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유호 농촌진흥청 수확후관리공학과장

▲ 김유호 농촌진흥청 수확후관리공학과장

최근 소비자들은 식품이나 농산물을 구입할 때 맛과 품질에 민감해지고 있다. 배고팠던 시절에는 저렴하고 양이 많은 농산물에 손이 갔다면, 지금은 다소 비싸더라도 품질 좋고 믿을 수 있는 상품을 구입하는 소비자가 많다. 그렇다면 농산물의 품질을 판정할 수 있는 기준은 무엇이고 어떻게 판정하는 것일까?
농산물의 품질 판정은 크게 외형적인 품질과 내부 품질요인을 측정하는 기술로 나눈다. 먼저 무게, 크기, 형상, 빛깔, 결함 등과 같은 외형적인 품질은 중량 선별기, 형상 선별기, 영상처리식 선별기로 판정한다. 내부 품질요인으로는 맛과 직접 관련이 있는 당도와 산도, 떫은 정도를 비롯해 외부로는 확인이 어려운 내부 결함, 즉 공동이나 수밀, 갈변의 유무 등이다. 중요한 사실은 소비자들이 맛, 안전성, 내부결함 등 농산물의 속에 대한 정보를 알고 싶어 한다는 것이다.
농산물의 맛을 판정하기 위해서는 직접 먹어보거나, 당도계나 산도계로 측정하는 방법이 있다. 하지만 이런 파괴적인 방법은 전체 농산물에 적용할 수 없기 때문에 일부 시료를 선택해 판정한 결과를 대푯값으로 사용해야 하는 한계가 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농산물을 파괴하지 않고도 내부 품질을 판정할 수 있는 기술들이 연구되고 있으며, 일부는 상용화됐다.
미국에서 곡류 종자의 수분측정을 위해 특별히 설계된 근적외선 분광법, 밀의 단백질이나 전분 함량을 측정하는 기기, 일본에서의 벼 식미계, 농촌진흥청이 1989년에 국내 최초로 개발한 반사식 비파괴 과일 당도선별기 등등.
이외에도 농산물을 두들겨서 나타나는 음향을 해석해 내부의 공동이나 숙도(익은 정도)를 판정하거나(멜론·수박), 후숙 중에 발생하는 에틸렌가스(멜론)와 지연발광의 에너지를 검출해 숙도를 판정하는 방법(바나나·매실)도 있다. 또 빛의 투과정도를 측정해 숙도를 판정(파인애플·메론)하거나 떫은 정도를 판정(감)하기도 한다. 특히 짠맛과 매운맛을 판정해 수치로 객관화한 짠맛 센서와 고춧가루의 매운맛을 실시간으로 측정할 수 있는 매운맛 측정기도 농촌진흥청에 의해 개발됐다.
실시간으로 농산물과 식품에 대한 품질을 판정할 수 있는 기술들은 IT·BT·NT 분야의 기술 발전과 함께 새롭고 다양하게 시도되고 있다. 앞으로는 하나의 기술로 접근하던 방식에서 벗어나 여러 분야의 융복합된 기술이 접목될 것으로 예상되며, 품질판정의 정밀도 향상을 위한 연구도 꾸준하게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

저작권자 © 농촌여성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