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촌진흥청 식량과학원 박평식박사

▲ 농촌진흥청 식량과학원 박평식 박사
시장개방에 위축되지 말고
K팝과 공산품의 경우처럼
시장개척에 당당히 나서야

쌀은 우리 민족의 주식이요 문화다. 쌀이 부족할 때는 증산이 국가적 지상과제였으나, 자급을 달성한 이후 시장개방 상황에서는 사뭇 입지가 달라졌다. 최소시장접근(MMA) 방식으로 의무수입 되는 쌀이 연간 40여만 톤으로 총 소비량의 10% 수준에 육박하고 있다. 2015년부터 관세화가 되면 국내외 가격차에 따른 추가수입도 잘 방어해야 한다. 남는 쌀은 수출하는 등 지금까지와는 다른 방식으로 돌파구를 찾아야 하는 상황이다.
올해는 적절한 생산이 이뤄졌지만 쌀 생산이 수요를 초과해 재고가 늘어나면 사회적 부담을 경감할 방안이 필요하다. 쌀 소비확대와 대체작물 도입 등 다각적인 노력을 하지만, 가장 확실한 방법은 수출시장 개척으로 새로운 활로를 찾는 것이다.
2007년부터 우리 쌀이 수출을 시작한 이래 호주·미국 등 교민시장을 중심으로 수출량이 조금씩 늘고 있다. 필자는 이번에 우리 쌀이 가장 많이 수출되고 있는 호주의 쌀 유통실태를 살펴볼 기회가 있었다. 호주는 전통적으로 쌀 수출국이었는데, 2002년부터 연속된 가뭄으로 생산이 위축돼 수입국이 됐다. 최근 생산이 회복되고 있으나 한국·중국 등 아시아계 인구비율 증가로 중단립종 수입쌀 수요가 증가하고 있다.
시드니와 캔버라 등 한국교민이 많은 지역을 중심으로 한국식품 수입상과 마트 등의 쌀 유통실태를 조사했다. 새로운 시장진입 초기단계에서 발생하는 여러 문제점도 보이고, 아시아계 시장동향에서 희망을 발견하기도 했다. 시드니 한국교민 밀집지역인 스트라스필드 공원에서 열린 ‘한국의 날’ 행사(10월5일)에서, 한국쌀로 만든 비빔밥 시식회와 떡메치기 이벤트를 하면서 우리 쌀의 우수성에 대한 홍보를 하고 소비자 설문조사도 했다.
‘뜸부기’, ‘서래야’ 등 우리쌀 브랜드들이 시드니와 캔버라의 아시안계 마트에서 미국쌀과 나란히 판매되고 있다. 품질 측면에서는 충분히 해볼 만한데, 가격이 미국쌀에 비해 30∼40% 비싼 것이 흠이다. 아직까지 우리 쌀을 찾는 소비자는 한국교민이 주축이지만 중국인 등 아시아계 소비자가 점차 늘어나고 있다니 다행이다.
호주 시장에서 유통되는 미국쌀은 ‘Yellow Gold’라는 브랜드가 많지만, ‘한가위’, ‘풍년’, ‘옛날옛적’, ‘한국미’ 등 한글 브랜드도 많다. 미국에서 하는 것처럼 자포니카 쌀을 선호하는 아시아계 이민자들을 겨냥한 것이다. 수출용으로 생산하는 미국의 마케팅 전략에 우리 교민들의 향수와 애국심에만 의존하기는 어려운 실정이다. 우리 쌀의 가격경쟁력을 높이는 것이 급선무이지만, 현지시장에 대한 철저한 조사와 함께 홍보전략도 중요한 과제다.
천리 길도 한걸음부터라고 했으니, 작은 것에서부터 하나씩 매듭을 풀어나가면 안될 것은 없다고 본다. 가격경쟁에서 뒤지는 부분은 생산자 연대를 통해 생산비를 낮추고, 수출업체들 간 협력을 통해 브랜드를 통합하고 물류비를 절감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시장개방에 위축되지 말고 쌀도 K팝과 공산품이 했던 것처럼 해외시장 개척에 당당하게 나서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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