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찔한 해안 절벽이 매력적인 비렁길, 전국 녹색길 베스트 10에 선정

해안기암절벽, 동백나무, 털머위꽃 군락,
한적한 포구마을 등 놓칠 수 없는 절경

아내와 함께 가을 냄새가 물씬 풍기는 남해안 섬마을 ‘여수 금오도 비렁길’ 트래킹 길에 올랐다.
여수시 남면 금오도 비렁길은 남해안에서는 찾아보기 힘든 해안단구의 벼랑길을 깎아지른 절벽과 동백나무 군락지를 따라 올래길을 복원한 곳이다.
‘비렁길’이란 여수 사투리 ‘버렁’에서 유래한 말로 옛날 이 지역 사람들이 벼랑길을 따라 땔감을 하고 마을과 마을을 잇는 교통의 수단이었던 곳이다.

▲ 직포마을 소나무 민박촌
금오도 함구미 마을에서 시작하여 바다를 끼고 장지마을까지 가는 길은 총 18.5km로 도보로 6시간 30분이 소요된다고 한다. 버렁길은 코스는 모두 5개 구간으로 구성돼 있다. 1구간은 함구미마을에서 두포마을까지 5km, 2구간은 두포마을에서 직포마을까지 3.5km, 3구간은 직포마을에서 학동삼거리까지 3.5km, 4구간은 학동삼거리에서 심포마을까지 3.2km, 5구간은 심포마을에서 장지까지 3.3km 등이다.

바닷바람 맞고 자란 방풍나물이 지천이고…
필자는 순천에서 아침 일찍 떠나 여수 돌산읍 신기항에서 출발하는 여객선을 타고 당일코스로 돌아오는 길을 택했다. 5개 코스 중 가장 경관이 뛰어나다고 하는 4코스와 3코스를 걷기로 했다. 섬 마을별 이동수단으로 버스노선이 있지만 시간이 맞지않고 불편하여 차량을 가지고 가서 4코스 심포마을에서 출발하여 학동마을 거쳐 3코스 출발지인 직포마을까지 가는 총 6.7km 거리를 선택했다.

▲ (사진 왼쪽부터)농가주택과 돌담위 호박들, 방풍나물을 캐는 할머니
여천항에서 내려 산길을 따라 심포마을까지는 그리 먼 길은 아니었다. 산길에 펼쳐지는 이름 모를 야생화들이 흐드러지게 피어 우릴 반겨준다. 섬사람들이 일구어놓은 다락밭 돌담길을 걸으면 제주도의 어느 마을에 온듯하다. 농가주택 담벼락에는 갓 수확한 토종호박이 가을 정취를 흠뻑 느낀다. 다락 밭에는 금오도 바닷바람을 맞고 자란 방풍나물이 지천으로 늘려있다.
금오도 방풍나물은 돌산 갓 만큼이나 이름이 나 있는 이 지역 특산물 중에 하나다. 중풍을 막아준다고 방풍이라 부르기도 한단다.
심포마을 이정표 앞에는 언제쯤 시작되었는지 모를 ‘생활개선시범마을’ 표지판이 낯익은 얼굴로 다가온다.

기암절벽 해변 풍광을 끼고 동백 오솔길 걸어

▲ (사진 왼쪽부터)섬 털머위꽃, 털머위꽃과구절초
비렁길을 걷는 기분은 다른 올래길과 전혀 다른 기분이다. 동백나무 숲을 지나면 대나무 숲, 소사나무 군락지가 나온다. 옛날 밭을 일구고 돌담을 쌓아놓은 길가에는 탱자나무에 노랗게 익은 탱자가 감귤을 연상케 한다.
깎아지른 해안 절벽길은 트래킹에 불편이 없도록 나무로 만든 데코가 있어 한결 가볍게 트래킹을 즐길 수 있으며 아름다운 해변이 펼쳐지는 곳마다 전망대가 있어 쉼터에 앉자 다도해의 가을을 감상할 수 있다.

▲ (사진 왼쪽부터)바다국화(海菊), 씀바귀꽃
1시간 남짓 다도해 해상국립공원의 절경을 한눈에 바라보며 오솔길따라 가을 햇살을 마음껏 받으며 도착한 곳이 학동마을이다. 학동마을은 3~4코스 경계인 길목이다. 학동마을 입구에 있는 포장마차에서 이곳의 특산물 돌 문어 한 접시를 올려놓고 금오도 막걸리 한잔으로 목을 적신다. 방풍나물과 바다 게를 튀김가루에 묻혀 튀겨낸 방풍나물 튀김은 이곳에서만 맛볼 수 있는 이색음식이었다.

노란 털머위꽃이 가을 비렁길을 수놓고 …
학동마을에서 2-3코스 경계마을인 직포마을을 향해 간다. 직포까진 3.5km, 1시간 30분이면 갈 수 있다. 시멘트 포장길을 따라 잠시 걸어가면 흙길이 시작되고 울창한 동백 숲으로 올라간다. 동백숲길에서 소사나무 해안절벽을 따라 걷기를 반복한다.

▲ (사진 왼쪽부터)섬 가을의 전령사 털머위꽃 군락지, 비렁길가에서 손님을 맞는 털머위꽃
남쪽 섬마을 금오도, 비렁길의 기암괴석과 눈 아래로 펼쳐지는 무인도 섬, 천 길 낭떠러지에 짙은 잉크 빛 바다가 눈부시게 아름답다.
멀리 낚시 배 한척이 하얀 물살을 가르며 절벽을 향해 달려오고 있다.
강태공들 에겐 금오도가 천혜의 낚시 포인트가 많아 관광버스들이 줄을 잇고 있다.
금오도의 가을을 대표하는 노란 털머위꽃이 동백나무 숲을 온통 뒤덮고 있다. 털머위꽃은 국화과의 다년생 식물로 9-11월까지 꽃이 핀다.

오솔길을 따라 털머위꽃이 길을 안내해준다. 구절초, 쑥부쟁이, 바다국화(海菊) 등 온갖 야생화가 가을바람에 춤을 춘다.
비렁길 전망대 이름도 가지가지다. 미역널방, 신선대, 갈바람통, 사다리통, 온금동, 숲구지 전망대 등 각기 전설과 이야기를 담고 있어 흥미롭다.
낯선 가을풍경과 재미있는 이야기가 있어 금오도를 찾는 이유인지 모르겠다.

▲ (사진 왼쪽부터)4코스 도착지 심포마을, 안도에서 본 장지마을 해변, 안도의 작은 포구마을
한 번에 종주하려면 무리… 1박2일이면 여유
비렁길은 작은 어촌마을과 마을사이를 잇는 코스로 구간마다 4-5km구간이라 크게 부담되지 않는다. 지역에 따라 다르겠지만 금오도에서 1박을 하고 여유있게 즐기는 것도 좋겠다. 3-4코스만 돌아보기엔 너무 아쉬워 차량으로 섬 마을 이곳저곳을 돌아보고 음식문화를 체험했다.
금오도에서 빼놓을 수 없는 곳이 5토스의 종점인 장지마을과 이어지는 안도섬이다. 장지에서 안도대교가 연결되어 어촌체험을 할 수 있는 좋은 곳이다.

숙박시설로 민박이나 팬션을 이용하면 된다. 이곳의 맛집도 상록수 식당 등 여러 있다. 이곳에서 나는 해산물재료를 이용한 회 정식은 일품이다. 그러나 사전 예약 없이 해산물 음식을 체험하기는 어렵다.
교통편이나 숙박, 맛집 등 안내는 여수시청 홈페이지를 이용하면 자세한 정보를 얻을 수 있다. 비렁길을 찾아가는 길은 멀고 힘들어도 충분히 매력적이고 추억에 남을 아름다운 곳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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