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간7주년 특집-여성농업인의 보육문제

▲ 전북 진안군은 양육과 일, 결혼과 출산, 교육, 그리고 가족의 개념을 자체적인 저출산대책 범주 안에 포함시켜 임신부터 출산까지 경비 지원은 물론 아이를 낳고 기르는 과정에 많은 지원을 제공하고 있다. 사진은 진안읍 원광월랑어린이집 아이들 모습.

읍면지역 30% 보육시설 없어… 여성농업인 ‘농사·가사·육아’ 삼중고

도시-농촌 간 보육시설 격차 ‘4배 이상’
지원 열악해 시설운영 기피, 보육교사 태부족

“아이를 낳으려 해도 시내로 나가야 하고, 또 아이를 맡길 보육시설이 없어 다시 시내로 나가는 상황에 누가 농촌에 들어와 살겠어요? 특히 바쁜 농번기에는 아이를 봐줄 사람도 없는데…”
지역의 한 여성농업인센터에서 만난 김모(37)씨는 남편과 함께 농사를 지으며 두 아이를 키우고 있다. 3살인 큰아이는 시내에 있는 사설보육기관에 다니고 있는데 생후 27개월 된 아이는 내년에 어디에 맡겨야 할지 고민이다.

최근 농어촌에서 뛰어노는 아이들을 보는 일은, 흔치 않은 풍경이 됐다. 급속한 저출산, 고령화로 아이들의 숫자가 줄어들고 있는데, 문제는 보육시설이 줄어드는 속도는 그보다 훨씬 빠르다는 점이다.
2011년 조사에 따르면 전국 1,429개의 읍·면 중 보육시설이 없는 곳은 440개로 전체의 30%에 달한다. 그나마 여성농업인센터의 어린이집이 아이를 맡길 유일한 곳이지만 이마저도 넉넉하지 못한 실정이다. 이런 연유로 아이들을 시내에 있는 사설보육기관에 맡겨야 하는 가정이 늘고 있다. 이들 농가는 도시권 가정보다 이중의 보육료 부담과 불안한 마음으로 아이들을 장시간 시설에 보내야만 하는 문제를 떠안고 있다.
지역 여성농업인센터 관계자는 “농어촌 지역에 아이들이 줄다보니 수지타산이 맞지 않는다는 이유로 보육시설이 많이 문을 닫고 있다.”며, “여성농업인센터의 경우 정부지원으로 운영을 이어가도 원생들의 통학문제, 장시간 보육지원 등 재정적 부담이 뒤따른다.”고 말했다.
현실상 농어촌 보육원 시설장들은 1인 3역으로 차량운행은 물론 음식장보기, 보육교사까지 도맡아 가며 시설을 운영하고 있는 게 현실이다. 보육교사의 경우 농촌지역 어린이집에서 근무할 경우 한 달에 10~15만원의 특별근무수당과 처우개선비를 지급하고 있으나 보육교사들이 농촌생활 자체를 꺼리고 있기 때문에 교사를 구하기도 쉽지 않다.
정부보조금을 받아 보육과 교육에만 전념해 안정적인 경영을 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와는 거리가 먼 현실로, 이는 일반시설 관계자들이 ‘농어촌 소규모 국공립보육시설’ 설치를 꺼려하는 이유로 손꼽고 있다.

보육시설 없는 무상보육 의미 없어
정부가 야심차게 만 5세 이하 무상보육을 전면 시행, 보육시설을 이용하는 아동은 무상으로 보육을 받을 수 있도록 확대했지만 실질적으로 농촌에서는 그 실효성을 발휘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유인 즉, 무상보육을 받을 보육시설이 없다는 것이다.
어린이집 관계자들은 “농촌지역 아동은 무상보육을 받고 싶어도 받을 수가 없다.”며, “정부는 농촌지역 어린이집에 대해서는 특례규정을 만들어 보육교사 대비 아동수를 늘리는 등 보완대책을 마련해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나마 농어촌의 열악한 보육여건을 감안해 보육시설을 이용하지 않는 자가 보육 아동의 양육비를 12개월 미만은 월 20만원, 48개월에서 취학 전까지는 월 10만원을 지원해주고 있지만 양육에 있어서는 턱없이 부족한 금액이다. 이마저도 수급신청이 쉽지 않은 실정.
부부가 맞벌이를 할 경우 여성농업인이 영농에 종사했는지의 여부를 증명하는 방안이 지침에 포함되어 있지 않아 어려운 점이 많다는 것이다.
양육비 지원과 더불어 농가 아이돌보미 사업의 경우 지난 7년간 수당비가 5,000원으로 동결됐다. 4대 보험 본인부담금 7.7%를 뗀 실수령 액은 5,098원으로 최저임금 5,210원에도 미치지 못하는 실정이다. 교통비는 통상 3,000원. 이런 까닭에 보육시설을 이용하지 못하는 농가가 아이돌보미 사업이라도 이용하려 하지만 아이돌보미를 구하기가 쉽지 않다.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 윤명희 의원(새누리당, 비례대표)은 “돌보미 시급이 최저임금 수준에도 못 미치는 상황에서 기피지역 활동에 한해 실비 수준의 교통비를 사업비에서 지급해야 한다.”고며, 또한 “맞벌이 증명이 어려운 농촌지역은 여성농업인의 영농종사에 대한 증명방안(농업경영등록제)을 지침에 포함시키는 방안이 마련돼야 할 것”이라 말했다.

‘농촌 맞춤형’ 보육정책 지원돼야

 무상보육 정책만으로 농촌보육 해결 못해
‘농어촌공동아이돌봄센터’… 정부·지자체 협력 갖춰야

농림축산식품부는 올해 보육시설이 없는 농어촌 읍면 지역에 마을회관이나 여성농업인센터 등을 활용한 ‘농어촌공동아이돌봄센터’ 사업을 추진, 정부가 농어촌 보육을 책임지겠다고 밝힌바 있다.
‘농어촌 보육 사각지대 해소’와 ‘농어민 삶의 질 향상’이라는 취지에 당초 48억원의 예산규모로 사업량 36개소를 확정했다. 그러나 애초 계획과는 달리 사업 확정을 내린 곳은 3곳(충남 금산, 전남 완도, 전남 진도)에 불과하다. 진행속도도 더뎌 부지만 선정된 상태. 이런 상태로 라면 당장 내년에 ‘농어촌공동아이돌봄센터’를 이용할 수 있는 곳은 한두 곳에 불과하지 않을까 싶다. 농식품부 관계자에 따르면 전국에 보육시설이 없는 곳이 400여개에 이르지만 실제 사업을 원하는 곳은 그리 많지 않다는 것이다.
지자체의 입장에서는 재정적인 문제를 비롯해 실질적으로 ‘농어촌공동아이돌봄센터’를 이용할 농가가 몇이나 되겠냐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닭이 먼저냐 달걀이 먼저냐의 문제가 아니라 도시에 비해 상대적으로 적은 농어촌 어린이집 개수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공동아이돌봄센터는 필요한 부분”이라며, “농어촌의 육아를 개인 농가만의 문제가 아닌 마을 차원에서 이웃끼리 협력해 ‘육아 품앗이’를 나눌 수 있는 공동 육아가 확대돼야 한다.”고 말한다. 더불어 “이를 위해서는 무엇보다 정부와 지자체의 협력이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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