 소득은 제자리걸음이어서 살기 어렵다고 한다. 앞뒤좌우를 살펴보면 다 힘들고 어려운 것 같다. 우리나라의 자살률은 OECD 국가중 1위이다. 이혼율, 직장인 스트레스, 1인당 알코올 소비량, 40대 돌연사율도 1위이다. 한국인의 전반적 행복 지수가 선진 30개국 중 25위 수준이다.
지난해 우리나라는 수출 5,500억불, 수입 5,200억불로 무역 규모가 1조달러를 넘어 세계 8위 규모를 자랑한다. 그러나 고용 없는 성장, 실업률 증대, 저출산 고령화 등 구조적이고 과도기적 어려움을 안고 있다. 과거의 방식으로는 해결이 어렵다. 새로운 탈출구를 찾아야 한다. 그래서 과학기술을 바탕으로 새로운 아이디어, 창의성이 어우러져 국민을 행복하게 해 나가는 창조경제가 필요하다.
창조경제는 농업분야에서 꽃을 피운다고 생각한다. 창조성이 발휘되어 농업생산성이 크게 증가되었고 농식품 수출도 크게 늘어 지난해 80억달러를 달성하였다. 한식세계화도 수출증대에 큰 역할을 했다. aT가 해외 유명호텔체인에 한식 프로모션을 실시하고, 해외 유수의 대학에 한식조리 정규과정을 개설하며, 해외 재외공관 파견 조리사 교육, K-Pop 콘서트 등 각종 문화행사와 연계한 한식 홍보 등을 지속적으로 추진해왔기 때문이다. 해외 한식당 숫자가 크게 증가하고 메뉴와 인테리어도 많이 개선되었다. 앞으로 음식 표기, 메뉴, 맛, 가격, 인력, 식재료 등에서 보완해야 할 과제도 많다. 올해는 한식 홍보행사를 특별히 ‘K-Food Fair’ 행사로 이름지어 중국 상해, 베트남 하노이, 미국 뉴욕과 LA, 홍콩 등에서 개최했다. 전시 위주의 과거 방식을 벗어나 새로운 시도를 하였다. 우리 농식품을 직접 체험하고 상담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되 음식과 패션, 음식과 문화를 접목하여 많은 소비자들의 호응을 이끌어내고 있다.
창조경제와 글로벌 경제시대를 맞아 농업분야에서 여성 역할이 더욱 중요하다. 여성의 섬세함, 음식에 대한 열정, 각별한 예술적 감각을 가지고 농업과 식품, 음식을 발전시켜야 한다. 메뉴 선택, 테이블 데코레이션, 맛에 대한 음미, 함께 식사하는 사람들과의 대화와 교류 등 모든 면에서 여성이 리드해야 한다. 이제는 단순히 배를 채우기 위해 불고기, 김치 등 한국음식을 먹는 시대가 아니다. 여성 특유의 감각으로 ‘한국 문화’를 먹는 풍토를 만들어야 한다. ‘고급레스토랑 음식’부터 이동시에 휴대가능한 ‘포터블(portable) 음식’, 언제 어디서든 쉽게 즐길 수 있는 ‘길거리 음식’ 등 여러 가지 형태음식을 여성이 중심이 되어 개발해야 한다.
여성이 담당해야 할 중요한 과제가 또 있다. 위기 대응이다. 본능적으로 여성은 남성보다 차분하고 위기에 잘 대처한다고 한다. 사상 초유의 슈퍼태풍 하이옌으로 필리핀이 1만여명의 사상자를 냈다. “아무도 이번 태풍의 위력을 상상하지 못했다”고 필리핀 아키노 대통령이 말하고 있다. 한국전쟁 때나 전후에 우리에게 큰 도움을 준 필리핀이다. 피해지원을 위해 우리도 적극 도와야 한다. 필자가 농촌진흥청장 재임시 ‘아시아농식품기술협의체’(AFACI) 회의를 주관했던 필리핀의 푸얏 차관에게 위로전화를 했다. AFACI 회의 개최 일주일전에 남편이 사망했지만 일체 내색하지 않고 행사를 성공적으로 주관한 여성차관 푸얏을 잊을 수 없다. 필리핀만이 아니다. 세계 최강국인 미국도 2005년 허리케인 카트리나로 1,800여명 사망, 100만여명 이재민, 110조원 정도의 천문학적 손실을 냈다. 조지 부시 대통령도 “누구도 뉴올리언즈 주변 둑이 무너지리라고는 예상하지 못했다”고 했다. 기후변화나 기상이변은 우리에게도 가까이 와 있다. 여성의 통찰력, 예측력, 침착함으로 위기를 극복해야 한다. 우리농업의 위기를 극복하는데 여성의 역할은 매우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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