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간기념 특별기획 - 해외 이색맛집 탐방 : 일본 도쿄의 ‘농가의 부엌(農家の台所)’

▲ ‘채소 네비게이터’ 사장이 과일, 채소의 영양 등을 설명해 준다.

스토리와 농가의 감성 입힌 음식은 예술 경지
농가가 직접 재배한 신선농산물로 요리하고 팔기도 해

 채소, 과일에 이야기 담은 스토리텔링 마케팅 도입
‘채소 네비게이터’ 교육 프로그램 개발 필요

▲ 채소마다 특징을 잘 표현한 라벨.
일본 도쿄 시내 한복판에 유명한‘농가레스토랑이 있다는 소문을 듣고 지난 3일 저녁 이색 음식 체험 길에 나섰다. ‘農家の台所’란 이름의 이 레스토랑은 도쿄 중심지인 신주쿠역 인근에 자리한 조그마한 음식점으로 ‘農家の台所’ 란 ‘농가의 부엌’을 뜻한다.
저녁 6시가 되기 전인데도 이미 많은 사람들이 식당 입구에 길다랗게 줄을 서서 기다리고 있었다. 그래서 예약은 필수라는 것.
이 농가레스토랑을 오픈한지는 5년 반이 되었다고 한다. 이 음식점에 쓰이는 음식재료는 전국의 350개 우수농가에서 청정 농산물을 공급받아 요리하고 식사후 손님들이 사갈 수 있게 농산물을 가게 한켠에 진열해 놓았다. 이 음식점은 현재 도쿄에 3개소, 오사카에 1개소의 체인점이 있다.

창조농업을 실천하는 농가의 열정, 도전정신 배워야
일본의 농가 레스토랑 사례 벤치마킹 해봄직

▲ 소스로 코스모스 꽃을 그린 연근, 버섯 요리접시.
과연 이 음식점의 인기비결은 무엇일까? 그것은 이 음식점과 농가가 직접 계약을 맺고 신속히 공급되는 신선한 농산물을 식재료로 쓴다는 것이었다.
계약시 가격은 농가가 정하는데, 대체적으로 적정한 가격에 공급받고 있다고 이 식당 나오키 사장은 귀띔했다.
그리고 농산물의 종류는 무려 1,000여종이 계절별로 공급되고 있다고 한다.
식당 입구에 들어서면 지역에서 올라온 신선하고 깨끗한 농산물이 좁은 공간을 빼곡히 메우고 있다. 음식체험을 해보고 유달리 맛있고 마음에 드는 농산물이 있을 경우 손님이 언제든지 사갈 수 있도록 식당 한켠에 판매 공간을 만들어 놓았다.

▲ 식당입구간판과 농산물.
음식메뉴는 손님이 선택하되 1인당 기본가격은 3,800엔, 우리 돈으로 환산하면 부가세포함해 45,000원 정도 된다. 일본 음식가격으로 보면 아주 비싼 음식은 아니지만 일본에선 중간 축에 속한다고 한다.
손님들은 메인 음식이 나오기 전에 주방 앞에 진열된 26가지의 야채와 과일을 뷔페식으로 얼마든지 가져다 먹는다.
주방 앞에서는 주방장이 모자라는 채소를 열심히 채워놓고 있다. 주방장은 채소마다 언제, 어디서, 누가 생산한 채소이며 우리 몸에 어떻게 좋다는 등의 설명을 한다. 이 주방장이 다름아닌 이 식당을 창업한 나오키 사장이다. 자칭 ‘채소 네비게이터’라고 부른다. 채소, 과일 하나하나에 생각이 담기고 이야기가 있는 스토리텔링 마케팅을 하고 있었다. 채소 네비게이터 교육도 이수하고 열심히 공부하고 있다고 한다.

▲ 선진농가가 생산한 신선한 채소과일들.
이상한 채소가 눈에 띄어 물어보니 “소금채소(soltleaf vegetable)라 부르는데 아프리카가 원산이고 일본에 들어와 개량된 채소로 먹으면 당뇨에 좋고 ……” 사람들은 신기해 하며 진지한 표정으로 사장의 설명을 듣고 있다.여러 가지 메뉴 중에 우린 각기 다른 4종을 선정해서 나누어 체험했다. 처음에 나오는 것은 단호박죽과 연두부 요리다.
대체적으로 일본 음식이 그러하듯 양은 적지만 음식에 예술을 입힌 작품으로 맛도 좋았다. 다음 요리로 단호박에 고등어구이, 연근과 채소를 곁들인 요리, 양송이, 버섯구이 등 요리가 나왔다. 고기종류로는 양은 적지만 소스를 곁들인 스테이크, 오리고기 버섯 두부요리 등이 나왔다. 넓은 접시에 소스를 이용해 계절에 맞는 코스모스 그림을 올려놓았다. 밥과 된장국이 나오고 후식으로 다과와 옥수수차가 마지막으로 나왔다. 한마디로 음식에 계절과 자연을 입히고, 요리사의 정성을 담은 음식을 손님상에 내놓는 것이다. 음식을 나르는 종업원의 친절한 미소또한 여행자의 피로를 한순간에 싹 잊게 한다.

▲ 친절한 종업원의 음식 설명 .
주방 정면 벽에 붙어있는 홍보용 포스터는 모두가 이 음식점에 농산물을 공급하는 독농가들의 사진이었다. 각 농가의 비전과 고품질농산물을 생산, 공급한다는 내용의 신뢰를 담은 포스터였다.
이 레스토랑의 종업원은 사장을 포함하여 모두 10명이다. 하루 이 곳을 찾는 사람은 평일 100명, 휴일에는 220명 정도 된다고 했다. 평일 기준으로 계산해도 하루 500만원의 매출을 올리는 셈이다.
나오키 사장이 과일, 야채 한 접시를 들고 와서 자신을 ‘야채 네비게이터’라고 소개한다. 월 매출액은 농산물판매를 포함하면 대략 1억원은 넘어 보였다. 농업, 농촌을 위해 이렇게 좋은 일을 하는데 정부에서 지원을 해 주느냐고 물으니 한마디로 ‘NO’라고 답하며 열심히 장사를 해서 세금을 잘 내고 있다고 웃어넘긴다.
음식점을 나오며 서울이나 대도시 한복판에 이와 같은 레스토랑이 들어선다면 어떻게 될까? 대박이 날 것 같기도 하고… 궁금증이 더해진다.

▲ 주방 앞에 놓인 26종의 신선 채소,과일.
일본농민들이 농산물을 팔기 위한 마케팅에 열정과 아이디어를 포스터에 담아 소비현장에서 홍보하는 모습을 보면서 우리도 이런 모델을 벤치마킹하면 어떨까 생각해 보았다.
추운지방인 일본 북해도에서 생산된 쌀을 겨울 내내 눈 속에 묻어 숙성시킨 쌀을 홍보하는 인쇄물을 보면서 이게 바로 창조경제, 창조농업이 아닌가 생각해 보았다. 이야기가 담긴 농가레스토랑 ‘農家の台所’ 의 이색체험을 하면서 농산물의 스토리텔링 마케팅이 전국으로 확산되길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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