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경자 21세기여성정치연합 부회장

▲ 오경자 21세기여성정치연합 부회장

"농촌 여성이
마음 놓고 임신하고
아이를 낳을 수 있도록 해야만
여성이 행복한 세상으로
갈 수 있다."

농촌의 노령화에 대한 걱정은 이제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이런 문제의 해결책의 하나로 농촌을 살리기 위해 귀농귀촌사업이 시작되었으나 이 역시 인생 2모작이라는 단어가 말해 주듯이 장·노년층에 그 초점이 맞춰지고 있는 것 같다.
우리의 농촌을 언제까지 이렇게 힘없는 곳으로 방치할 것인가? 물론 노인들이 많다고 해서 힘이 없다고 말함으로서 노인을 폄하하는 듯이 들릴 수 있겠으나 그럴 의도는 전혀 없다. 다만 세상은 노소가 함께 어울려 살아야 활기가 있고 생산성도 높아진다는 지극히 원론적인 이야기를 하고 있을 뿐이다. 산업화 초기처럼 일자리를 찾아 도시로 도시로 몰려가던 때와는 우리 사회가 많이 달라졌다. 도시의 젊은이들 중에는 농촌에 가서 살고 싶어 하는 이들도 많다. 이런 사람들을 농촌이 끌어들이지 못하는 원인이 무엇일까?
다른 한편 지금 농촌에 살고 있는 보배 같은 존재인 젊은이들이 농촌을 떠나고 싶으나 마땅한 기회가 없어 어쩔 수 없이 머물고 있다고 생각하며 호시탐탐 탈 농촌의 기회만 엿보고 있지는 않은지 냉철하게 현실을 보고 솔직하게 논의해야 할 일이다.
왜 젊은이들이 농촌을 기피하는가?
여러 가지 원인이 있겠지만 여성의 모성권이라는 각도에서 살펴보고자 한다. 여성이 농촌에 친근감을 갖지 못하는 이유가 있다면 어떤 것일까? 여러 가지가 있겠으나 우선 불편함을 이유로 꼽을 수 있을 것이다. 그런데 여성의 경우는 불편함 보다 더 중요한 것이 생존권의 차원에서 농촌을 기피할 수밖에 없는 현실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여성에게 있어 모성권은 가장 중요한 기본권이다. 내가 불편하지 않아야 하는 것 보다 더 우선적으로 생각하는 것이 자식을 불편하게 하지 않고 싶은 것이 어머니의 본능이다. 아이를 낳으라고 국가가 적극 권장하면서 농촌여성에게는 아이를 낳고 싶게 해주지 못하고 있다. 일반 질병은 응급의 경우를 제외하고는 미리 정해서 병원에 다녀올 수 있다. 하지만 여성의 임신 출산은 그렇지 않다. 특히 출산은 언제나 응급상황이다. 그런데 농촌에는 산부인과가 가뭄에 콩 나듯이 귀하니 어떻게 마음 놓고 임신을 하겠는가?
임신 출산은 여성에게 귀중한 권리이고 모성보호는 인구 증가라는 경제적 측면보다는 여성의 인권보호 차원에서 생각하고 접근해야 할 문제이다. 임신기간 열달 내내 관찰과 진료를 받아야 하는 임산부가 산부인과를 찾아 장거리 여행을 해야 하는 현실은 여성에게 아이를 낳지 말라는 무언의 권고라고 할 수 있다. 그러면서 출산장려라니 어불성설이다. 다른 의료의 면에서 농촌이 사각지대에 놓여있는 것이 큰 문제인 줄 알지만 여성의 모성관련 의료 사각지대라는 문제는 심각한 정도를 넘어 여성에 대한 인권유린의 문제인 것이다.
출산율을 낮출 필요가 있었던 한 세대 전에 정부는 농촌 구석구석에 가족계획요원을 상주시키고 가가호호를 방문하며 피임을 권장하고 독려했던 일을 기억했으면 좋겠다.
농촌 여성이 마음 놓고 임신하고 아이를 낳을 수 있도록 필요한 조치를 해야 하고 그렇게 해야만 여성이 행복한 세상으로 갈 수 있다. 농촌여성을 따로 놓고 여성이 행복한 세상을 논할 수 없다. 아이를 낳으러 방에 들어가며 벗어놓은 신발을 돌아보며 저 신발을 다시 신게 될 수 있으려나 하는 생각에 마음이 착잡한 상태로 출산에 임하는 것은 옛말만은 아니다.
오늘의 여성들 심정도 똑같다. 아무리 현대의학이 발달되었다 해도 출산 앞에 여성들의 공포심은 여전한 것인데 산부인과 찾아 몇십리, 몇백리 아니 그보다 더한 경우라면 누가 농촌에 살고 싶겠는가? 농촌여성의 모성권부터 찾아주어야 선진국으로 갈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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