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훈동 수원예총 회장·시인

"한 번 더 생각하고 관점을 바꾸면
미처 생각하지도 못하던 가치를 창출한다"

▲ 김훈동 수원예총 회장·시인
요즘 ‘창조’라는 낱말이 화두가 되고 있다. ‘어떤 목적으로 문화적·물질적 가치를 이룩함’이 창조의 자전적 의미다. 여성들의 자기실현욕구가 날로 높아지고 있다. 농촌사회의 기대도 커지고 있다. 여성은 더 이상 남성에 가려진 존재가 아니다. 남들이 보잘 것 없는 일처럼 보일지라도 스스로 보석처럼 다루면 보석이 된다. 역경을 이겨낸 여성농업인들의 성공이야기를 접하다보면 그런 생각을 지울 수 없다.
이제 창조적인 농촌여성이 돼야 확실한 미래를 열 수 있다. 그뿐만 아니라 경제를 아는 여성이 파워풀하다. 힘과 능력이 있다. 경제는 자동차 앞 유리창과 같다. 유리창이 없으면 매연과 먼지와 소음과 빗물이 그대로 운전자를 덮친다. 신호등이 제대로 보일 리 없다. 표지판도 눈에 들어올 리 없다. 운전을 제대로 할 수 없어 고속도로 진입은 엄두도 못 낸다. 농사를 지으면서 경제학적인 사고방식을 해야 하는 이유다. 경제학은 남성보다 농촌여성에게 더 필요하다. 여성은 경제학에 눈을 뜬 채로 태어난 거나 마찬가지다. 남성은 어제 마신 술값도 정확히 기억하지 못하지만 여성은 작년에 구입한 농자재 품목별 가격도 정확하게 기억하지 않는가.
여성은 부지런하다. 여성은 유연한 생각과 섬세하고 꼼꼼함을 지녔다. 긍정의 에너지가 남성보다 더 많다. 창조적인 농촌여성이 되려면 우선 현재 자기의 위치를 잘 알아야 한다. 내가 탄 배가 어디로 가는 배인지 모를 때는 절대로 노를 저어서는 안 된다. 현재의 내 모습이 만족할 만한 수준이라고 해도 그보다 더 잘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어야 최선을 다하게 된다. 새로운 길로 나아가기 위해서는 현실을 직시하는 눈이 필요하다. 안주하면 안 된다. 틀에 얽매이면 안 된다. 늘 새로운 작목, 새로운 재배법, 새로운 판로를 개척해야 한다. 경제를 아는 농촌여성은 세상 돌아가는 것을 정확히 볼 수 있다.
주먹구구식으로 성공한 농업인은 없다. 폭넓은 지식을 쌓아야 한다. 여성단체에 적극적으로 참여해 남의 이야기를 많이 듣는 것도 좋다. 지피지기는 백전백승이다. 바로 안다는 것은 농촌여성들을 지키는 일이며 여성들을 잘 되게 하는 일이다.
목표를 이루기 위해서는 생각만 해서는 안 된다. 말만 앞세워도 안 된다. 실천만이 목표를 이루는 가장 확실한 방법이다. ‘할 수 없는 게 없다’고 말하는 여성일수록 아무것도 실행하지 않는 여성일 가능성이 높다. 농사에 성공이 대박으로 어느 날 갑자기 터지는 것이 아니다. 실패에도 굴하지 않고 뭐든지 할 수 있다는 ‘긍정의 에너지’만 있으면 성공의 문이 열린다는 사례를 가까운 이웃에서 발견하지 않는가. 주변 환경을 어떻게 해석하느냐에 따라 환경의 영향을 많이 받을 수 있고 적게 받을 수 있다. ‘현명한 사람은 장난삼아서라도 자신의 실패를 한탄하지 않는다. 오히려 그들은 힘차게 그 실패를 배제하는 방법을 탐구한다’고 일찍이 셰익스피어가 갈파했다.
사람에게 입은 하나고 귀는 둘이다. 귀는 입보다 높은 데 있다. 경청(傾聽)이 말하는 것보다 중요하다는 것을 암시한다. 경청은 대화의 절정이다. 이제 농촌환경은 빠르게 변하고 있다. 도시 소비자들의 입맛과 취향은 더 빠르게 변화하고 있다. 여성의 섬세함을 갖고 상황을 정확히 꿰뚫는 통찰력을 발휘해야 한다. 같은 실패를 겪고도 어떤 농촌여성은 해결방법을 찾아내고 어떤 여성은 문제조차 파악하지 못한다. 그 차이는 바로 관점(觀點)이다. 어떤 관점으로 바라보느냐에 따라서 해석하는 방법이 달라지고 전혀 다른 결과로 나타날 수 있다. 보는 것과 아는 것은 다르다. 내가 옳다거나 바르다고 생각하는 것이 절대적이라고 생각해서는 안 된다. 한 번 더 생각하고 관점을 바꾸면 미처 생각하지도 못하던 가치를 창출한다. 농촌여성에게 창조적 사고가 필요한 까닭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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